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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Talk] 요양보호사와 어르신 관계는 가족 같은 남, ‘말임씨를 부탁해’

  • seraday06***
  • 2024.04.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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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무비Talk’은 요양 및 시니어 관련 무비를 소개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는 코너입니다.] 

 

 

 

말임씨를 부탁해 포스터. [사진= 씨네필운]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우리나라의 1인 세대가 1,000만 명인데 여기서 5명 중 1명 꼴로 70대 이상 노인이다. 이 때문에 노인을 돌보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이용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 노인 돌봄의 주체가 ‘가족’에서 ‘요양보호사’로 변화하는 셈이다.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에서도 말임이 효자인 척하는 외아들과 가족 행세하는 요양보호사 중에 누구와 살고 싶은지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이런 고령사회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나 자신을 돌보는 책임을 지우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

 

85세의 노인 말임은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대구에서 홀로 살아간다. 그의 외아들 종욱은 이미 서울에서 가정을 꾸렸음에도 어머니가 걱정돼 가끔 본가에 들를 결심을 한다. 종욱이 “내려간다”는 소식을 전하면, 되려 어머니는 매번 “내려오지 말라”며 전화를 툭 끊는다. 그러면서도 말임은 아들이 온다는 소식에 기뻐한다. 이는 아들에게 부양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었다. 

 

 

 

 

아들을 외면하는 말임. [사진=씨네필운]

 

 

아들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계단을 청소하던 날, 말임은 넘어지고 만다. 이 낙상사고로 말임은 팔을 다쳐서 침대 위로 눕는 일도 힘에 부친다. 게다가 일시적으로 섬망 증세를 보이면서 언제 위험한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이에 아들 내외는 아픈 어머니를 홀로 둘 수는 없단 마음에 서울로 같이 올라가자고 말한다. 당연히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상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말임은 이 제안을 거부한다.

 

앞서 아들의 전화를 끊었을 때와 동일한 이유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무엇보다 그는 아들 부부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점이 컸다. 게다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 것은 물론 서울 아들 내외의 아파트에 사는 건 상상만 해도 갑갑할 따름이었다. 결국 이런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종욱은 요양보호사의 힘을 빌려 어머니를 돌본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 부양이 요양보호사의 몫이 된 것도,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깊은 속내가 아닐까’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남 같은 가족 vs 가족 같은 남

 

여기에 더해 이 영화는 가족의 진짜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외아들 종욱과 요양보호사 미선이 말임을 대하는 게 대조적인 부분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외아들 종욱은 구직 중인 백수이면서 아내와 딸을 책임져야 할 가장의 무게가 무거웠다. 그래서인지 요양보호사 월급을 매달 150만 원씩 지급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결국 만기를 앞둔 적금을 해약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차에 더 저렴한 비용으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이용하기로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말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집을 떠나기 전 인사하는 모습. [사진=씨네필운]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만 제공되는 돌봄 서비스이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은 제도 적격자 여부를 위해 말임의 자택으로 찾아온다. 말임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정도로 건강 악화가 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종욱은 어머니에게 아픈 척을 하도록 요구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부양의 의무를 다하도록 노력한 일이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간병비를 아끼기 위해 어머니가 느낄 상실감은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반면 요양보호사 미선과는 내내 얼굴을 보고 지내면서 자연스레 정이 들게 된다. 미선은 아침과 점심도 모두 챙겨 주기도 하고, 이웃에 사기를 당해 거액을 주고 산 옥매트를 환불하다 싸울 때도 옆에서 있어 준다. 그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게 쓰러진 말임을 발견하고, 치매를 앓는 그를 돌보기로 자처한 것도 미선이었다. 이에 말임은 자신의 보호자로 ‘가족 같은 남’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말임씨를 부탁해>는 젊은 세대 층의 돌봄에 대한 부담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예컨대 경제적 여유와 상황이 여의치 않은 아들이 어머니를 직접 돌보지 않고, 요양보호사에게 돌봄 업무를 전가했다고 해서 마냥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양보호사와 노인이 형성한 새로운 대안가족 형태의 도래는 사회시스템의 변화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나’ 혹은 ‘내 가족’을 돌봐 주는 요양보호사를 맞이할 때, 그를 고마운 마음을 담아 새로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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