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 돌봄, 정부의 '돌봄' 인식 변화로부터 시작"
[요양뉴스=김혜진 기자]윤주영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가 최근 열린 한국장기요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세션 발표자로 나서, ‘휴머니튜드(Humanitude)’를 기반으로 한 돌봄에 대해 소개하며, 국내도 인권을 기반으로 한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윤주영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가 휴머니튜드 돌봄에 대해 소개하며 국제 동향에 대해 전했다. [출처=요양뉴스]인간 중심 돌봄을 이루고자 한다면, 요양보호사의 교육에 매달리는 것보다 '돌봄'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그는 "최근 여러 국가에서치매를 장애의 범주 안에서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제도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프랑스가 대표적인 곳으로, 실제 현장에서 '휴머니튜드' 돌봄 전략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휴머니튜드는 인간 존중 기반의 돌봄 철학이자 실천 방법을 의미한다. 그는 인간 중심 돌봄의 실현 사례로 프랑스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판매 감소 추이를 언급했다.2022년 미국의학협회 저널인 JAMA 헬스 포럼(JAMA Health Forum)에 게재된 '프랑스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판매 10년 추세, 독일·스페인·영국 비교(Ten-Year Trends in Sales of Alzheimer Disease Drugs in France Compared With Sales in Germany, Spain, and the UK) 논문에 따르면, 프랑스는 AD 약물 사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2018년 보험급여 목록에서 제외했다. 이후 해당 약물은2018년 7월에서 8월 사이판매량이 48% 감소, 전체 감소의 18%를 차지하는 결과를 보였다.그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치매환자에게 인지 기능 약화 속도를 늦춰주는 약물들을 처방하는데, 해당 논문을 살펴보면 프랑스만 약물 판매율이 감소하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약물의 처방을 줄였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국가 전반적인 분위기나 국민들의 인식, 보건의료 현장에서의 약물 처방 감소에 대한 필요성 등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어 “보험급여 목록에서 제외한 2018년 시기에 실질적으로 처방 비율이 대폭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당시 비약물적이며 인간 중심 돌봄에 대한 필요성을 고려해 프랑스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일반적으로 치매 질환은 치료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는다.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 당사자나 보호자 모두 약물의 효과에 대한 기대치를 일정 부분 갖고 있는 만큼 약물 처방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데, 보험급여 목록에서 제외하는 결정이 프랑스 정부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이러한 휴머니튜드의 사례로 2023년 제정된 일본의 ‘인지증 기본법(認知症基本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해당 법률은 ‘치매를 가진 사람도 존엄과 목적의식을 갖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인권 중심 치매 돌봄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한다”며 “일본은 이미 치매 고령자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하고, 그들이 자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인권 중심 돌봄으로 나아가는 국제적 동향과 달리, 국내는 아직 제도나 인식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그는 “국내에서도 인권 중심 돌봄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과정들을 엿볼 수 있지만, 국제적 동향에 비해 인권 중심 돌봄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정부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의 분절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며 해당 기관들의 조정 및 협업이 중요함을 언급했다.또한, “인간 중심 돌봄을 돌봄노동자인 요양보호사에게만 바라고, 그들을 교육한다고 해서 바뀌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의 돌봄에 대한 인식 변화의 중요성을 피력했다.정부가 ‘돌봄’을 어떤 관점에서 인식하고 정책을 펼치는지에 따라 현장에서 말리그넌트 소셜 사이콜로지(Malignant Social Psychology, 이하 MSP)의 발생 양상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MSP는 제도·조직·관계 속에서 사람을 비인간화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심리 현상으로, 개별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조직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즉, 국내에인권 중심 돌봄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단순히 현장 노동자의 노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과 제도, 기관 문화, 사회적 인식 등 사회 구조 전반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그는 "휴머니튜드 전략이 오래되지 않아서 해당 전략의효과성을 입증할 연구들은 많지 않지만, 국내에서도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연구들이 쌓여서 향후 휴머니튜드를 기반으로 제도화하고 법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