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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iN] 요양보호사는 돌봄 전문가, “프로답게 대처하고 존중받읍시다”

  • 2023.08.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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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요양iN’은 요양 관련 협회, 요양 및 사회복지학계, 헬스케어 기업 및 정치인 등을 만납니다. 시니어의 행복한 노년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15년 경력의 요양보호사 A씨
15년 경력의 요양보호사 A씨

언론에서 노인학대 피해가 연일 보도되면서, ‘장기요양 서비스의 질’에 대한 사회 불안감은 커졌다. 요양보호사는 노인 돌봄의 최전선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요양원은 노인학대 양산지라는 오명을 쓰고, 요양보호사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돌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돌봄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8월 11일 요양뉴스는 ‘자타공인 프로’ 요양보호사 A씨를 만났다. 재가센터에서 5년, 요양원에서 10년. 도합 15년. 그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시작을 함께한 인물이다. 국내 굴지의 요양보호사 커뮤니티들에서도 적극적인 돌봄 정보공유로, 타 요양보호사들의 존경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더 배워야 한다는 A씨의 겸손함에 이번 인터뷰는 익명으로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요양보호사들의 소명 의식과 전문성 향상이 돌봄 환경과 처우 개선을 이뤄낸다고 믿는다. 일 못하는 요양보호사에게 센터장이 급여를 더 주고, 보호자가 존중을 해줄 리는 없다는 것이다. 또 부당한 대우에 대한 당당함의 원천은 전문 지식으로부터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문요양 5년 동안 대상자 30여 명을 돌봤다. 다른 요양보호사보다 훨씬 많은 노인을 만났는데, 돌봄 기술을 익히기 위해 동료 요양보호사에게 꺼려지는 대상자를 도맡기도 했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그는 틈틈이 공부해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의 현장의 이야기와 돌봄 철학은 요양보호사 15년의 관록이 묻어났다. 다음은 A씨와 일문일답이다.

 

Q. 한 곳의 장기요양기관에서 3년을 근무하면 받는 장기근속장려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네요. 왜 이리 이직이 잦으셨나요?

“장기근속수당은 전체 경력이 아닌 한 사업장에서의 근무햇수만 인정해 주기 때문에 받지 못했어요. 다양한 삶을 살아온 중년의 여성들이 요양보호사란 직업으로 뭉쳐 좋은 관계를 형성하며 같이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는 것도, 하고자 하는 열성도, 일을 해낼 체력도 다르기에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혼자서 10명 이상의 노인을 돌보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조율을 해 줘야 할 사업주 입장에서도 구인이 어려운 현실에서 원만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는 걸 잘 압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직을 결심한 이유죠.”

 

Q. 요양보호사 1명당 노인 2.5명을 돌보지 않나요?

“현행법상 수급자 대비 요양보호사 인력배치 기준이 2.5:1입니다. 실질적으로 요양보호사는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므로,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시설에서 기본이 7.5:1이 되는 겁니다. 이 와중에 연차를 쓰거나, 병가로 출근을 못하거나, 일이 서툴러 본인 몫의 대상자를 돌보지 못할 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더 일하게 됩니다. 동료가 해 내지 못하는 돌봄을 ‘내 몫이 아니다’라면서 외면한다면 방임이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일해야만 되네요.”

 

Q.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요양보호사는 왜 생겨날까요?

“요양보호사 대부분은 50~60대 주부인데 사실 집에서 놀아도 여기저기 아플 나이죠. 편히 쉴 시간도 없는 시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심신이 건강하지 않은 분들을 돌보기는 어렵습니다.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제대로 교육과 실습을 받지 않고 취업하기 때문이지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지만, 검색만 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예상 문제나 기출문제를 1시간만 풀어봐도 60점은 넘습니다. 실습은 제대로 할 곳이 있던가요? 성실히 실습할 곳을 원하고 부실한 실습에 문제 제기하는 실습생은 있던가요? 사실 따져야 하거든요. 대부분은 쉽게 자격증 취득하기 좋아합니다. 이렇듯 처음부터 준비되지 않은 요양보호사가 취업합니다.

또한 요양원에 입소하신 분들은 심신이 건강하지 않으셔서, 주변 상황을 살피면서 도와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아닙니다. 대소변 불편함을 느끼면 바로 화장실로 이동 도움을 드려야 만족하시고 낮에도 잠이 오면 옆 어르신들이 조용히 해 주길 바라시지요. 옆 어르신 죽을 떠드리는 걸 보시면서도 똥 나왔다 기저귀 갈아주라고 하시지요. 아무리 경력이 쌓이고 열의가 있어도 동시에 두 분 세 분을 돌봐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 모습들이 제삼자에겐 미흡하게 보일 수 있어요.”

 

Q. 모두가 사명감을 가지고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선생님께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의 필요성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신혼 초 시댁 어르신 한 분이 ‘물 좀 떠 오너라' 하시기에 시원한 물을 가져다드린 적이 있어요. 그때 언짢은 목소리로 '늙은이 이 다 빠지겠다' 하셔서 당황했죠. 이처럼 원래 노인의 심신 상태를 잘 알지 못하기도 했고, 다른 대상자 댁에 가더라도 몰라서 묻거나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주도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면 어느 대상자나 보호자도 자격증 취득한 전문가로 생각해 주지 않아요. 이것저것 물으면 존중하는 마음보다 갑 노릇 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요. 문제시되는 그들의 언행은 요양 보호사의 어설픈 근무 태도로부터 일부 기인한다고 봅니다. 프로답게 당당하게 대처하려면, 다양한 정보와 지식의 필요성이 절실했어요. 그래서 요양보호사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나누고, 개선 촉구를 도모했습니다.”

 

Q. 커뮤니티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보람도 느끼셨나요?

“요양보호사는 사업주와 비교하면 약자이고 '을'이지요. 정보 면에서도 아는 것이 적으니까요. 저 역시 요양보호사로 사업주의 지시와 관리 감독하에 일합니다. 약자의 입장에서 부당하다 싶은 건 어딘가에서. 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니 전국에 흩어져 일하는 다른 요양사분들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시작한 사람으로 먼저 알게 된 정보를 나누고자 했습니다.

몇 분은 조언에 힘 얻어 신고했다고. 또 좋은 결과 얻었다고. 소식 주셨어요. 이처럼 만족한 결과를 얻어 냈다고 전해오면 보람 느낍니다. 본 노인장기요양보험이란 제도만 안다면, 누구에게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겁니다. 바른 정보를 내세워 따지든 이해시키든 방법은 있지요. 누군가 막무가내로 갑질을 한다면 신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당당한 직업인으로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침묵해선 원하는 돌봄의 환경이, 대우가 주어지지 않아 목소리 높이게 됩니다.”

 

Q. 당당하게 대처했던 경험을 소개해 주세요.

“병원에서 지연되는 진료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초과 근무를 하면, 비급여로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합니다. 또 ‘분가해 사는 자녀들이 방문한다’며 음식 준비를 요청할 때 대상자에 한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게 규정되어 있다 말씀드립니다.

대상자가 보호자로부터 방임에 가까운 돌봄을 받고 있다 싶을 땐, 어떤 식으로 도와 드려야 어르신도 편안하면서 보호자도 쉽게 할 수 있는 돌봄 기술을 알려 드리죠. 가사 도우미처럼 생각하시고 집안 잡일을 두루 시키려 하실 때도, 80%를 공단에서 지원받는 만큼 공단에서 제공하라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 이해를 도와드리곤 합니다.”

 

Q. 좋은 돌봄 환경은 어떻게 구축할까요?

“표준교재에서 배운 대로 기본을 지키며 돌봄을 제공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이익이 우선시되지 않고요. 사업주와 대상자와 요양보호사가 동등한 권리와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나도 늙으면 마음 편히 요양원에 입소해야지’ 하는 소리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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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iN] 요양보호사는 돌봄 전문가, “프로답게 대처하고 존중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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