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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남부새마을금고, 주민들 반대에 요양원 아닌 ‘주야간보호센터’ 설립
우방아파트 정문 앞에 위치한 금천남부새마을금고 건물. [사진=요양뉴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우방아파트 정문 앞에 요양원 시설공사 찬반을 놓고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부정선거 의혹 제보를 받았지만, 투표 결과에 승복하고 요양원이 아닌 주야간보호센터를 설립한다고 14일 밝혔다.
우방아파트 주민들, 대부분 ‘요양원 설립’ 반대 위해 투표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본점을 이전하면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28인 규모의 요양원을 설립하고 오는 10월 개원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공사는 난항을 겪었다. 해당 건물이 법인 사유지이지만 우방아파트 정문 앞에 자리한 아파트 내 상가인 만큼 주민 동의 없이 노유자시설로 건물 용도를 변경한다는 것에 대해 우방아파트 입주민들과 충돌을 빚었다.
이에 새마을금고 금천남부지점은 관악우방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우방입대위)와 요양원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만나 5월 8일부터 11일까지 관악우방아파트 입주민 671세대의 주민투표로 요양원 시설공사 진행 여부를 결론짓기로 했다.
이 합의안에 따라 찬성이 높을 시 새마을금고 원안대로 요양원 공사를 원활히 진행하도록 우방입대위와 비대위가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만약 반대가 우세할 시 기존 건물을 대형 주야간보호센터로 계획안을 변경해 공사를 이어 나가기로 협의했다.
우방아파트 정문 앞 요양시설 공사 찬반 투표 현황. [자료=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가공=요양뉴스]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관리사무소 앞 현장 투표와 투표 참관인들이 집 앞으로 찾아가는 방문 투표소에서 진행된 투표 결과 유권자 671세대 중 607세대가 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이 90.5%로 집계됐다. 입주민들이 구급차, 요양시설 방문 차량 등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교통 불편을 예상한 가운데, 요양원 시설공사 건물과 가장 가까운 우방아파트 101동, 102동, 103동은 투표율이 평균 투표율을 소폭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양원 시설공사 찬반 투표 결과. [사진=신철호 요양원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특히 무효 5표를 제외하면 요양원 반대 558표가 91.9%에 달했다. 요양원 설립 찬성에 표를 던진 입주민은 44명(7.2%)에 불과했다.
개표 이틀 후에 ‘주야간보호센터’ 확정된 이유는?
요양원 설립 반대투표가 우세했으나 입주민들의 부정 선거 의혹으로 개표 결과 이행 여부가 이틀이나 지연됐다. 5월 11일 오후 5시 투표 마감 직후 즉시 개표를 진행했지만, 13일 오전으로 주야간보호센터 설립 이행 발표가 미뤄진 것이다.
발표 지연 사유는 한 주민의 제보였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금천남부새마을금고 이사는 입주민이 투표권을 보유한 다른 입주민에게 현물을 제공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투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관련 사실을 인지한 만큼 내부적으로 별도 회의를 거쳐야 했다.
앞서 입주민들은 41회 동안 “아파트 정문에 요양원은 절대 안 된다”고 길거리 집회를 통해 목소리 낸 바 있다. 신철호 비대위 사무국장은 “입주민 중 ‘아주머니 봉사회’ 단장의 남편이 길거리 집회에 참여한 입주민들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주민 80여 분에게 식사권을 제공했다. 이게 문제가 됐지만 청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13일 오전 10시에 금천남부새마을금고 이사장과 감사, 상임이사, 우방입대위 대표 및 비대위 회장 및 사무국장 등 14명의 관계자가 만나서 요양원이 아닌 주야간보호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주민투표 기간 중단했던 공사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새마을금고 측에서도 6대 4 정도면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지만, 반대표가 90% 이상인 만큼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반대가 거센 줄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사실을 토대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주야간보호센터를 짓겠다”고 말했다.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설계 변경 및 구청 허가 등 재정비 시간을 갖고 주야간보호센터 운영 기반을 마련한다. 이번에 신설되는 주야간보호센터는 어르신 100명을 수용하는 다인원 시설로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개원할 예정이다.
최연지 기자
2024.05.14
54724
[복지인물iN]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 사회사업가 면모 빛나
[편집자주: ‘복지인물iN’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복지에 감사하며 복지와 관련된 인물의 업적, 비하인드 등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소식으로 매주 찾아오겠습니다. 복지의 여정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유한양행은 지배구조가 독특한 제약회사다. 교육사업을 담당하는 유한학원, 공익사업을 펼치는 유한재단 등 공익법인이 약 3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사회복지 증진에 기여해 온 것이다.
이는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고,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라는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1895~1971) 박사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기업에서 얻어진 이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일한 박사는 성공한 기업인이면서 교육 분야에서 빛을 발한 사회사업가다.
기능공 양성해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
유일한 박사는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국가, 교육, 기업, 가정 순”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31살에 현재 가치로 250억 원 상당의 자산가치를 보유한 라초이 식품회사(La Choy Food Product Inc)를 운영했으나 1927년 고국으로 귀국해 유한양행을 설립한 것도 국가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 시기였기에 동포들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에 유일한 박사는 “건강한 국민만이 잃었던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제약업을 선택했다.
그는 “기업의 기능에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육을 받은 사람은 능력이 개발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나, 교육을 받지 못하면 잠재된 능력은 빛을 보지 못하고 시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에 유일한 박사가 귀국 이후 개인적으로 꾸준히 진행해 온 장학·공익사업은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본격화되었다.
고려공과기술학원(현 유한공업고등학교) 정문. [사진=유한공업고등학교]
1952년 유일한 박사는 사재를 털어 고려공과기술학원을 설립했다. 당시 육체노동은 천한 일로 여겨지면서, 나라에 필요한 기능공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해 그는 빈민층 청소년들에게 교육과 의식주를 공급하면서 자립의 기회를, 나라에는 인력을 제공해 왔다. 고려공과기술학원은 현 유한공업고등학교로 학교 이름이 변경되었으며, 유 박사의 뜻에 따라 유한중학교와 유한대학교도 설립됐다.
더 나아가 교육장학사업과 사회원조 사업을 위해 생전에 유한양행 주식 9만 6,282주 등 자기 재산을 출연해 1970년 유한재단의 전신인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을 발족했다. 그는 외국 출장 시 ‘유한양행 명함’보다 Educator(교육가) 명함을 즐겨 사용했다는 일화도 유명할 정도로 인재 양성을 중요시했다.
사회에 재산 환원…배당금으로 교육 및 사회공헌 진행해
유 박사는 헌신적인 사회사업가로서 교육장학사업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공헌했다. 1956년부터 1968년까지 유한 사우공제회, 보건장학회, 유공관리기금 등을 설립했다. 1971년 3월 11일 76세에 별세하면서 세상에 공개된 유언장은 사회사업가로서 그의 면모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유일한 박사 유언장. [사진=유한양행]
“손녀 유일링에게 대학까지의 학자금으로 1만 달러를 준다. 딸 재라에게는 유한공업고등학교 안에 있는 묘소와 주변 땅 5천 평을 물려준다. 자신 소유 유한양행 주식 14만 941주는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에 기능한다.” 이는 유일한 박사 유언장에서 재산 처리에 관한 내용의 전문이다. 특히 기금에는 의료복지와 교육을 위한 목적 이외에 주식을 매매할 수 없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한때 유한양행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아들에게는 해고까지 강행하면서 아무것도 물려주지 않았다. 그저 대학까지 가르쳤으니 혼자 살아가라는 말만 전했다. 딸 재라에게 물려준 재산도 상속이 아니었다. 유 박사는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땅을 가꾸어 달라고 부탁을 남겼었다. 사실상 전 재산을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을 통해 사회에 환원한 셈이다. 현재 이 기금은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으로 분할됐다.
따라서 유한재단과 학원은 유한양행에 총 약 24%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로써 배당수익으로 사회공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유한재단은 장학사업과 교육사업지원, 봉사상시상, 재해구호사업, 사회복지사업 등을 실시 중이며 유한학원은 유한공업고등학교와 유한대학을 운영한다. 사회공헌사업을 지속해 온 유한양행은 한국능률협회가 선정하는 '2024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서 21년 연속으로 산업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고 창업주 유일한 박사 정신을 이어 1969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경영 환경·사회·지배(ESG) 경영은 유한양행을 국내 대표 제약기업으로 성장하게 했다. 그런데 최근 임원들이 창업주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박사가 혈육에게도 물려주지 않은 회사였지만 임원 일부가 사유화하기 위해 ‘회장직’을 신설했다는 이유에서다. 유 박사의 창립 정신 그리고 이를 존중해 많은 권리를 포기한 일가족 앞에서 회장직은 누가 될지, 사회사업가 정신이 훼손되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연지 기자
2024.05.13
54731
[무비Talk]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우리가 노부모를 대하는 태도
[편집자주: ‘무비Talk’은 요양 및 시니어 관련 무비를 소개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는 코너입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틸컷 [사진=CGV아트하우스, 대명문화공장]
가정의 달인 5월에 제격인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올해로 개봉 10주년을 맞이했다. 이번 영화는 어른과 노인에 대한 존경을 되새길 수 있도록 제정된 어버이날을 맞이해 진정한 어버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는 환갑이 넘는 나이에도 금실 좋은 부부가 출연한다. 커플 한복을 맞춘 채로 손을 꼭 잡고 밖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함께 먹고 눈사람을 만들며 노는 모습에서 노부부의 사랑이 잘 나타난다. 그리고 그 결말이 죽음임을 보여줘 많은 관객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76년을 잉꼬부부로 보내던 중 영화 후반부에 조병만 할아버지(98)는 강계영 할머니(89)를 두고 세상을 먼저 떠났다.
노부부가 12남매 중 사망한 6남매를 생각하며 사 온 내복을 태우고, 할머니가 노쇠한 할아버지의 죽음을 대비하고 또 고인을 그리워하는 장면을 통해 영화는 ‘죽음’을 대하는 부부의 태도를 그렸다. 이 가운데 자식들이 노부부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도 드러난다. 우리가 돌봄 의무를 어디까지 다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장녀와 장남의 다툼 “어머니 아버지 살아 계시면 얼마나 사시겠어”
영화에서 노부부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자식들이다. 자식들이 노부모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감상하면 더욱 흥미롭다.
노부부의 남은 자식들인 3남 3녀는 강계영 할머니 생일에 일찍부터 모인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의 축하도 받고, 케이크 초도 끄는 생일을 보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정리를 하던 도중 누군가 “음식 좀 챙기라”는 말을 하자 여자 형제 중 첫째인 큰딸이 화가 났다. 벌써 집에 갈 준비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틸컷 [사진=CGV아트하우스, 대명문화공장]
큰딸은 “밥 한 끼 해주는 거 일 년에 두 번이야. 어쨌든 점심까지 해주고 다 치우고 가”라고 언급하면서 감정이 상한 큰아들은 “우리가 간다는데 왜 이렇게 말이 많냐”고 응수했다. 이어 큰딸이 “어머니 아버지 살아 계시면 얼마나 사시겠어. 이제 마지막으로 밥 한 끼 해 먹자는 거야”라며 울분을 토했다.
기념일에 부모님께 시간을 쓰는데 부담을 느끼는 형제의 태도에 감정이 상했던 것이다. 이 장면으로 관객들이 기념일 챙기기에만 급급해 정작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 등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자식들 등장 비중은 작지만 노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들
영화에서 자식들이 등장하는 순간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날이다. 장성한 자식들은 출가해 또 다른 가족을 이루고 있기에 할머니 생일, 할아버지 임종 직전일 때만 노부부에게 얼굴을 비췄다. 특히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촬영된 다큐멘터리답게 날이 서 있는 대화들과 슬픈 감정들이 묻어난 상황들이 돋보인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틸컷 [사진=CGV아트하우스, 대명문화공장]
조병만 할아버지의 건강 악화 소식을 듣고 본가로 내려온 장남은 다른 가족들에게 “병원에서 오지 말라고 하더래. 약도 없고 나이를 많이 잡수셔서 안 된다고 하더래. 내일 모여서 아버지 살아있을 때 와서 보라고 전화한다”고 전했다. 임종 직전인 아버지께 마지막으로 “아버지 고생 많으셨어요. 아버지 고생하신 거 제가 알아요”라고 읊조리기도 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자식들은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도 할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다시 뭉친다. 78분의 상영시간 중에 이들의 비중은 크지 않았으나 실제 노부부의 삶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임을 다시 상기할 수 있다.
강계영 할머니는 영화 개봉 이후 자식들 집에서 지냈다. 작년에는 경사도 있었다. 지난해 아흔아홉 생일인 백수연을 맞이한 것이다. 어버이날을 포함해 5월 가정의 달에 우리는 이런 기념일을 단지 해치워야 할 업무 중 하나로만 인식하지 말고 마음을 전하는 날들로 기쁘게 맞이하는 자세들이 필요하다.
최연지 기자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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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정문에? 80대 노인도 반대하는 ‘요양원 설립’ 결국 주민투표
금천남부새마을금고가 기존 본점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직영 요양원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사진=요양뉴스]
금천남부새마을금고가 관악우방아파트 입구의 지점을 연면적 798㎡로 노인 28명을 수용하는 직영 요양원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지만, 요양원 공사가 중단됐다. 지역주민들이 41회나 집회에 나설 만큼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3일 새마을금고는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를 만나 요양원 설립을 주민투표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투표 기간인 5월 8일부터 11일까지 공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투표 결과에 따라 요양원 찬성이 우세할 시 그대로 요양원 설립이 추진되고, 만일 요양원 반대 의견이 높을 시 100명 규모의 주야간보호센터로 운영될 전망이다. 투표권은 관악우방아파트 입주민 총 671세대에게 부여되고 있었다. 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린 주민투표는 고령의 입주민 여럿이 투표참관인으로 자리를 지킨 가운데 진행됐다.
집값도 하락하고 아파트 부지 무단 사용…언질 없이 깜짝 ‘공사’ 더욱 화나
관악우방아파트 단지 내에 구급차가 진입했다. [사진=요양뉴스]
이날 만난 지역주민들은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요양원 반대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지팡이를 짚고 투표소 인근을 지나던 80대 주민 이모 씨는 “집값 내려갈지 걱정되니까 사람들이 이렇게(투표함을 가리키며) 나와 있지. 나이랑은 상관없다”면서 “환자들도 삐약삐약 시끄럽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관악우방아파트 후문에 이미 금천구립사랑채요양원이 들어서면서 앰뷸런스가 들어선 것을 경험한 바 있었다. 실제로 본지가 방문한 9시 30분경 구급차가 아파트 단지 내로 진입했다.
집값 하락 외에도 주민들은 공통으로 주차장 무단 이용 및 교통 불편을 우려했다. 전월세 거주자인 40대 양모 씨는 “요양원 정문 위치 상, 요양원 관계자 차량 출입 시에101동 주차장 앞을 지나야 한다. 이 길이 좁은데 어떻게 다닐 것인지에 대해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공사 허가 과정에서 장애인 출입이 용이하도록 요양원 정문이 대로변에서 아파트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더 주차장 불법 사용이 빈번해지고 길목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가 내걸은 현수막. 현재 주민투표 중인 관계로 현수막은 내려갔다. [사진=신철호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특히 지역주민들은 새마을금고 측이 상의 없이 일을 진행한 데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40대 한 모씨는 “요양원 방문 차량이 아파트 단지 내 길을 사용하면서 언질없이 일을 처리했다”고 토로했다.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도 “새마을금고는 1년간 우방주민을 우롱하듯 속였다”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새마을금고 “요양원 설립 찬성해야”…‘반대 이유’도 정면 반박
금천남부새마을금고(왼쪽)와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입장문. [사진=요양뉴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금천남부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요양원 설립은 돌봄 수요 해결과 일자리 창출로 사회공헌사업에 기여하겠다는 새마을금고의 계획이다.
이에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입주민들에게 요양원 설립에 대해 ‘찬성’ 투표를 독려했다. 어르신 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주야간보호센터는 다수 인원을 관리하면서 빈번한 차량 진입으로 출퇴근 시간 혼잡이 예상되고 불특정 다수 출입으로 이동 불편이 야기되지만 요양원은 소수 인원(28명)을 24시간 관리하면서 앰뷸런스 출입이 흔치 않다는 게 주요 골자다.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주야간보호센터로 다시 리모델링하는데 사용되는 인테리어 비용 약 1억 4천만 원을 우방아파트 발전 기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예시로서 현 입주자별 20만 원가량 관리비 일부 지원, 입주민 고등학생과 대학생 장학금 지원, 요양원 입소 우선권 부여 및 일자리 우선 채용 등을 제안했다.
지역주민들이 우려하는 반대 이유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요양원은 생활시설로서 앰뷸런스를 보유하지 않아 빈번하게 오갈 일이 없다. 응급환자가 생겨도 119대원은 결코 도심가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다니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며 주차장 불법 사용에 대해서는 “요양원보다 은행이 훨씬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매일 왕래한다. 만약 요양원 관계자가 아파트 내부 주차장을 이용한다면 비용 납부를 하거나 불허용으로 임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집값 하락 우려도 노인 비하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시내 곳곳에 장기요양기관들이 도심 상권에 자리한 상황에서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요양원은 설립 시 이미 구청 허가를 통해 진행되는 과정이므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못한다고 적극 해명했다.
금천구청 어르신장애인과 관계자는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노유자시설로 용도변경이 최종 승인되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면서 “노인복지법 법령에 따르면 요양원 시설기준에 인근 주민의 통행 불편 등은 심의 항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리법인이 사유지에 요양원 설립 시 인근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령은 없지만, 이 같은 공사 중단 등의 사태를 방지하는 측면에서 공청회와 같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연지 기자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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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에게 성희롱당했어요…센터에 고발했더니 해줄 수 있는 게 없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년 차 방문요양보호사 김순자(가명) 씨는 혼자서 장기요양 2등급인 50대 뇌경색 환자를 목욕시키다가 성희롱을 당했다. 여성 환자만 만나봐서 남성 수급자도 경험해 보려던 김 씨는 엉덩이를 맞거나 꼬집히고 발로 차이기까지 했다. 이런 돌봄 과정에 대해 보호자 측은 성희롱만 사과하고, 폭행 사실은 “아픈 사람이 그럴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센터도 “대처해드릴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씨는 “요양보호사는 인권도 없다”면서 “대상자 샌드백도 아니고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 이 모든 걸 요양보호사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김 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일을 그만둔 상태다.
요양보호사는 고령화 필수 인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돌봄 노동자의 성희롱·폭행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요양보호사 근무 환경의 구조적 문제가 인권 침해 발생의 근본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성별 불균형의 구조적 문제… 방문목욕만 2인 1조 규정
전문가들은 요양보호사 성별 불균형이 성희롱 문제를 낳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본다. 서울시 강서구 소재 재가기관 관계자는 “남성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45명 중 2분 있다”면서 “수급자들은 동성, 이성을 떠나 업무 자체가 가사 일로써 여성을 선호한다. 방문목욕급여 이용자 대부분이 여성 요양보호사를 원한다. 다만 센터 차원에서 남성 수급자일 경우 체중이 무거우므로 보호자에게 동성인 남성 선생님 매칭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희롱은 이성 간에 빈번하게 보고되는데 요양보호사 직종은 성별 격차가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요양보호사 22만 3,548명 중 남성 근로자가 약 5%(1만 1,099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수급자의 성비는 이와 크게 다르다. 올해 3월 31일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자료실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자가 100만 명이 넘는데 이중 남성이 28.6%인 31만 4,505명을 차지한다. 결국 남성 요양보호사 비중이 5% 임을 감안하면, 약 23% 이상의 남성 수급자들은 여성 요양보호사에게 돌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듬해 여성가족부는 ‘성별 특성에 맞는 장기요양보험 급여 제공 여부 및 요양보호사의 근로환경 현황’을 조사하면서 요양보호사의 성별 균형을 위해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서도 재가기관 남성 요양보호사 종사자 비율은 5.6%였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결과 현황 자료. [사진=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자료실, 가공=요양뉴스]
여기에 더해 수급자 목욕 시, 요양보호사 2인 참여 규정도 사각지대가 있다.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시는 방문목욕급여에 대해서만 요양보호사 2인이 하도록 명시했다. 이 때문에 요양시설이나 방문요양에서는 요양보호사 1인이 목욕을 진행하더라도 법적 책임이 없다. 요양보호사 성희롱을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속 조치에 불과한 계획들…정작 센터에 신고 접수조차 응하지 않는 일부 센터장
이에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사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부터 장기요양기관 종사자가 성희롱이나 폭언과 같은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방문 요양보호사에 명찰형 녹음기기를 보급한다. 더불어 수급자의 문제행동이 지속될 경우 요양보호사 2인 1조로만 급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한편 ‘녹음기기 보급’과 ‘문제행동 시 2인 1조 급여 제공 원칙’은 “후속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차례 피해 사례가 접수되기 전까지 요양보호사가 문제행동이 발생하는 어르신을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의 신고 접수 조치에도 아무런 대응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기에 효율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앞선 김 씨 사례와 같이 장기요양기관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사업주가 수급자 이탈 우려로 수급자와 보호자에게 불편한 소리를 꺼내기 어렵다는 게 현장 요양보호사들의 증언이다. 지난달 요양보호사 A 씨도 요양뉴스에 “머위를 다듬을 줄 몰라서 한 소리 들었다고 센터장에게 알렸지만, 되려 ‘남의 살림 만지면서 물어보고 해야 한다’는 반응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연지 기자
202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