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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북] 노인을 혐오하는 사회, ‘당신의 노후’는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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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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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책이 우리 곁에 오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세상 속에서 보’고’ 느끼’고’ 나서야 쓰입니다. ‘AND북’은 책이 탄생한 사회를 주목하며 읽을거리를 소개하겠습니다.]


미래 지하철의 모습 [자료=한국방송광고공사]

2005년 한국방송광고공사는 ‘노약자석’과 ‘일반석’이 바뀐 지하철을 상상한 출산장려 광고를 발표했다. 그 상상이 실현될 날은 빠르게 점차 가까워져 간다. 2017년 고령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바람에 이미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2025년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자 노인에게 노령연금을 지급하는 국민연금제도가 주목받았다. 사람들 마음 한쪽에 ‘나는 받을 수 있을까?’가 자리한 까닭이다. 받는 사람은 느는데, 내는 사람은 줄어가니 ‘기금고갈’ 우려는 당연했다. 이런 우려에 국민연금공단은 누리집을 통해 적립된 기금이 모두 소진되더라도, 부과방식으로 전환해 연금을 지급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당신의 노후」 표지 [자료=현대문학]

현행법상 국민연금공단은 납부를 이행한 노인에게 당연히 노령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확실하게 중단할 방법도 존재하기는 한다. 바로 노인의 사망이다. 박형서 작가가 집필한 당신의 노후에서는 ‘사망’이 기금고갈 위기의 돌파구로 그려졌다. 국가가 기금고갈 처지에 당면하자 국민연금수급자인 노인을 조직적으로 은밀하게 제거하는 소설, 「당신의 노후」가 첫 번째 읽을거리다.


「당신의 노후」 인물관계도 [출처=현대문학, 요양뉴스 재가공]

주인공 장길도는 국민연금공단 노령연금TF에서 팀장으로 재직하며 노령연금 수급자를 제거해 왔다. 퇴직 후 오랫동안 요양병원에서 혼자 지내던 아내 한수련과 노후를 보내려 했지만, 아내는 국민연금수급자였다. 결국 장길도는 국민연금공단의 제거대상이 된 아내의 죽음을 막으려 고군분투하는데... 그 여정과 결말은 「당신의 노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고령인구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읽을거리에서는 노인을 혐오하는 세대 간 갈등의 표현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11월인데 아직도 살아있다니, 참 염치없는 모기군” (「당신의 노후」 58p, 이하 페이지만 표시)

“자네가 담당한 이들은 모두 품위 있게 생을 마쳤네. 늙고 병들어 손가락질당하는 삶에 견주면 자네가 훌륭한 자비를 베푼 걸세” (71p)

“그들의 무임승차를 벌충하기 위해 젊은이들의 지하철 요금은 어지간한 밥 한 끼 값을 넘은 지 오래다. 값싼 고령 인력 때문에 제대로 된 직장도 갖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73P)

“연금이 저축해둔 돈 찾는 게 아닌 거 알잖아. 생산인구 소득을 거둬 비생산인구들에게 나눠주는 거야. 요새 청년 세 명이 노인 일곱 명을 부양하고 있어. 청년들이 100만 원씩을 벌면 너희 늙은이들한테 쪽쪽 빨려서 집에는 대략 50만 원씩 가져간단 말이야. 그 돈으로 애인 만나 찻집에 가야 하고 결혼을 하고 애도 낳아 기르고 월세도 내야 돼” (125~126p)

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을 두고 ‘염치없는 모기’와 동일하다고 묘사되는 장면에서 혐오는 더욱 강력해진다. 저자는 국가마저 ‘노인을 혐오하는 사회’에 도래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상상은 현실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우리는 모두가 노인이 되고, 곧 기금고갈도 다가온다. ‘당신의 노후’는 이런 혐오의 세상 속에서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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