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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북] 8년간 아내의 암 투병을 지켜본 남편의 간병기…절박함, 아쉬움, 그리움

  • seraday06***
  • 2024.04.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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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책이 우리 곁에 오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세상 속에서 보’고’ 느끼’고’ 나서야 쓰입니다. ‘AND북’은 책이 탄생한 사회를 주목하며 읽을거리를 소개하겠습니다.]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표지. [사진= 출판사 홀리데이북스]

한때 ‘펜벤다졸’은 암 환자를 놀라게 한 신약이었다. 통증이 사라지고 각종 수치가 좋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 약은 동물용 구충제로만 허가된 의약품이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한 제약사의 검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들이 직접 복용하면서 ‘셀프 임상’이 진행됐다. 사람들이 바보라서 이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다. 완치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다.

8년간 아내의 난소암 투병을 곁에서 간병한 남편의 시선을 담은 책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에서도 이 ‘절박함’이 짙게 묻어 있다. 더불어 보호자가 느끼는 아쉬움, 그리움이 그려진다. 암투병은 길은 멀고 고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완치’라는 단어도 이 세계에서는 다르게 불린다. 암세포가 사라진 상태, ‘관해를 향한 여정에서 간병인의 고통과 절실함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저자 역시 그 과정을 거쳤기에 암 환자의 여정을 알렸다. 향후 보호자들의 간병과 대처가 더 효율적이기를 바란 게 그가 책을 집필한 의도였다.

 

암의 재발과 재재발을 겪으면서 절박함

관해 상태를 유지한 지 1년 8개월 만에 아내가 재발 판정을 받으면서 저자는 점점 절박해진다. 임상 3상 실험에 참여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장기 투여 시의 안정성이 확립되지 않았더라도 기존보다 더 좋은 약일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 기대대로 환자는 다시 관해 상태를 회복했지만 또다시 재발해 암과의 싸움이 계속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제 생명 연장의 치료제를 찾기 시작하면서 감정은 더욱 극대화된다. 예컨대 보호자로서 답답한 마음에 찾아본 신약 개발 뉴스를 보고서, 완치 사례도 하나 없고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A 치료제를 투여해 보러 일본행을 선택한다는 모습에서 잘 나타났다. 또 한 번은 다른 암 환자가 독일에서 B 치료의 효과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독일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응급상황이 생기면 한국보다 몇 배나 불리한 현지 의료 여건에도 그곳으로 떠난다고 결심할 만큼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독일행은 B 치료를 받던 그 환우가 사망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의료진과 보험사가 남긴 아쉬움… “완치는 아니고…생명 연장이 맞겠네”

보호자에게는 질병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상처다. 좀 더 예쁜 말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맨 처음 난소암을 진단한 모 대학병원 교수가 “완치는 아니고…생명 연장이 맞겠네”라고 한 혼잣말은 중증 환자의 완치 희망도 잃게 할 정도로 야박했다. 또 저자는 다리 부종으로 고생하는 아내의 앞에서 간호사가 “부종이 심해지면 피부로 물이 배어 나오는 것도 봤다”며 겁을 주는 말도 미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에게는 보험사 직원의 대응도 아쉬울 따름이다. 재재발로 끝내 사망한 아내의 실손보험을 해약하러 보험사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보험금 지급으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도 많은데, 몇억 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스트레스 없이 지급해 준 보험사에 대해 그는 감사의 표시를 했다. 그런데 돌아온 보험사 직원의 답은 “네”로 굉장히 형식적인 대답이었다. 이들의 사무적 응대는 아내의 암만큼이나 저자에게 상처였다.

 

간병이 제일 행복한 일, 그리움

살인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간병의 무게는 무겁다. 반면 저자는 간병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간병의 생활고를 겪지 않아도 될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상황이기에 느꼈던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배우자와의 이별이 불러올 고독을 알았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타지 생활을 오래하면서 고독을 경험한 바 있었다.  사실상 “간병하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말은 겁에 질린 그에 대한 위로이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는 아내가 그리웠다. 두 번이나 제사를 지내고도 꿈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서운할 정도였다. 그리고 집안의 식사 철칙도 바꾸지 않았다. 그는 늘 2만 원 이상의 통통하고 빛나는 갈치를 먹고 싶어했다. 그러나 검소한 그녀가 허락한 가격대는 늘 만 원 언저리였다. 아내의 사후, 이제 그는 그토록 원하던 고급 갈치를 먹을 기회가 주어졌지만 여전히 함께 먹어온 갈치를 먹기로 했다. 그녀를 추억하기 위함이다.

 

이후 그는 홀로 남겨졌다. 이번 경험으로 조문객 중 사별을 이미 경험한 친구들의 부의금 액수가 크고 전화 빈도가 높았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위로 받았다. 어릴 적 어머니가 남편을 잃은 슬픔보다 자식이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크다고 생각한 자신의 과거도 부끄러워한다. 공감이 모든 일에 중요한 전제임을 깨달은 것이다. 독자들도 절박함, 아쉬움, 그리고 그리움과 같은 감정을 경험한 주변인들에게 위로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요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tora_je*** 2024.04.09 10:06
    상상만 해도 너무 슬프네요
    tora_je***
    0 / 1000
  • fighti*** 2024.04.11 09:34
    너무 가슴 아프네요. 그래도 여유가 있던 분들이라 그나마 다행이네요
    fighti***
    0 / 1000
  • dudwls7*** 2024.04.12 12:53
    평생 살 것 같지만 현실은 우리 모두 이별을 앞두고 있죠
    dudwls7***
    0 /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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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북] 8년간 아내의 암 투병을 지켜본 남편의 간병기…절박함, 아쉬움, 그리움

  • seraday06***
  • 2024.04.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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