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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눈물이 왈칵 나는 글

  • fluffy0***
  • 2023.11.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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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자식

최우수상 김선규(서울시 송파구)

5년 전쯤, 평소 사이가 좋던 아내와 막내 여동생이 홀로 계시는 어머니 일로 크게 감정싸움을 벌인 일이 있었다. 여동생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이 화근이 되어 집안에 큰 분란이 일어난 것이다.


“언니, 지난주에 엄마 챙기러 간다고 전화하더니 뭘 챙겨드린 거예요?”

 

“아가씨, 제가 반찬 몇 가지 해서 갖다 드렸는데, 섭섭하게 그런 말을 해요?”

 

“엄마 집 냉장고에 먹을 게 하나도 없던데요. 엄마도 언니 가 뭐 해온 거 없다 하고. 언니, 엄마한테 너무 소홀한 거 아니에요?” 

 

“아가씨,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한다는 거예요?” “언니, 그럼 우리 엄마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예요?”


꽤 그럴싸하게 둘러댄 어머니의 말에 여동생은 아내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어머니를 홀대하고 있다고 의심한 것이다. 아내는 시누이가 자신을 의심한다며 눈물을 펑펑 흘리기까지 했다. 

 

이 분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그로부터 두 달 후 온 가족이 모인 어머니의 생신날에서였다.

 

온 가족이 시골 어머니 집에 모여 생신상을 차려 배불리 먹고 차를 마시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너희들, 왜 나는 밥을 안 주고 굶겨?”라고 고함을 치셨다. 

 

우리는 모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게다가 손주들 오면 준다고 사다 놓은 과자 봉지를 허둥지둥 헤매기만 하다가 끝내 찾지 못하시는 게 아닌가. 평소 건망증이 있으셨지만, 건망증이라고 치부하기엔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어머니가 가끔 동네 사람을 잘 못 알아본다는 이장님의 말도 마음에 걸렸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형제들과 함께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검사 결과 치매 초기였다. 

 

청천벽력 같은 진단에 우리 삼남매는 망연자실했다. 두 달 전 일어난 일이 어머니의 초기 증세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여동생이 아내에게 사과한 뒤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내와 상의한 끝에 짐을 챙겨 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시고 올라왔다. 

 

어머니는 아들네 집이 낯설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몸 상태를 눈치채신 건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으셨다. 총기 가득한 어머니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점차 본능에 충실한 아이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씻기를 거부하셨다. 

내가 출근하고 집에 없는 사이 아내 혼자 어머니를 돌봐야 했는데, 욕실에 들어간 어머니가 아내를 때리고 도망치려 하면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그때마다 아내는 힘들어했다. 아무리 며느리라지만, 예순을 넘은 나이이기에 치매 노인을 케어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하루 지쳐가는 아내를 보면서 노심초사하던 어느 날, 우리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이유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해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돕는 제도였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했다. 그러자 며칠 후 공단 직원이 집으로 와 어머니의 상태를 보면서 이것저것 물었다. 한 달쯤 후 어머니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았고, 등급별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안내도 받았다.


우리는 어머니를 배려해 집에서 직접 케어 받는 방문요양 서비스를 택했다. 낯선 사람에게 어머니를 맡긴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오신 후부터는 그런 생각이 완전히 사 라졌다.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방문하면서 여러모로 변화가 일어났다. 어머니의 식사부터 가벼운 산책까지 도맡아 해주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내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게다가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어머니의 대소변을 처리하는 요양보호사의 모습을 보면서, 투철한 직업의식과 봉사 정신이 없다면 절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양보호사에게 특히 더 감사한 점은 친딸처럼 감정 교류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굽은 등을 토닥이거나 이마·뺨을 어루만지며 찬찬히 어머니의 얘기를 들어주었다. 감정이 이어진 따스한 포옹을 나누 기도했다. 덕분에 어머니의 상태도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아내 역시 요양보호사가 오신 후부터는 어느 정도 일상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고, 얼굴에 생기마저 돌았다.


그렇게 요양보호사 덕분에 어머니의 마지막은 평안하셨다. 늙지 않고 아프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몸이 약해지고 병이 생기는 게 자연의 섭리다. 병을 얻으면 당사자인 본인이 가장 힘들겠지만, 가족들의 심적 부담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 그런 점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따뜻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일로 삶이 흔들릴지언정, 노인장기요양보험 같은 사회보장제도가 있기에 우리가 탄 배는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 특히 어머니를 친자식보다 더 자식 같은 마음으로 살뜰히 보살핀 요양보호사의 헌신과 희생이 있기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더욱 빛나는 듯하다.

  • fluffy0*** 2023.11.24 15:00
    저런 좋은 보호사 분 만난 거 정말 천운입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괜히들 그러시는게 아닌 거 같습니다.
    fluff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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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 2023.11.27 16:08
    2020년도 수기네요. 2023년도에도 과연 저렇게 좋은 보호사 분들이 많이 남아계실지... 모르겟어요
    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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