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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요양보호사님, 감사합니다

  • jjm***
  • 2022.02.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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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께서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남편과 함께 시골집을 찾았다. 우리 부부는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대전역 인근에서 식당 영업을 하고 있다. 자연히 시아버지, 시어머니를 뵈러 갈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설날, 추석 같은 명절에도 함께 보내지 못하기에 명절 며칠 전에 미리 가서 시부모님을 뵙고 오는 일이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명절이 되면 네팔·인도 식당을 운영하는 우리 부부는 대목 장사로 바쁘다. 연휴를 맞은 국내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식당을 찾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연로하신 시어머니께서 식사도 못 하시고 거동도 불편하시다 해서 출발하면서부터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집에 도착했을 때 부엌에 새로운 얼굴이 나타났다. 60세 전후로 보이는 여성 분은 우리 가족은 아니었으나 일단 서로 인사를 나눴다. 잠시 후 그분은 우리에게 커피를 타서 내주었다. 자신의 부모를 대하듯 우리 시부모님을 대했고 우리 부부를 가족처럼 맞아줘 마치 우리 부부가 이방인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음에 궁금증이 생겼다. 내가 알지 못한 채 지내온 먼 친척이 찾아오신 걸까. 아니면 내가 알아보지 못한 가까운 이웃인가. 

먼주 구릉 네팔 한국문화센터 대표

나는 남편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남편은 시부모님을 도우러 오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 인구 증가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파견된 요양보호사라고 했다. 비용은 주로 정부가 지원하므로 소액의 자비 부담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놀랐다, 한국에도 이런 좋은 제도가 있다니. 가까이에서 모시지 못하고 가끔 찾아뵙는 시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많았는데, 국가적 시스템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음을 알고 고마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네팔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정부가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매월 수당을 소액 지급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이다. 어떤 노인들은 그마저도 받지 못한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한다. 나는 그분이 요양보호사라고 해서 간호사처럼 생각했는데, 우리 부부가 시부모님을 찾아뵐 때 해야 할 일들을 도맡아 주고 계셨다. 아침 일찍 시부모님댁을 찾아와서는 집을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면 시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도 다녀오고 목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식 팔남매 입장에선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다.

시어머니는 올해 89세, 시아버지는 87세가 되셨다. 요양보호사가 날마다 정성을 다해 살피며 도움을 주고 있으니 우리 부부를 비롯해 여덟 형제자매가 오가며 청소하고 정리했을 때보다 집안 분위기가 더 깨끗하고 깔끔해졌다.

현재 남편의 고향 마을에는 시부모님 두 분뿐이다. 자식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아닌 데다 몸도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요양보호사를 지원하는 노인복지법은 초고령사회가 돼 가는 한국에 정말 필수적인 제도라는 생각이다. 우리 시부모님을 통해 알게 된 전국의 요양보호사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 형제들은 시부모님을 살펴주시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모두 걱정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 마치 또 다른 우리의 가족과 같다는 느낌도 든다. 정부가 어르신들께 이런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좋은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 자식들도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출처: [한국에살며] 요양보호사님, 감사합니다 : 네이버 뉴스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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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요양보호사님, 감사합니다

  • jjm***
  • 2022.02.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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