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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콘, 브이디피랩스 합병 추진…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확대
쿠콘이 브이디피랩스와 합병을 추진해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확대에 나선다. [사진=쿠콘]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쿠콘(대표 김종현)이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를 확대하기 위해 브이디피랩스와 오는 7월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쿠콘은 브이디피랩스와의 합병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 영역까지 서비스 분야를 확장, 관련 시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이디피랩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회사로 정신건강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서울시 청년을 위한 웰니스 서비스 실증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더불어 다양한 외부기관 등으로부터 헬스케어 데이터를 수집해 제공하는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다.
쿠콘은 이번 합병으로 양질의 공공/의료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PI 형태로 상품화해 헬스케어 데이터 유통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선제 대응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자, 헬스케어 기업, 의료기관 등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자 한다. 또한 병원 EMR (전자의무기록) 연계를 통한 데이터 인프라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은 데이터 중심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 조성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란 평가다. 쿠콘은 자사의 강점인 데이터 유통 역량과 브이디피랩스의 디지털 헬스케어 인프라가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종현 쿠콘 대표는 “브이디피랩스와의 합병으로 활용도 높은 헬스케어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쿠콘이 영위하던 데이터 비즈니스가 확장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데이터 분야에서 앞서가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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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과 손잡아…요양사업도 논의하나?
지난 16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KB금융과 블랙스톤간 업무협약 체결식 현장. (사진 왼쪽부터)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그룹 창업자 겸 회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KB금융]
KB금융그룹(회장 양종희)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16일 오후 콘래드 뉴욕 다운타운에서 열린 ‘Invest K-Finance’ 행사 이후 최대 사모펀드 윤용사인 블랙스톤과 포괄적 업무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블랙스톤은 1조 달러(USD)이상을 관리하는 세계 최대 대체자산 운용사로 1985년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로 출범한 이래 사모펀드, 부동산, 인프라, 생명과학, 성장주, 크레디트(신용), 실물자산, 세컨더리펀드, 헤지펀드 등 전 세계 다양한 분야와 자산에 투자하며 장기적 관점의 투자 영역간 시너지 창출에 성공해 현재와 같은 균형 있는 펀드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
해외 대체 투자 시장 확대 논의
‘Invest K-Finance’는 금융감독원 주도하에 금융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해외 IR행사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대한민국의 금융 산업과 제도 및 정책 환경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국내 금융사와의 다양한 비즈니스 협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 ‘Invest K-Finance’의 ‘해외 투자자와의 대화 세션’에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정부의 세제지원, 주요 투자 지표 공표, 밸류업 지수 개발 등의 투자 활성화 정책과 대한민국 금융사들의 주주환원 정책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패널과의 질의 응답을 통해 해외 대체투자 시장 확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KB금융은 그 동안 블랙스톤과 대체자산 펀드, 자금조달 분야 등에서 협력해왔는데 금번 MOU체결을 계기로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동 투자를 확대하는 등 한층 강화된 상호 협력을 통해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양종희 회장은 “블랙스톤은 철저한 분석과 리스크관리를 중시하면서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을 통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자산군에 걸쳐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KB금융은 글로벌 선도 운용사인 블랙스톤과 함께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새로운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함으로써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해외 자산운용 영역을 확장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공통점 ‘요양’도 눈길
KB금융과 블랙스톤이 요양사업도 논의할 수 있을지 이목을 끈다. KB금융은 주요계열사 중 하나인 KB라이프생명(대표이사 사장 이환주)에서 'KB골든라이프케어'를 운영하고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KB금융과 KB손해보험이 오랜 기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 네트워크를 요양서비스에 접목함으로써 어르신에게 최상의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한편 블랙스톤은 국내 사회복지학과 교수들이 주목했던 사모펀드다. 지난해 7월 정부는 노인요양시설 설립 요건 중 ‘건물·토지 소유 의무’ 규제를 완화해 임차 요양원 허용을 논의했다. 이에 전문가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는데 그 이유로 주거 불안정 등을 야기한 블랙스톤이 소유한 ‘서던 크로스 '(Southern Cross Healthcare) 사태’를 들었다.
서던 크로스 사태는 노인요양시설 750개를 보유해 영국 요양시설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기업 '서던 크로스 헬스케어'(Southern Cross Healthcare)가 임차료 상승 등 재정위기로 갑작스럽게 파산하면서 ▲입소자 3만 명 돌봄 위기 ▲27명 학대 피해 ▲ 방임 관련 5명 사망자 발생 등 피해를 야기한 사건을 말한다. 서던크로스는 소유와 운영 분리로 별다른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최연지 기자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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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돌봄 필요할 때 "긴급돌봄 요청하세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부터 질병·부상 등으로 급히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누구나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신청자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신속하게 이용 자격 확인을 거쳐 최대 30일(72시간)의 방문 돌봄, 가사·이동 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조규홍)는 기존의 공적 돌봄 서비스로 채울 수 없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다 촘촘한 돌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4년부터 ‘긴급돌봄 지원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고 5월 17일 밝혔다.
지난 12월 정부는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2024-2028)’을 수립하고 국민 누구나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누리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3대 분야의 9개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다양한 서비스 확충을 위해 비정형적·긴급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가사·간병 방문지원과 노인장기요양 등의 서비스는 신청 후 대상자 결정까지 한 달 내외의 시간이 소요되고 결정 이후부터 중장기 지원하고 있어 서비스가 급히 필요한 상황에서는 이용하기 어려운 일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빠른 일상으로의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긴급돌봄 서비스를 마련하게 됐다.
긴급돌봄 서비스는 질병·부상과 갑작스러운 주(主)돌봄자의 부재(입원, 사망 등)로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움에도 돌볼 수 있는 다른 가족이 없거나 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돌봄 필요성 및 긴급성(질병, 부상 등이 갑자기 발생한 사유)과 보충성(타 서비스 부재)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요건을 갖춘 경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소득 수준에 따라 본인 부담이 차등 부과된다.
본인부담 부과 비율은 지역별로 상이하며, 이용시간과 횟수과 본인부담 비율에 따라 서비스 가격이 결정된다.
긴급돌봄 서비스는 최대 30일 이내(72시간) 범위에서 희망하는 시간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와 제공기관이 수립한 서비스 제공계획에 따라 요양보호사 등의 전문 인력이 이용자의 집을 방문해 ▲재가 돌봄 ▲가사 지원 ▲이동지원(장보기, 은행방문 등 일상생활을 위한 외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지역은 ‘긴급돌봄 지원사업’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14개 시·도의 122개 시‧군‧구에서 추진되며, 정부는 2024년 사업 추진을 통해 현장의 서비스 수요와 지역의 제공 역량 등을 확인해 사업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거주지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병원 내 퇴원지원실 및 시군구(희망복지지원단, 노인의료요양통합돌봄팀 등) 추천서나 퇴원확인서 등으로 필요성이 확인되는 경우, 별도 현장 확인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서류만으로 확인이 어려운 경우 읍·면·동이나 제공기관 등의 현장 확인을 거쳐 서비스를 지원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사회서비스원 대표번호(1522-0365) 및 보건복지부(129)와 지자체별 콜센터 등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각 지역은 제공기관 지정 및 제공인력 확보 등의 절차를 거쳐 상반기 중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지자체와 함께 시·도 사회서비스원이 광역지원기관으로 사업을 지원하고,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민간 서비스 제공기관과 종합재가센터 등이 서비스 제공에 참여한다.
최연지 기자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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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남부새마을금고, 주민들 반대에 요양원 아닌 ‘주야간보호센터’ 설립
우방아파트 정문 앞에 위치한 금천남부새마을금고 건물. [사진=요양뉴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우방아파트 정문 앞에 요양원 시설공사 찬반을 놓고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부정선거 의혹 제보를 받았지만, 투표 결과에 승복하고 요양원이 아닌 주야간보호센터를 설립한다고 14일 밝혔다.
우방아파트 주민들, 대부분 ‘요양원 설립’ 반대 위해 투표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본점을 이전하면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28인 규모의 요양원을 설립하고 오는 10월 개원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공사는 난항을 겪었다. 해당 건물이 법인 사유지이지만 우방아파트 정문 앞에 자리한 아파트 내 상가인 만큼 주민 동의 없이 노유자시설로 건물 용도를 변경한다는 것에 대해 우방아파트 입주민들과 충돌을 빚었다.
이에 새마을금고 금천남부지점은 관악우방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우방입대위)와 요양원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만나 5월 8일부터 11일까지 관악우방아파트 입주민 671세대의 주민투표로 요양원 시설공사 진행 여부를 결론짓기로 했다.
이 합의안에 따라 찬성이 높을 시 새마을금고 원안대로 요양원 공사를 원활히 진행하도록 우방입대위와 비대위가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만약 반대가 우세할 시 기존 건물을 대형 주야간보호센터로 계획안을 변경해 공사를 이어 나가기로 협의했다.
우방아파트 정문 앞 요양시설 공사 찬반 투표 현황. [자료=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가공=요양뉴스]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관리사무소 앞 현장 투표와 투표 참관인들이 집 앞으로 찾아가는 방문 투표소에서 진행된 투표 결과 유권자 671세대 중 607세대가 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이 90.5%로 집계됐다. 입주민들이 구급차, 요양시설 방문 차량 등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교통 불편을 예상한 가운데, 요양원 시설공사 건물과 가장 가까운 우방아파트 101동, 102동, 103동은 투표율이 평균 투표율을 소폭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양원 시설공사 찬반 투표 결과. [사진=신철호 요양원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특히 무효 5표를 제외하면 요양원 반대 558표가 91.9%에 달했다. 요양원 설립 찬성에 표를 던진 입주민은 44명(7.2%)에 불과했다.
개표 이틀 후에 ‘주야간보호센터’ 확정된 이유는?
요양원 설립 반대투표가 우세했으나 입주민들의 부정 선거 의혹으로 개표 결과 이행 여부가 이틀이나 지연됐다. 5월 11일 오후 5시 투표 마감 직후 즉시 개표를 진행했지만, 13일 오전으로 주야간보호센터 설립 이행 발표가 미뤄진 것이다.
발표 지연 사유는 한 주민의 제보였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금천남부새마을금고 이사는 입주민이 투표권을 보유한 다른 입주민에게 현물을 제공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투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관련 사실을 인지한 만큼 내부적으로 별도 회의를 거쳐야 했다.
앞서 입주민들은 41회 동안 “아파트 정문에 요양원은 절대 안 된다”고 길거리 집회를 통해 목소리 낸 바 있다. 신철호 비대위 사무국장은 “입주민 중 ‘아주머니 봉사회’ 단장의 남편이 길거리 집회에 참여한 입주민들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주민 80여 분에게 식사권을 제공했다. 이게 문제가 됐지만 청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13일 오전 10시에 금천남부새마을금고 이사장과 감사, 상임이사, 우방입대위 대표 및 비대위 회장 및 사무국장 등 14명의 관계자가 만나서 요양원이 아닌 주야간보호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주민투표 기간 중단했던 공사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새마을금고 측에서도 6대 4 정도면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지만, 반대표가 90% 이상인 만큼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반대가 거센 줄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사실을 토대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주야간보호센터를 짓겠다”고 말했다.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설계 변경 및 구청 허가 등 재정비 시간을 갖고 주야간보호센터 운영 기반을 마련한다. 이번에 신설되는 주야간보호센터는 어르신 100명을 수용하는 다인원 시설로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개원할 예정이다.
최연지 기자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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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인물iN]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 사회사업가 면모 빛나
[편집자주: ‘복지인물iN’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복지에 감사하며 복지와 관련된 인물의 업적, 비하인드 등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소식으로 매주 찾아오겠습니다. 복지의 여정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유한양행은 지배구조가 독특한 제약회사다. 교육사업을 담당하는 유한학원, 공익사업을 펼치는 유한재단 등 공익법인이 약 3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사회복지 증진에 기여해 온 것이다.
이는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고,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라는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1895~1971) 박사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기업에서 얻어진 이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일한 박사는 성공한 기업인이면서 교육 분야에서 빛을 발한 사회사업가다.
기능공 양성해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
유일한 박사는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국가, 교육, 기업, 가정 순”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31살에 현재 가치로 250억 원 상당의 자산가치를 보유한 라초이 식품회사(La Choy Food Product Inc)를 운영했으나 1927년 고국으로 귀국해 유한양행을 설립한 것도 국가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 시기였기에 동포들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에 유일한 박사는 “건강한 국민만이 잃었던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제약업을 선택했다.
그는 “기업의 기능에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육을 받은 사람은 능력이 개발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나, 교육을 받지 못하면 잠재된 능력은 빛을 보지 못하고 시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에 유일한 박사가 귀국 이후 개인적으로 꾸준히 진행해 온 장학·공익사업은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본격화되었다.
고려공과기술학원(현 유한공업고등학교) 정문. [사진=유한공업고등학교]
1952년 유일한 박사는 사재를 털어 고려공과기술학원을 설립했다. 당시 육체노동은 천한 일로 여겨지면서, 나라에 필요한 기능공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해 그는 빈민층 청소년들에게 교육과 의식주를 공급하면서 자립의 기회를, 나라에는 인력을 제공해 왔다. 고려공과기술학원은 현 유한공업고등학교로 학교 이름이 변경되었으며, 유 박사의 뜻에 따라 유한중학교와 유한대학교도 설립됐다.
더 나아가 교육장학사업과 사회원조 사업을 위해 생전에 유한양행 주식 9만 6,282주 등 자기 재산을 출연해 1970년 유한재단의 전신인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을 발족했다. 그는 외국 출장 시 ‘유한양행 명함’보다 Educator(교육가) 명함을 즐겨 사용했다는 일화도 유명할 정도로 인재 양성을 중요시했다.
사회에 재산 환원…배당금으로 교육 및 사회공헌 진행해
유 박사는 헌신적인 사회사업가로서 교육장학사업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공헌했다. 1956년부터 1968년까지 유한 사우공제회, 보건장학회, 유공관리기금 등을 설립했다. 1971년 3월 11일 76세에 별세하면서 세상에 공개된 유언장은 사회사업가로서 그의 면모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유일한 박사 유언장. [사진=유한양행]
“손녀 유일링에게 대학까지의 학자금으로 1만 달러를 준다. 딸 재라에게는 유한공업고등학교 안에 있는 묘소와 주변 땅 5천 평을 물려준다. 자신 소유 유한양행 주식 14만 941주는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에 기능한다.” 이는 유일한 박사 유언장에서 재산 처리에 관한 내용의 전문이다. 특히 기금에는 의료복지와 교육을 위한 목적 이외에 주식을 매매할 수 없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한때 유한양행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아들에게는 해고까지 강행하면서 아무것도 물려주지 않았다. 그저 대학까지 가르쳤으니 혼자 살아가라는 말만 전했다. 딸 재라에게 물려준 재산도 상속이 아니었다. 유 박사는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땅을 가꾸어 달라고 부탁을 남겼었다. 사실상 전 재산을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을 통해 사회에 환원한 셈이다. 현재 이 기금은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으로 분할됐다.
따라서 유한재단과 학원은 유한양행에 총 약 24%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로써 배당수익으로 사회공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유한재단은 장학사업과 교육사업지원, 봉사상시상, 재해구호사업, 사회복지사업 등을 실시 중이며 유한학원은 유한공업고등학교와 유한대학을 운영한다. 사회공헌사업을 지속해 온 유한양행은 한국능률협회가 선정하는 '2024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서 21년 연속으로 산업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고 창업주 유일한 박사 정신을 이어 1969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경영 환경·사회·지배(ESG) 경영은 유한양행을 국내 대표 제약기업으로 성장하게 했다. 그런데 최근 임원들이 창업주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박사가 혈육에게도 물려주지 않은 회사였지만 임원 일부가 사유화하기 위해 ‘회장직’을 신설했다는 이유에서다. 유 박사의 창립 정신 그리고 이를 존중해 많은 권리를 포기한 일가족 앞에서 회장직은 누가 될지, 사회사업가 정신이 훼손되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연지 기자
202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