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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줄 것이 없네" 요양원에 있는 엄마의 아쉬움

  • jjm***
  • 2022.01.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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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예약 면회로 만난 15분... 명절이면 늘 두 손이 무겁던 엄마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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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명절을 앞두고 몇 달 만에 허락된 면회시간은 딱 15분이라고 했다. 모녀간의 정을 나누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재회였지만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안색도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요양원에 면회를 사전예약하고 시장 떡집을 방문했다. 면회 당일 떡이 나오는 시간을 확인한 후, 떡집에서 만들어 놓은 강정을 찜해 놓고 왔다. 떡이 제일 먹고 싶다는 엄마. 면회 갈 때마다 빠지지 않는 간식 거리다. 떡 중에서도 팥 시루떡을 주문했던 엄마의 기호가 이번엔 매떡으로 옮겨졌다. 찰떡이 틀니에 붙는 바람에 먹기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면회 오지 말라는 엄마
 

▲  15분을 엄마와 함께
ⓒ 이정숙


 
그런데 면회 하루 전, 엄마에게서 면회를 오지 말라는 전화가 왔다. 하룻밤 사이에 심경에 변화가 생긴 거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 놀랍지도 않았다.
 
"전화가 차라리 낫지. 그 쪼금 얼굴 보면 뭣 허냐. 가고 나면 안 보느니만 못 혀. 누가 왔다 가면 며칠이나 맘이 아프고 서운혀. 그렁게 오지마. 내 말이 맞지?"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하지.' 밤새 오만가지 생각으로 잠을 설쳤을 엄마. 면회를 위해 차를 몰고 먼 길을 와야 하는 자식들의 수고도 맘에 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15분도 시덥지 않았을 거다. 내 대답이 미심쩍은지 엄마는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알겠어'를 열 번쯤 주고받고 나서야 통화가 끝났다.
 
언제부턴가 멀리 살고 있는 언니들이 올라치면 엄마는 안절부절 못했다. 뭘 해줘야 하나, 무슨 음식을 만들까, 올라가는 길엔 뭘 줘서 보낼까 등등으로 고민이 한보따리였다. 흡족한 답을 찾지 못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엄마의 말은 비슷했다. 자식들을 배웅하고 헛헛해할 마음까지도 미리미리 다독여 놓아야 하는 여린 엄마.
 
오십 중반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집안 대소사를 언니 둘에 의지해서 치렀다. 서울에 살게 된 딸들이 생각만큼 자주 오지 않을 때, 기다림이 커지면 섭섭해지고 그게 계속되면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야 버틸 수 있었다. 오랜만에 온다는 소식도 양가감정으로 뒤숭숭했다. 반갑고 야속하고. 속으론 기다렸으면서도 대찬 말로 속내를 드러내는 엄마의 말투가 있다.
 
"뭐 하러 온다냐. 왔다 가면 서운하기만 헌디. 지들 맘 편할라고 그러지."
 
너무 보고 싶었다는 말 대신 소리 없이 장을 보고, 딸들이 오면 먹게 할 음식을 장만해 놓았다. 그러고는 막상 언니들이 오면 서성거리느라 엄마는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나는 니가 옆에 있으니 됐다."
 
남편처럼 의지했던 언니들이 가고 나면 휘청거리는 마음을 달래며 그나마 옆에 막내딸이 사는 걸로 위안 삼았다. 다시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걸 누가 알겠는가. 자식은 그리움의 대상이라는 걸 엄마를 보면서 알았다.

보고 오길 잘했어
 
오지 말라고 했지만 딸과 며느리가 반갑지 않을 리는 없다. 마스크를 쓴 채 유리 문을 사이에 두고 요양보호사의 감시(?) 하에 15분. 초침이 열다섯 바퀴를 도는 동안 전화로는 알 수 없는 엄마의 안색과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의 마스크가 자꾸 내려오는 바람에 요양보호사의 손길은 엄마의 마스크를 떠나지 않았고, 그 어수선함 속에서도 우리는 눈빛을 주고 받으며 면회를 할 수 있었다. 간식을 건네 받은 엄마가 당신의 빈손을 내려다보며 아쉬운 눈빛을 보냈다.
 
"나는 줄 것이 없네."
"엄마, 자식들한테 다 주어서 없는 거야. 그동안 넘치게 받았어."

 
병든 엄마를 집에 모시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다시 올라왔다. 그것만이 최선의 효도라고 생각해도 마음뿐, 행동으로 옮길 자신은 없으니 떠오르는 생각도 사치스럽다. 효도의 차선책에 마음을 더 쏟기로 다짐했다. 더 자주 전화하자. 15분 면회라도 망설이지 말자.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떡도 나눠먹고 송편이 쫀득하니 너무 맛있었다며. 강정은 두고두고 먹으려고 넣어 놓았단다. 밝은 목소리가 내 안의 먹구름을 걷어준다.
 
'보고 오길 잘했어.' 

 

 

 

출처: "나는 줄 것이 없네" 요양원에 있는 엄마의 아쉬움 : 네이버 뉴스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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