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최연지 기자] 일부 장기요양기관 사이에서 국가자격증 소지자임에도 불구하고 무경력자인 요양보호사의 채용을 기피하고 있다. 장기요양 수급자 1·2등급 매칭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요양보호사는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기 위해 320시간의 요양보호기술을 익혀 국가시험에 합격한 자로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현행과 같은 시험 합격 위주 시스템상 교육시간을 늘려도 전문성 강화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신규 요양보호사는 1등급 거동 불편환자에게 매칭할 수 없어

요양보호사는 돌봄인력난으로 취업이 쉬운 편에 속한다. 그러나 검증 체계가 미흡해 요양서비스 품질 저하를 야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신규 취득자가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표준교육과정을 기존 240시간에서 320시간으로 대폭 늘렸다. 특히 치매노인관리, 노인학대예방 등 인권보호, 시설별 상황 발생 대처 실기 등의 과정을 대폭 강화했다.

한편 한국의 교육과정은 지금도 짧은 편에 속한다. 지난 2020년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지정·운영 쟁점과 개선방안’ 정책 리포트에 따르면 해외의 요양보호사 교육시간은 일본 최대 1,800시간, 영국·싱가포르 2년, 독일 3년인 상황이다.

대구에서 재가복지센터를 운영 중인 한 센터장은 “아무래도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만으로 모든 대상자를 케어하기는 어렵다. 자격증 취득 시, 실기나 실습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경증 환자는 신규도 채용하지만 1등급의 경우, 3년 이상 경력자를 채용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은 목욕, 식사, 소변주머니 관리 등 모든 것을 케어해야 한다”며 교육원의 실기 및 실습 부족을 지적했다.

자격증반, 신규자 대비 1/10에 불과한 교육시간 감면 적정성도 화두

특히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시, 국가자격증 소지자의 교육과정 감면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요양보호사 표준교육과정은 320시간이지만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등 국가면허 소지자에 대해 40~50시간으로 교육 이수시간을 대폭 감면하고 있다. 실제 요양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실기과목은 6~11시간, 현장 실습은 8시간으로 편성됐다. 이는 정규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시간의 1/10 수준이다.

한편 일본은 한국과 달리 교육시간 감면 제도를 개호 케어 자격에 한정해 운영 중이다. 예컨대 간호사 자격증은 교육시간 감면 대상이 아닌 것이다. 개호직은 개호직원 초임자 연수 →개호복지사 실무자 연수 →개호복지사 →케어매니저 순으로 상위 자격이다. 따라서 개호복지사 실무자 연수(450시간)에서는 개호직원 초임자 연수 이력이 있으면 130시간을 감면해준다.

실무 경력 또한 요구된다. 국가 자격인 개호복지사는 실무자 연수를 이수하고 3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보유해야만 취득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교육시간 감면은 현장 경력이 없는 자격증 소지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국가자격과 요양보호기술 실무 간의 연계성이 약하다. 이 때문에 요양업계 일각에서는 교육시간 감면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신규자를 채용하기에는 부담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본 업무는 장기요양 수급자의 요양보호사 일상생활지원이다. 이에 실기 과목의 58%(67시간)가 신체·가사·정서지원 등을 포괄한 ‘요양보호와 생활지원’ 과목이다. 반면 교육시간 감면 자격증인 사회복지사·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 교육과정에는 2~4시간 정도로 대폭 감면됐다.

특히 이 교육시간 마저도 대부분 ‘요양보호 기록과 업무보고’ 파트로 편성됐다. 이는 요양급여 제공 이후 급여제공기록지 등 서비스 제공 내역 증빙서류 작성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아울러 경기도 성남시의 한 요양보호사교육원 관계자는 “교육시간은 그대로 가도, 실기 비중은 늘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육원에서는 이론 30시간, 실기 10시간 정도인 3:1로 비중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교육은 이론·실기·실습을 80% 이상 출석해야 하는데 실기는 3시간 이상 빠지면, 교육 미수료로 반영돼 국가시험 응시조차 못한다. 이런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