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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Talk] 웰다잉, ‘죽여주는 여자’에게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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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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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무비Talk’은 요양 및 시니어 관련 무비를 소개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는 코너입니다.] 

 

나는 ‘박카스 할머니’다. 공원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며, ‘죽여주는 여자’로 소문났다. 그런데 요즘 자주 공친다. 종수씨를 만나 물었다. 그동안 왜 안 보였냐고. “모두 번호표 타 놓고 기다리는 인생들이니 안 보이면 병들었거나 죽었거나 하는 거지.” 단골인 멋쟁이 영감에 대해서도 물었다. 송 영감은 병원신세라고 한다. 내가 잘해준 기억이 나서 병문안을 갔다. 늘 새 돈을 가지고 다니던, 그 광났던 모습이 사라졌다. 부탁받았다. 심장이 덜컥 가라앉았다. 혼자 먹지도, 죽지도 못한단다. 안타까웠다. 그의 부탁대로 내가 죽여주기로 했다.

 

'죽여주는 여자' 포스터 [자료=CGV아트하우스]

삶에 회의를 느끼는 노인을 조명한 영화 <죽여주는 여자> ‘소영’ 이야기다. 그녀는 세상에 많은 직업 중에 매춘부를 선택했다. “먹고는 살아야겠고 다들 손가락질하지만, 나같이 ‘늙은 여자’가 벌어 먹고살 수 있는 일이 어디 많은 줄 알아? 꼴에 빈 병이나 폐지 주우면서 살긴 죽기보다 싫더라고.” 소영은 돈을 벌다 보니 성적인 서비스로 죽여주는 여자가 되어 있었고, 부탁을 들어주다 보니 생명을 죽여주는 여자가 되기 시작한다.


'죽여주는 여자' 스틸컷 [자료=CGV아트하우스]

사실 그녀는 송 노인 말고도 두 명을 더 죽였다. 살인의 이유는 하나였다. 당사자들의 부탁이었다. ‘웰다잉’이라는 말을 아는가? 인간으로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죽음을 ‘당하는 게’ 아닌 ‘선택’하는 행위다. 흔히 ‘좋은 죽음’이라고 해석된다. 노인들은 죽음을 스스로 선택했다. “어떻게 죽어야 잘 죽는 건지.” 죽음을 원했던 종수의 고민이자 토로의 결과였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일상생활 영위가 어렵게 된 미래의 나를 생각해보자.

온몸이 말을 듣지 않아 누워있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갓난아기와 유사한 삶을 살게 된다. 기저귀에 대변을 보고, 몸도 씻겨준다. 누군가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줘서 기쁠 리가 없다. 요양보호사나 가족이 올 때까지 그저 기다려야만 하고, 해주는 일을 목격해야 한다. 병으로 인한 통증보다는 역할상실에서 오는 수치가 클 테다. 분명 박카스 할머니가 죽여준 노인들도 그랬던 것이다. 더 이상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느끼자, 노인들은 죽음을 선택했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좋은 죽음의 정의를 내려봐야 할 때다.

 



'죽여주는 여자' 스틸컷 [자료=CGV아트하우스]

송 노인이 스위스에 살았더라면, 죽음을 소영에게 부탁하지 않고도 가능했다. 스위스는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다. 우울증을 앓아 삶의 욕구를 잃게 된 자도 ‘존엄사’할 기회를 얻는다. 삶이 괴롭고 외로운 노인들도 소영을 거쳐 가고서 존엄사를 누렸다. 노인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심지어는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다. 만약 당신이 소영이 되었다.

어느 한 노인이 웰다잉을 도와 달라 부탁한다면, 들어주겠는가?

“어젯밤에 집사람 제사를 지내는데 새삼 혼자 남아있는 내 신세가 너무나 처량하고 비참하더라고. 무슨 미련으로 여태 이렇게 살아 있는 건지. 평소에도 불쑥불쑥 마음을 먹어 보긴 하는데, 막상 저지르려다 보니 덜컥 겁도 나고 곁에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죽을 생각을 하면 너무나 아득하고 무서워지더라고. 그냥 옆에 누군가 있어 주기만 해도 내가 조금은 편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날 위해 좋은 일을 해주는 거요. 잊지 않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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