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알바생이 면접 보는 5070 일자리 박람회…‘자리비움’ 부스 즐비
8일 킨텍스 경기도 5070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요양뉴스]
[요양뉴스=최연지 기자]“면접 본 부스 3곳 중 2곳은 알바생이 나왔어요. 뭘 물어봐도 자료를 봐야만 대답할 수 있더라고요. 사실상 상담은커녕 이력서만 내고 온 거라 황당합니다.”
구직자 조 모(61)씨는 8일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경기도 5070 일자리 박람회’에서 참여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가 12월까지 31개 시군에서 노인, 중장년층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연결하고자 마련된 경기 북부권 채용박람회다. 이에 기술직, 생산직, 사무직 등 노인 및 중장년 채용을 희망하는 150여 개 기업이 맞춤형 일자리 제공을 위해 참여했다.
이어 은퇴 후 재취업이 어려운 구직자들도 기대감을 안고 모였다. 구직자 정용주(70) 씨는 “워크넷에서 기업 100여 곳에 지원했지만, 나이가 많아 면접 연락 한번 없었다. 인사 담당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잘 모릅니다”…기업 위치도 대답 못 하는 부스 담당자
그러나 ‘일자리 매칭’이라는 행사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본지가 번역, 출판, 디자인 등 다양한 전문 직종이 마련된 부스를 돌며 부스 참여 계기를 묻는 과정에서, 한 부스 담당자 A 씨는 “알바생이라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A 씨는 “행사에 대략 50분 정도의 알바생이 투입됐다. 저는 이벤트 부스가 아닌 기업 홍보 부스에 배치됐는데, 사전 설명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어제 지방, 서울에서 오신 구직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답변드리지 못했다. 연봉이나 회사 위치를 여쭤보셨는데 말씀드릴 수가 없었다”며 “여기 앉아 있지만 이 부분은 문제가 있다. 행사가 업체 구색 갖추기에 급급하다. 이 외에 노트북이 없는 다른 부스들도 알바생이다”라고 밝혔다.
각 기업 부스에는 사람 없이 ‘자리비움’ 팻말만 남아있다. [사진=요양뉴스]
부스 담당자인 알바생들이 채용 매칭에 간절하지 않다 보니, 사회참여형 일자리관 등 일부 부스 등은 ‘자리비움’ 팻말만 책상 위에 놓여있는 부스가 즐비했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알바생으로 추정되는 부스 담당자들이 줄줄이 떠나 햄버거를 받고 전시실 밖을 떠났다. 이에 현장에서는 “직원들이 다 어디 갔냐?”며 관계자에게 묻는 구직자도 있었다. 박 모씨(68)는 “취업을 기대하면서 왔는데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 및 채용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요양뉴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유독 인기를 기업 부스도 있었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부스를 지키면서 구직자들에게 채용 정보를 설명한 곳들이다. 송연돌봄컨설팅 김소윤 이사는 “청소와 가사는 중장년 여성들이 집에서 해왔던 특기이자 단시간 돌봄 일자리다. 이 때문에 박람회 구직자들이 관심을 보인 것 같다. 송연 소속 가사관리사는 11시간의 교육 이후에 투입된다”며 구직자들에게 전문성 있는 일자리라고 홍보했다.
한편 경기도는 ‘천만 어르신 시대, 백만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28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고양시 킨텍스 경기 북부 광역박람회를 개막했다. 이 행사는 약 2개월간 경기도 전 시군에서 계속될 예정인데 추후 이어질 행사에서 기업들의 실질적인 참여도를 높일 대안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