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 새로운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수첩] 투자 몰리는 케어 스타트업 환상과 현실 구분해야

  • 2024.01.05 16:36
  • 댓글 0
스크랩

 

시니어테크 기업 케어링의 작년 매출은 341억원으로 전년 113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영업손실도 작년 24억원에서 올해 67억원으로 적자 폭이 2배 이상 커졌다. 케어링은 투자자를 물색해 최근 35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덕분에 누적 투자금은 700억원을 넘어섰고, 한고비를 넘겼다.

관련해 동종 업계인 케어닥은 315억, 한국시니어연구소는 123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기록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공성장하는 요양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릴 만하다. 다만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법의 한계와 시장의 특성으로 인해 해당 스타트업들이 압도적 시장 지배자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첫째, 노인 돌봄은 공공영역... 수익성에 한계
투자자들은 시장 규모에 기대, 요양산업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요양시장은 공공영역이다. 국민이 낸 장기요양보험료를 바탕으로 노인 돌봄은 재가급여(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와 시설급여(요양원, 노인공동생활가정) 두 가지 형태로 운영되는데, 이 급여 제공을 정부가 민간에 위탁한 구조다.

장기요양기관은 나라의 지원을 받으므로 나라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 시설설립부터 인력배치까지 기관 운영에 대한 설계를 정부가 진두지휘한다. 민간의 사업자를 키울 수도, 제재할 수도 있는 관리감독의 정부 권한이 크다. 특히 요양 사업자들은 수익성 극대화에 대한 근본적 한계가 있다. 요양 사업자는 많은 수급자를 확보해야 수익이 늘어난다. 그러나 수급자 유인 및 알선 행위에 대한 법적 제한이 있다.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

핵심은 인건비 지출 비율이 정해진 것이다. 예컨대 방문요양은 전체 수입의 86.6% 이상을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의 인건비로 지출해야 한다. 즉 사업자는 최대 13.4% 내에서 공과금 등 운영비를 해결하고 이익을 남겨야 하는데, 임대료와 시설유지비 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이익률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요양기관의 이익률이 통상 3~5% 수준으로 알려졌다. 고로 비급여로 확대하지 않는 이상 공적급여만으로는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나누어줄 이익률은 한계가 명확하다.

 

둘째, 요양시장 특성상, 독보적 1위 없어
국내 요양시장에서 현재 대기업의 입지는 좁다. 영세한 규모의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형성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장의 개인사업자 비율은 75.7%이다. 그중 스타트업의 주력 진출 분야인 재가급여기관도 국내의 95% 이상이 개인사업자다. 국내 방문요양 1위라고 홍보하는 케어링의 수급자 수 기준 시장 점유율은 0.6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회보험 제도를 가진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개호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시장은 2021년 11조엔(96조원)를 돌파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요양시장은 독보적 1위는 없다. 업계 1위라 불리는 일본의 니치이학관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도 1.3% 수준이다. 상위 5개 기업이 차지하는 매출은 단 5.3%인 상황이다. 나머지 94.7%는 개별 영세 기업들이 개호보험 시장을 나눠 먹고 있다.

현 요양 사업자의 관심은 온통 시설 인프라 확충이다. 새로운 지역에 기관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방문요양의 경우 모든 수급자 가정을 매월 1회 이상 방문하도록 사회복지사를 채용하도록 규정하는데, 일부 스타트업은 최소한의 사회복지사만 뽑고 있다. 방문요양기관에 수급자가 30명, 60명, 90명이어도 사회복지사가 1명이다.

노인 돌봄은 휴먼서비스인데, 기관이 영세할수록 돌봄의 유연성이 돋보인다. 나라의 수가를 받는 급여시간에만 어르신을 방문하는 대기업과 달리, 영세한 센터장은 수급자의 요청 시 급여 외에도 가정 방문이 잦다. 향후 케어 스타트업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아닌 진짜 케어에 대한 진정성이 시급한 과제다.

 

<저작권자 © 요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주요뉴스
체험기
가이드
인터뷰
칼럼
댓글쓰기

[기자수첩] 투자 몰리는 케어 스타트업 환상과 현실 구분해야

  • 관리자
  • 2024.01.05 16:36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