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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기억해야… 제도가 더 쉽게 설명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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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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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장기요양보험법 [사진=법제처]
노안장기요양보험법 [사진=법제처]

흰 종이에 굵게 그어진 선. 오늘도 빨간 줄이 그어진다. 기사를 검수하던 선임기자는 “이게 무슨 말이야”고 물으며 내게 설명을 요구한다. 항상 지적되는 부분은 같다. 바로 복잡한 제도와 딱딱한 행정용어다. 제도를 쉽게 풀어낸다고 한들, 배포한 보도자료 자체가 어려워 독자에게 쉬운 말로 전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정책을 내고 제도를 시행하는 만큼, 딱딱한 공공언어를 버리고 더 쉽게 설명하는 노력을 갖춰야 한다.

난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요양전문기자다. 하지만 취재를 하다 보면 이런 내가 보기에도 온통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들 투성이다.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시간을 내 들여다봐야 하는데, 일반인은 오죽할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제도 혜택을 받고자 하면 살펴봐야 할 공공언어가 많고 어렵기까지 하다. 예컨대 보전급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장기요양급여, 장기요양등급별 환산점수 등을 알아야 한다. 급여로 받는 실질적인 이용시간은 안내되지도 않는다. 수급자가 구간에 맞춰 지급되는 월 한도액을 가지고 며칠 정도 사용할 수 있는지 따로 계산해야 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분야는 규제 산업이라 법률을 살피는 일이 잦다. 제도 자체도 어렵지만, 법이나 지침이 흩어져 있어 찾는 것도 복잡하다. 법률은 법제처에서 보는데, 이는 법·시행령·시행규칙으로 나누어져 규제된 배경을 살피려면 긴 글을 다 읽어봐야 한다. 게다가 지침서나 안내서는 각 부처에서 제공된다. 더불어 지자체마다 세부 규칙은 또 다르다. 어느 날은 취재원이 제도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고 제보해 왔다. 사실을 확인하고자 변경이력을 수소문하는데, 정부는 각 제도별로 변경이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결국 제도가 도입된 2008년부터 지침을 전부 살펴봐야만 했다.

또한 확인된 사항이라 하더라도 여러 번 체크해야 해 번거롭다. 한번은 변경이력을 파악하지 못해 글을 갈아엎어야 하는 일이 있었다. 2021년 보도자료에서는 장애활동보조급여와 요양급여는 동시에 수급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에 맞춰 기사를 작성했으나, 궁금한 부분이 생겨 추가로 취재해 보니 올해부터 중복 수급이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이처럼 제도는 매년 추가되거나 바뀌는 경우가 많아, 늘 최근 자료를 찾아봐야 한다.

더욱 문제는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공공기관은 전문 상담원을 두고 국민의 편의를 돕고 있다. 실제로 막상 전화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저희가 대답해드리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중앙부처에 전화하세요”, “우리 부서에서 담당하는 사업이 아닙니다”라며 다들 미루기 일쑤다. 중앙부처는 아예 통화 연결조차 되지 않는다. 지자체 공무원도 중앙부처와 통화연결은 어려운 일이라고 기자에게 토로하는 상황에서, 위급상황에 놓인 국민은 어떻게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제도는 정부가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므로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딱딱한 공공언어를 자제하고, 어디에서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정책 소통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이 제도를 찾으러 이동하는 것이 아닌 제도가 국민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정부는 힘써야 한다. 뭐든지 다 대답해 준다는 ChatGPT가 오늘날의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앞으로는 제도가 국민에게 더 쉽게 설명되기를 바란다.

  

요양뉴스 요양전문기자 최연지
노안장기요양보험법 [사진=법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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