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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정문에? 80대 노인도 반대하는 ‘요양원 설립’ 결국 주민투표
금천남부새마을금고가 기존 본점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직영 요양원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사진=요양뉴스]
금천남부새마을금고가 관악우방아파트 입구의 지점을 연면적 798㎡로 노인 28명을 수용하는 직영 요양원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지만, 요양원 공사가 중단됐다. 지역주민들이 41회나 집회에 나설 만큼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3일 새마을금고는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를 만나 요양원 설립을 주민투표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투표 기간인 5월 8일부터 11일까지 공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투표 결과에 따라 요양원 찬성이 우세할 시 그대로 요양원 설립이 추진되고, 만일 요양원 반대 의견이 높을 시 100명 규모의 주야간보호센터로 운영될 전망이다. 투표권은 관악우방아파트 입주민 총 671세대에게 부여되고 있었다. 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린 주민투표는 고령의 입주민 여럿이 투표참관인으로 자리를 지킨 가운데 진행됐다.
집값도 하락하고 아파트 부지 무단 사용…언질 없이 깜짝 ‘공사’ 더욱 화나
관악우방아파트 단지 내에 구급차가 진입했다. [사진=요양뉴스]
이날 만난 지역주민들은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요양원 반대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지팡이를 짚고 투표소 인근을 지나던 80대 주민 이모 씨는 “집값 내려갈지 걱정되니까 사람들이 이렇게(투표함을 가리키며) 나와 있지. 나이랑은 상관없다”면서 “환자들도 삐약삐약 시끄럽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관악우방아파트 후문에 이미 금천구립사랑채요양원이 들어서면서 앰뷸런스가 들어선 것을 경험한 바 있었다. 실제로 본지가 방문한 9시 30분경 구급차가 아파트 단지 내로 진입했다.
집값 하락 외에도 주민들은 공통으로 주차장 무단 이용 및 교통 불편을 우려했다. 전월세 거주자인 40대 양모 씨는 “요양원 정문 위치 상, 요양원 관계자 차량 출입 시에101동 주차장 앞을 지나야 한다. 이 길이 좁은데 어떻게 다닐 것인지에 대해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공사 허가 과정에서 장애인 출입이 용이하도록 요양원 정문이 대로변에서 아파트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더 주차장 불법 사용이 빈번해지고 길목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가 내걸은 현수막. 현재 주민투표 중인 관계로 현수막은 내려갔다. [사진=신철호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특히 지역주민들은 새마을금고 측이 상의 없이 일을 진행한 데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40대 한 모씨는 “요양원 방문 차량이 아파트 단지 내 길을 사용하면서 언질없이 일을 처리했다”고 토로했다.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도 “새마을금고는 1년간 우방주민을 우롱하듯 속였다”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새마을금고 “요양원 설립 찬성해야”…‘반대 이유’도 정면 반박
금천남부새마을금고(왼쪽)와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입장문. [사진=요양뉴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금천남부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요양원 설립은 돌봄 수요 해결과 일자리 창출로 사회공헌사업에 기여하겠다는 새마을금고의 계획이다.
이에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입주민들에게 요양원 설립에 대해 ‘찬성’ 투표를 독려했다. 어르신 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주야간보호센터는 다수 인원을 관리하면서 빈번한 차량 진입으로 출퇴근 시간 혼잡이 예상되고 불특정 다수 출입으로 이동 불편이 야기되지만 요양원은 소수 인원(28명)을 24시간 관리하면서 앰뷸런스 출입이 흔치 않다는 게 주요 골자다.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주야간보호센터로 다시 리모델링하는데 사용되는 인테리어 비용 약 1억 4천만 원을 우방아파트 발전 기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예시로서 현 입주자별 20만 원가량 관리비 일부 지원, 입주민 고등학생과 대학생 장학금 지원, 요양원 입소 우선권 부여 및 일자리 우선 채용 등을 제안했다.
지역주민들이 우려하는 반대 이유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요양원은 생활시설로서 앰뷸런스를 보유하지 않아 빈번하게 오갈 일이 없다. 응급환자가 생겨도 119대원은 결코 도심가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다니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며 주차장 불법 사용에 대해서는 “요양원보다 은행이 훨씬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매일 왕래한다. 만약 요양원 관계자가 아파트 내부 주차장을 이용한다면 비용 납부를 하거나 불허용으로 임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집값 하락 우려도 노인 비하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시내 곳곳에 장기요양기관들이 도심 상권에 자리한 상황에서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요양원은 설립 시 이미 구청 허가를 통해 진행되는 과정이므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못한다고 적극 해명했다.
금천구청 어르신장애인과 관계자는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노유자시설로 용도변경이 최종 승인되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면서 “노인복지법 법령에 따르면 요양원 시설기준에 인근 주민의 통행 불편 등은 심의 항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리법인이 사유지에 요양원 설립 시 인근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령은 없지만, 이 같은 공사 중단 등의 사태를 방지하는 측면에서 공청회와 같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연지 기자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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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D-1] 노인 돌봄, 총선 키워드는 맞는데…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은 ‘빈약’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4·10 총선 공약은 ‘노인 돌봄’에 초점이 맞춰졌다. 인구 고령화에 유권자들의 부양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좋은 돌봄의 시작인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에 대한 논의는 공약으로 포함되지 않아,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 위해 “임금 보장하고, 간병인도 요양보호사 만들어야”
좋은 돌봄은 좋은 일자리에서 나온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졌다. 한국은행이 제안한 외국인 간병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제에 돌봄 업계의 반발이 거센 이유도 ‘돌봄노동이 값싼 노동으로 치부되면 안 된다’는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이에 요양업계는 제22대 총선을 겨냥해 돌봄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돌봄 노동자 7대 총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사진=요양뉴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 노동조합(이하 민주노총)은 지난 3월 5일 돌봄의 국가 책임 실현,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돌봄 노동자 7대 총선 요구안’을 전국 9곳에서 발표했다.
7대 요구 공약은 ▲돌봄의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국가의 돌봄 의무 강화 및 돌봄 노동자 처우개선법 제정, 시군구별 국공립 시설 30% 의무화 ▲요양보호사 적정 임금 보장 ▲존엄케어를 위한 인력 확충 ▲사회서비스원 확대 및 강화 ▲아동 돌봄 노동자 전국 단일 임금제 시행 ▲아동 돌봄 노동자 고용안정 보장 ▲노조를 설립할 권리 보장이다.
보건복지부 등록 비영리민간단체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회장 민소현)도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주요 정당에 요양보호사의 권익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안했다고 8일 밝혔다.
정책 제안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CBT 시험장 추가 설치 ▲ 간병비 국가책임제 시범사업의 성공적 시행을 위한 요양보호사 2급 자격증 입법 추진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예컨대 요양보호사 2급 자격증 입법의 경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간병인 인력을 국가 자격인 요양보호사로 유입시키는 방안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당시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1급과 2급으로 나뉘었지만, 지난 2010년 단일화된 바 있다. 국내 간병인 인력난을 해결하고 질적 제고를 위해 2급 요양보호사 제도 부활과 함께 2급 요양보호사 무시험 자격 도입이 절실하다는 게 정책 제안의 주요 골자다.
여야 주요 정당, 정책 제시가 빈약하거나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공약은 빠져
돌봄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돌봄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장기요양기관 운영자는 수급자의 체위 변경할 체력도 남지 않은 70대 요양보호사를 채용하는 상황이다.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이 없다면 돌봄공백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야 주요 정당의 돌봄 노동자 처우개선 공약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제22대국회의원선거 총선공약집 일부 발췌.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간병인 양성체계 마련해 간병의 질적 향상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권 확장을 통한 공적 돌봄 대상 어르신 확대 등의 공약을 내놨다.
주로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심의 정책으로 장기요양급여 전반의 서비스 질 향상과 공공성 제고를 위한 내용이 부재했다. 특히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낮았다. 요양‧가사‧간병 등 관련 서비스를 대폭 확충키로 했지만, 관련 돌봄 인력 충원 계획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선심성 공약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로 꼽히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처우 개선”도 제안만 하고, 실현 방안은 알려지지 않았다.
국민의힘도 요양병원 위주의 간병비 부담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본 사업 전환 ▲ 서민과 중산층 대상 실버타운 공급 대폭 확대 ▲요양병원 치매안심병원 지정 확대 등의 공약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간병인의 업무 경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장기요양보험의 복지용구 예비급여 시범사업 대상 품목 및 연 한도액 확대 검토와 같은 공약을 제외하면, 사실상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을 겨냥한 공약조차 없었다.
지난 3월 20일 열린 돌봄 노동자 총선요구발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도 여야 정당에 “돌봄 인력 부족으로 미래의 돌봄공백 대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돌봄 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요양보호사들의 지위 향상과 권리 보호가 선행되지 않으면 좋은 돌봄은 부족할 수밖에 없으므로, 2025년 다가올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정책 공약이 나와야 한다는 게 요양업계의 일반적인 중론이다.
최연지 기자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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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북] 8년간 아내의 암 투병을 지켜본 남편의 간병기…절박함, 아쉬움, 그리움
[편집자주: 책이 우리 곁에 오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세상 속에서 보’고’ 느끼’고’ 나서야 쓰입니다. ‘AND북’은 책이 탄생한 사회를 주목하며 읽을거리를 소개하겠습니다.]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표지. [사진= 출판사 홀리데이북스]
한때 ‘펜벤다졸’은 암 환자를 놀라게 한 신약이었다. 통증이 사라지고 각종 수치가 좋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 약은 동물용 구충제로만 허가된 의약품이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한 제약사의 검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들이 직접 복용하면서 ‘셀프 임상’이 진행됐다. 사람들이 바보라서 이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다. 완치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다.
8년간 아내의 난소암 투병을 곁에서 간병한 남편의 시선을 담은 책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에서도 이 ‘절박함’이 짙게 묻어 있다. 더불어 보호자가 느끼는 아쉬움, 그리움이 그려진다. 암투병은 길은 멀고 고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완치’라는 단어도 이 세계에서는 다르게 불린다. 암세포가 사라진 상태, ‘관해를 향한 여정에서 간병인의 고통과 절실함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저자 역시 그 과정을 거쳤기에 암 환자의 여정을 알렸다. 향후 보호자들의 간병과 대처가 더 효율적이기를 바란 게 그가 책을 집필한 의도였다.
암의 재발과 재재발을 겪으면서 절박함
관해 상태를 유지한 지 1년 8개월 만에 아내가 재발 판정을 받으면서 저자는 점점 절박해진다. 임상 3상 실험에 참여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장기 투여 시의 안정성이 확립되지 않았더라도 기존보다 더 좋은 약일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 기대대로 환자는 다시 관해 상태를 회복했지만 또다시 재발해 암과의 싸움이 계속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제 생명 연장의 치료제를 찾기 시작하면서 감정은 더욱 극대화된다. 예컨대 보호자로서 답답한 마음에 찾아본 신약 개발 뉴스를 보고서, 완치 사례도 하나 없고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A 치료제를 투여해 보러 일본행을 선택한다는 모습에서 잘 나타났다. 또 한 번은 다른 암 환자가 독일에서 B 치료의 효과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독일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응급상황이 생기면 한국보다 몇 배나 불리한 현지 의료 여건에도 그곳으로 떠난다고 결심할 만큼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독일행은 B 치료를 받던 그 환우가 사망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의료진과 보험사가 남긴 아쉬움… “완치는 아니고…생명 연장이 맞겠네”
보호자에게는 질병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상처다. 좀 더 예쁜 말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맨 처음 난소암을 진단한 모 대학병원 교수가 “완치는 아니고…생명 연장이 맞겠네”라고 한 혼잣말은 중증 환자의 완치 희망도 잃게 할 정도로 야박했다. 또 저자는 다리 부종으로 고생하는 아내의 앞에서 간호사가 “부종이 심해지면 피부로 물이 배어 나오는 것도 봤다”며 겁을 주는 말도 미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에게는 보험사 직원의 대응도 아쉬울 따름이다. 재재발로 끝내 사망한 아내의 실손보험을 해약하러 보험사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보험금 지급으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도 많은데, 몇억 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스트레스 없이 지급해 준 보험사에 대해 그는 감사의 표시를 했다. 그런데 돌아온 보험사 직원의 답은 “네”로 굉장히 형식적인 대답이었다. 이들의 사무적 응대는 아내의 암만큼이나 저자에게 상처였다.
간병이 제일 행복한 일, 그리움
살인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간병의 무게는 무겁다. 반면 저자는 간병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간병의 생활고를 겪지 않아도 될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상황이기에 느꼈던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배우자와의 이별이 불러올 고독을 알았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타지 생활을 오래하면서 고독을 경험한 바 있었다. 사실상 “간병하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말은 겁에 질린 그에 대한 위로이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는 아내가 그리웠다. 두 번이나 제사를 지내고도 꿈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서운할 정도였다. 그리고 집안의 식사 철칙도 바꾸지 않았다. 그는 늘 2만 원 이상의 통통하고 빛나는 갈치를 먹고 싶어했다. 그러나 검소한 그녀가 허락한 가격대는 늘 만 원 언저리였다. 아내의 사후, 이제 그는 그토록 원하던 고급 갈치를 먹을 기회가 주어졌지만 여전히 함께 먹어온 갈치를 먹기로 했다. 그녀를 추억하기 위함이다.
이후 그는 홀로 남겨졌다. 이번 경험으로 조문객 중 사별을 이미 경험한 친구들의 부의금 액수가 크고 전화 빈도가 높았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위로 받았다. 어릴 적 어머니가 남편을 잃은 슬픔보다 자식이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크다고 생각한 자신의 과거도 부끄러워한다. 공감이 모든 일에 중요한 전제임을 깨달은 것이다. 독자들도 절박함, 아쉬움, 그리고 그리움과 같은 감정을 경험한 주변인들에게 위로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최연지 기자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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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러다 요양보호사 업무 범위 바뀌나?
A 씨가 받은 장루 교체를 위한 도구. [사진=제보자]
“법이 바뀌어서 요양보호사 업무가 됐나요?”
지난 3월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A 씨는 인공항문인 장루 교체 업무 지시를 받았다. 가족 중에 장루 환자가 있었던 A 씨는 당연히 “해당 업무가 요양보호사의 업무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결국 장루 교체를 실시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의료 직역 간의 업무 범위 불분명의 여파로 장기요양현장에서도 혼동이 발생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면허를 가진 의료인만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요양보호사는 비의료인으로서 장루관리를 할 수 없다. 의료행위는 간호조무사도 700시간 이상의 전문교육,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경우에 대해 방문요양급여에서 할 수 있도록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센터장과 보호자는 의료행위인 장루케어를 담당할 요양보호사 구인 공고를 올렸다. [사진=요양보호사 채용공고 누리집]
그런데 이 의료행위가 요양보호사의 몫으로 넘겨지는 모양새다. 양주시 소재의 한 방문요양센터는 채용공고에 대놓고 “장루케어 입주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모집한다”고 공개했다. 심지어 이 센터는 “대장암 수술 후 장루 착용 중으로 장루 교체에 거부감 있으시면 지원 절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는 “비의료인인 요양보호사에 의한 의료행위는 의료법 위반이며 요양시설은 입소자들이 촉탁의사(월 2회 이상 시설 방문) 또는 협약 의료기관 등을 통해 의료적 처치를 받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에서 업무 범위로서 2019년(위쪽)본에는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제외했지만, 2023년(아래쪽)본은 해당 표현을 순화했다. [사진=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
보건복지부의 관리 감독하에 집필된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2019년)에서도 요양보호사의 제한된 업무로서 “노인장기요양보험 표준서비스 분류 중 기능회복훈련, 간호처치 서비스 등은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자격을 갖춘 자가 제공해야 하므로 요양보호사의 업무에서 제외된다”고 표현했다.
한편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2023년 개정판)에서 입장 변화가 감지됐다. 개정판에는 “‘단독이나 전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제외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의료법상 요양보호사의 의료행위는 불법이지만, 현장의 실태를 반영해 관련 내용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단독’이나 ‘전적’이 아니라면 수행 가능하다는 해석인데, 여기서 문제는 이 정의들의 해석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정확한 업무 분장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현업의 요양보호사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요양뉴스가 요양보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해 묻고자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통화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표준교재 연구 책임인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서동민 교수는 “장기요양현장은 다양한 직종이 협업하는 구조이다. 요양보호사의 단독 업무 수행으로 발생할 법적 책임에서 보호해 주기 위해 업무 제한 규정을 두었다”고 강조하면서 “근본적인 업무 분장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연지 기자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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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의료복지시설 ‘헬스케어 리츠’, 괜찮을까?
헬스케어 리츠 사업 위치도. [사진=국토교통부]
국내 최초로 부동산투자회사인 ‘헬스케어 리츠(REITs)’ 사업자가 경기도 화성시 동탄지구 내 의료복지시설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로써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소유와 운영의 분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열었다. 그러나 설립 주체와 시설 운영사가 달라지면서, 돌봄 서비스 질 저하 우려도 나온다.
리츠가 주목받는 이유
리츠의 기본 구조. [사진=국토교통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와 LH는 화성동탄2 택지개발사업지구 내 의료복지시설 용지에 ‘헬스케어 리츠’ 사업에 참여할 민간사업자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의료복지시설 용지에 시니어 주택을 비롯한 의료·문화·주거 등을 복합 개발할 계획인데, 국내 최초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 운용해 얻은 이익을 분배하는 회사인 ‘리츠’를 통해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계획안은 시니어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노인 돌봄은 서비스의 지속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임대료가 밀려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지 않도록 현행법상 정부는 노인복지시설의 소유주와 운영사의 분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투자사들은 직접 지사 설립 대신, 요양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시니어 시장에 진출했다.
노인복지시설 임차의 초점이 ‘불가’에서 ‘허용’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한해 소유주와 운영사의 분리를 허용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활성화 방안 연구 관련 공청회’에서 강남구 등 임대료가 비싼 일부 지역에 임차 요양원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국토교통부는 현 39개에 불과한 실버타운 활성화를 위해 리츠를 허용한다.
리츠의 실버타운 육성 효과성은 이미 해외에서 입증된 바 있다. 실례로 2022년 기준 국내 장기요양 시설급여 시장 규모가 약 6.2조인데, 헬스케어 리츠의 미국 시장 규모는 국내의 20배가 넘는 125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하이투자증권의 ‘글로벌 회사 브리핑(Global Company Brief)’에 따르면 대표적인 미국 최초의 헬스케어 리츠 웰타워(Welltower)는 노인주거시설과 진료시설 등 임대 운영 사업을 통해 시가총액 규모가 43.5 십억 달러(5조 8698억, 4월 1일 기준)이며, 연 환산 배당수익률은 3.0%에 달한다.
서던 크로스 사태, 의료복지시설도 마찬가지
국토교통부 남영우 토지정책관은 헬스케어 리츠 사업에 대해 “시니어의 주거 안정에 기여함과 동시에 국민에게는 새로운 부동산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민간사업자에게는 헬스케어 시장 내 신규 사업모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성공적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의 포부와 달리 사업 실패로 야기될 시니어 주거 안정성 우려도 제기된다.
헬스케어 리츠는 투자자들이 자금만 대고 건물을 지으면, 위탁 운영사가 모든 운영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다. 즉 배당금으로 투자 수익만 매번 챙기면서 위험부담은 전문 운영사에 전가한다. 대구대학교 부동산학과 박원석 교수는 한국경제지리지학회지에 기고한 ‘헬스케어 REITs의 성과 및 운영 특성과 국내 실버산업에의 활용 방안에서 “헬스케어 리츠의 경쟁력은 헬스케어시설 운영자가 얼마나 우량한 임차인인가에 달려 있다”며 “임대료 수입이 단독 임차인의 사업 성패에 좌우되는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기 자본의 유입으로 요양시설 노인이 주거지를 잃었다. [사진=이미지 빙 크리에이터]
투기자본의 유입으로 돌봄 서비스 질 하락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의 ‘서던 크로스 헬스 사태’다. 사모펀드는 노인요양시설 750개 사를 운영했던 이 회사를 소유하면서, 유동적인 현금 확보를 위해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단기 수익 창출에 힘썼다. 그러면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임차료 부담이 늘자, 아예 2012년 파산하고 말았다.
당시 영국의 요양시장 점유율 1위였던 서던 크로스의 파산 여파로 입소자 3만 명은 한 순간에 갈 곳을 잃었다. 더불어 운영 미비로 확인된 학대 피해자만 27명, 사망자는 5명이었다. 의료복지시설의 소유와 운영 분리의 폐해는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 운영업체의 역량이 주요한 투자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향후 헬스케어 리츠에 적합한 운영사가 선정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월 윤석열 정부가 노인복지법을 개선해 노인주거복지 사업에 위탁 운영사 규제를 완화하기로 발표하면서, 사업 경험자 외에도 다양한 사업자가 운영사로 거듭나도록 바뀌었다. 노인시설 운영 노하우는 없지만 요양 시장 진출을 신사업 전략으로 삼고 있는 보험사가 ‘헬스케어 리츠의 의료복지시설 전문 운영사’로도 선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연지 기자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