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302
[무비Talk]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우리가 노부모를 대하는 태도
[편집자주: ‘무비Talk’은 요양 및 시니어 관련 무비를 소개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는 코너입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틸컷 [사진=CGV아트하우스, 대명문화공장]
가정의 달인 5월에 제격인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올해로 개봉 10주년을 맞이했다. 이번 영화는 어른과 노인에 대한 존경을 되새길 수 있도록 제정된 어버이날을 맞이해 진정한 어버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는 환갑이 넘는 나이에도 금실 좋은 부부가 출연한다. 커플 한복을 맞춘 채로 손을 꼭 잡고 밖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함께 먹고 눈사람을 만들며 노는 모습에서 노부부의 사랑이 잘 나타난다. 그리고 그 결말이 죽음임을 보여줘 많은 관객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76년을 잉꼬부부로 보내던 중 영화 후반부에 조병만 할아버지(98)는 강계영 할머니(89)를 두고 세상을 먼저 떠났다.
노부부가 12남매 중 사망한 6남매를 생각하며 사 온 내복을 태우고, 할머니가 노쇠한 할아버지의 죽음을 대비하고 또 고인을 그리워하는 장면을 통해 영화는 ‘죽음’을 대하는 부부의 태도를 그렸다. 이 가운데 자식들이 노부부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도 드러난다. 우리가 돌봄 의무를 어디까지 다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장녀와 장남의 다툼 “어머니 아버지 살아 계시면 얼마나 사시겠어”
영화에서 노부부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자식들이다. 자식들이 노부모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감상하면 더욱 흥미롭다.
노부부의 남은 자식들인 3남 3녀는 강계영 할머니 생일에 일찍부터 모인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의 축하도 받고, 케이크 초도 끄는 생일을 보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정리를 하던 도중 누군가 “음식 좀 챙기라”는 말을 하자 여자 형제 중 첫째인 큰딸이 화가 났다. 벌써 집에 갈 준비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틸컷 [사진=CGV아트하우스, 대명문화공장]
큰딸은 “밥 한 끼 해주는 거 일 년에 두 번이야. 어쨌든 점심까지 해주고 다 치우고 가”라고 언급하면서 감정이 상한 큰아들은 “우리가 간다는데 왜 이렇게 말이 많냐”고 응수했다. 이어 큰딸이 “어머니 아버지 살아 계시면 얼마나 사시겠어. 이제 마지막으로 밥 한 끼 해 먹자는 거야”라며 울분을 토했다.
기념일에 부모님께 시간을 쓰는데 부담을 느끼는 형제의 태도에 감정이 상했던 것이다. 이 장면으로 관객들이 기념일 챙기기에만 급급해 정작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 등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자식들 등장 비중은 작지만 노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들
영화에서 자식들이 등장하는 순간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날이다. 장성한 자식들은 출가해 또 다른 가족을 이루고 있기에 할머니 생일, 할아버지 임종 직전일 때만 노부부에게 얼굴을 비췄다. 특히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촬영된 다큐멘터리답게 날이 서 있는 대화들과 슬픈 감정들이 묻어난 상황들이 돋보인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틸컷 [사진=CGV아트하우스, 대명문화공장]
조병만 할아버지의 건강 악화 소식을 듣고 본가로 내려온 장남은 다른 가족들에게 “병원에서 오지 말라고 하더래. 약도 없고 나이를 많이 잡수셔서 안 된다고 하더래. 내일 모여서 아버지 살아있을 때 와서 보라고 전화한다”고 전했다. 임종 직전인 아버지께 마지막으로 “아버지 고생 많으셨어요. 아버지 고생하신 거 제가 알아요”라고 읊조리기도 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자식들은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도 할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다시 뭉친다. 78분의 상영시간 중에 이들의 비중은 크지 않았으나 실제 노부부의 삶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임을 다시 상기할 수 있다.
강계영 할머니는 영화 개봉 이후 자식들 집에서 지냈다. 작년에는 경사도 있었다. 지난해 아흔아홉 생일인 백수연을 맞이한 것이다. 어버이날을 포함해 5월 가정의 달에 우리는 이런 기념일을 단지 해치워야 할 업무 중 하나로만 인식하지 말고 마음을 전하는 날들로 기쁘게 맞이하는 자세들이 필요하다.
최연지 기자
2024.05.10
54312
우리 아파트 정문에? 80대 노인도 반대하는 ‘요양원 설립’ 결국 주민투표
금천남부새마을금고가 기존 본점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직영 요양원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사진=요양뉴스]
금천남부새마을금고가 관악우방아파트 입구의 지점을 연면적 798㎡로 노인 28명을 수용하는 직영 요양원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지만, 요양원 공사가 중단됐다. 지역주민들이 41회나 집회에 나설 만큼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3일 새마을금고는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를 만나 요양원 설립을 주민투표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투표 기간인 5월 8일부터 11일까지 공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투표 결과에 따라 요양원 찬성이 우세할 시 그대로 요양원 설립이 추진되고, 만일 요양원 반대 의견이 높을 시 100명 규모의 주야간보호센터로 운영될 전망이다. 투표권은 관악우방아파트 입주민 총 671세대에게 부여되고 있었다. 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린 주민투표는 고령의 입주민 여럿이 투표참관인으로 자리를 지킨 가운데 진행됐다.
집값도 하락하고 아파트 부지 무단 사용…언질 없이 깜짝 ‘공사’ 더욱 화나
관악우방아파트 단지 내에 구급차가 진입했다. [사진=요양뉴스]
이날 만난 지역주민들은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요양원 반대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지팡이를 짚고 투표소 인근을 지나던 80대 주민 이모 씨는 “집값 내려갈지 걱정되니까 사람들이 이렇게(투표함을 가리키며) 나와 있지. 나이랑은 상관없다”면서 “환자들도 삐약삐약 시끄럽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관악우방아파트 후문에 이미 금천구립사랑채요양원이 들어서면서 앰뷸런스가 들어선 것을 경험한 바 있었다. 실제로 본지가 방문한 9시 30분경 구급차가 아파트 단지 내로 진입했다.
집값 하락 외에도 주민들은 공통으로 주차장 무단 이용 및 교통 불편을 우려했다. 전월세 거주자인 40대 양모 씨는 “요양원 정문 위치 상, 요양원 관계자 차량 출입 시에101동 주차장 앞을 지나야 한다. 이 길이 좁은데 어떻게 다닐 것인지에 대해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공사 허가 과정에서 장애인 출입이 용이하도록 요양원 정문이 대로변에서 아파트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더 주차장 불법 사용이 빈번해지고 길목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가 내걸은 현수막. 현재 주민투표 중인 관계로 현수막은 내려갔다. [사진=신철호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특히 지역주민들은 새마을금고 측이 상의 없이 일을 진행한 데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40대 한 모씨는 “요양원 방문 차량이 아파트 단지 내 길을 사용하면서 언질없이 일을 처리했다”고 토로했다.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도 “새마을금고는 1년간 우방주민을 우롱하듯 속였다”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새마을금고 “요양원 설립 찬성해야”…‘반대 이유’도 정면 반박
금천남부새마을금고(왼쪽)와 관악우방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입장문. [사진=요양뉴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금천남부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요양원 설립은 돌봄 수요 해결과 일자리 창출로 사회공헌사업에 기여하겠다는 새마을금고의 계획이다.
이에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입주민들에게 요양원 설립에 대해 ‘찬성’ 투표를 독려했다. 어르신 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주야간보호센터는 다수 인원을 관리하면서 빈번한 차량 진입으로 출퇴근 시간 혼잡이 예상되고 불특정 다수 출입으로 이동 불편이 야기되지만 요양원은 소수 인원(28명)을 24시간 관리하면서 앰뷸런스 출입이 흔치 않다는 게 주요 골자다.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주야간보호센터로 다시 리모델링하는데 사용되는 인테리어 비용 약 1억 4천만 원을 우방아파트 발전 기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예시로서 현 입주자별 20만 원가량 관리비 일부 지원, 입주민 고등학생과 대학생 장학금 지원, 요양원 입소 우선권 부여 및 일자리 우선 채용 등을 제안했다.
지역주민들이 우려하는 반대 이유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금천남부새마을금고는 “요양원은 생활시설로서 앰뷸런스를 보유하지 않아 빈번하게 오갈 일이 없다. 응급환자가 생겨도 119대원은 결코 도심가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다니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며 주차장 불법 사용에 대해서는 “요양원보다 은행이 훨씬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매일 왕래한다. 만약 요양원 관계자가 아파트 내부 주차장을 이용한다면 비용 납부를 하거나 불허용으로 임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집값 하락 우려도 노인 비하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시내 곳곳에 장기요양기관들이 도심 상권에 자리한 상황에서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요양원은 설립 시 이미 구청 허가를 통해 진행되는 과정이므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못한다고 적극 해명했다.
금천구청 어르신장애인과 관계자는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노유자시설로 용도변경이 최종 승인되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면서 “노인복지법 법령에 따르면 요양원 시설기준에 인근 주민의 통행 불편 등은 심의 항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리법인이 사유지에 요양원 설립 시 인근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령은 없지만, 이 같은 공사 중단 등의 사태를 방지하는 측면에서 공청회와 같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연지 기자
2024.05.09
54322
“어르신에게 성희롱당했어요…센터에 고발했더니 해줄 수 있는 게 없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년 차 방문요양보호사 김순자(가명) 씨는 혼자서 장기요양 2등급인 50대 뇌경색 환자를 목욕시키다가 성희롱을 당했다. 여성 환자만 만나봐서 남성 수급자도 경험해 보려던 김 씨는 엉덩이를 맞거나 꼬집히고 발로 차이기까지 했다. 이런 돌봄 과정에 대해 보호자 측은 성희롱만 사과하고, 폭행 사실은 “아픈 사람이 그럴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센터도 “대처해드릴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씨는 “요양보호사는 인권도 없다”면서 “대상자 샌드백도 아니고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 이 모든 걸 요양보호사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김 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일을 그만둔 상태다.
요양보호사는 고령화 필수 인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돌봄 노동자의 성희롱·폭행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요양보호사 근무 환경의 구조적 문제가 인권 침해 발생의 근본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성별 불균형의 구조적 문제… 방문목욕만 2인 1조 규정
전문가들은 요양보호사 성별 불균형이 성희롱 문제를 낳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본다. 서울시 강서구 소재 재가기관 관계자는 “남성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45명 중 2분 있다”면서 “수급자들은 동성, 이성을 떠나 업무 자체가 가사 일로써 여성을 선호한다. 방문목욕급여 이용자 대부분이 여성 요양보호사를 원한다. 다만 센터 차원에서 남성 수급자일 경우 체중이 무거우므로 보호자에게 동성인 남성 선생님 매칭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희롱은 이성 간에 빈번하게 보고되는데 요양보호사 직종은 성별 격차가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요양보호사 22만 3,548명 중 남성 근로자가 약 5%(1만 1,099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수급자의 성비는 이와 크게 다르다. 올해 3월 31일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자료실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자가 100만 명이 넘는데 이중 남성이 28.6%인 31만 4,505명을 차지한다. 결국 남성 요양보호사 비중이 5% 임을 감안하면, 약 23% 이상의 남성 수급자들은 여성 요양보호사에게 돌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듬해 여성가족부는 ‘성별 특성에 맞는 장기요양보험 급여 제공 여부 및 요양보호사의 근로환경 현황’을 조사하면서 요양보호사의 성별 균형을 위해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서도 재가기관 남성 요양보호사 종사자 비율은 5.6%였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결과 현황 자료. [사진=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자료실, 가공=요양뉴스]
여기에 더해 수급자 목욕 시, 요양보호사 2인 참여 규정도 사각지대가 있다.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시는 방문목욕급여에 대해서만 요양보호사 2인이 하도록 명시했다. 이 때문에 요양시설이나 방문요양에서는 요양보호사 1인이 목욕을 진행하더라도 법적 책임이 없다. 요양보호사 성희롱을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속 조치에 불과한 계획들…정작 센터에 신고 접수조차 응하지 않는 일부 센터장
이에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사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부터 장기요양기관 종사자가 성희롱이나 폭언과 같은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방문 요양보호사에 명찰형 녹음기기를 보급한다. 더불어 수급자의 문제행동이 지속될 경우 요양보호사 2인 1조로만 급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한편 ‘녹음기기 보급’과 ‘문제행동 시 2인 1조 급여 제공 원칙’은 “후속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차례 피해 사례가 접수되기 전까지 요양보호사가 문제행동이 발생하는 어르신을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의 신고 접수 조치에도 아무런 대응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기에 효율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앞선 김 씨 사례와 같이 장기요양기관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사업주가 수급자 이탈 우려로 수급자와 보호자에게 불편한 소리를 꺼내기 어렵다는 게 현장 요양보호사들의 증언이다. 지난달 요양보호사 A 씨도 요양뉴스에 “머위를 다듬을 줄 몰라서 한 소리 들었다고 센터장에게 알렸지만, 되려 ‘남의 살림 만지면서 물어보고 해야 한다’는 반응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연지 기자
2024.05.07
54335
한국요양보호협회, 케듀아이·고려아카데미컨설팅과 맞손…요양보호사 보수교육 등 요양보호 교육 분야 협력 기대
26일 오후 고려아카데미컨설팅 본사에서 개최된 요양보호 분야 교육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왼쪽부터)박낙규 케듀아이 대표, 이경규 한국요양보호협회 상무이사, 임용균 고려아카데미컨설팅 대표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카데미컨설팅]
한국요양보호협회(회장 박한식)가 요양보호사 온라인 보수교육을 관계 기관과 함께 진행한다. 한국요양보호협회는 26일 오후 고려아카데미컨설팅 본사(서울시 금천구 디지털로9길 23)에서 케듀아이(대표 박낙규), 고려아카데미컨설팅(대표 임용균)과 함께 ‘요양보호 분야 교육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5일 한국요양보호협회를 요양보호사 온라인 보수교육기관(www.carei.kr)으로 지정했다. 한국요양보호협회는 7년째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능력개발교육원으로부터 의료기술지원부문 ‘요양보호사 강사 전공분야 보수교육’을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요양전문인력 교육사업에 내공을 쌓아 왔다. 이번 보수교육기관 지정으로 요양보호사들의 직업윤리 정립 및 전문성과 업무수행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협회의 구상이다.
한국요양보호협회는 전국적인 강사 인프라를 기반으로 요양보호사 직무교육 콘텐츠 개발 및 강사를 지원하고, 자격증 교육 전문 기업 케듀아이는 직무교육 콘텐츠 공동 개발은 물론 중장년층 학습자의 온라인 교육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며, 인적자원개발(HRD) 전문 기업 고려아카데미컨설팅은 교육 콘텐츠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러닝 기술을 지원한다.
또한 이들은 더 나아가 국민내일배움카드 및 사업주 훈련을 통한 요양보호 분야의 직업능력개발훈련도 함께할 예정이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최소한의 부담으로 직무역량 개발을 하도록 지원하는 직업능력개발 지원제도인 내일배움카드와 사업주 훈련을 통해 요양보호사 직종의 맞춤형 훈련과정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요양보호협회의 요양보호 분야 교육 경험과 케듀아이의 법정협회 직무법정교육 운영 및 마케팅 경험에 고용노동부 인증 25년 연속 직업능력개발훈련 우수 훈련기관 이력을 보유한 고려아카데미컨설팅의 이러닝 기술이 접목돼 더욱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요양보호협회 이경규 상무이사는 “금년부터 시행되는 요양보호사 보수교육은 요양보호사의 역량강화와 질 높은 요양보호서비스를 구현하는데 기반이 될 것이다. 협회는 보수교육이 지식습득의 시간, 정보공유의 시간,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케듀아이 박낙규 대표는 ”요양보호 분야 종사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데, 현재 굉장히 미미하다”라며 “요양보호사 보수교육 대상 이외에도 사회복지사나 센터장 등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교육을 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요양보호 분야 종사자들이 다양한 교육과정을 정부지원제도를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스펙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카데미컨설팅 임용균 대표는 “향후 요양보호 분야의 전문 교육 포탈로 발전이 목표”라며 “요양보호사 온라인 보수교육을 시작으로 많은 종사자들의 관련 직무교육을 통해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이러닝 서비스 고도화 등 기술 지원을 통해 요양보호 분야 종사자들이 검증된 시스템에서 편리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연지 기자
2024.04.29
54334
[복지인물iN] 보건사회부 김학묵 차관, 교육과 장애인 복지 중계자
[편집자주: ‘복지인물iN’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복지에 감사하며 복지와 관련된 인물의 업적, 비하인드 등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소식으로 매주 찾아오겠습니다. 복지의 여정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보건사회부 3대 차관. [사진=보건복지부]
우리나라 복지행정의 산증인은 김학묵 선생이다. 그는 사회복지 공공행정의 선구자로서 1942년 경기도 사회과 부임을 계기로 경기도 사회과 과장(1946년), 보건사회부 사회국 국장서리(1954년), 서울시 비서관(1958년), 지역사회개발중앙위원회 간사장(1959년), 보건사회부 차관(1960년) 등 복지 분야 요직을 두루 수행했다. 4.19 혁명 등 어수선한 시국에도 세계 각국에서 구호물자를 조달해 배분하는 중책을 맡은 바 있는 인물이다.
이 밖에 그의 공로에는 ‘사회사업 전파 목적의 교육 제공’과 ‘민간 분야 복지 실현’도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복지의 학문화를 주도하고 공직 은퇴 후에는 장애인 복지 실현에 나선 점이 그렇다. 특히 선진국의 사회복지학문과 국내 학계, 뇌성마비 장애인과 민간 지원금 조달 후원자 등 사회복지 중계자로서 나라에 이바지한 그의 복지 업적은 발전된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사회사업개론 첫 출간 조명…대학생 필독서 집필로 학문화 기여
일제 강점기 이후 한국의 사회복지는 외국의 원조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이 때문에 김학묵 선생에게도 여러 방면에서 활약할 기회가 왔다. 그가 경기도 사회과장 재직 시 UN의 지원을 받은 정부는 한국의 복지 발전을 도울 지도자를 양성하고자 인재를 선진국으로 파견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제1회 UN 장학생으로 뽑힌 그는 1950년 6개월간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사회보장제도를 고찰하면서 배운 긴급구호사업을 전쟁 피난민 구호에 적용하기도 했다.
또한 김학묵은 보건사회부 사회국 국장서리에 재직하던 중 1955년 하상락, 백근칠과 함께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리고 같은 해 한국 최초의 ‘사회사업개론서’를 출간했다. 세 명의 외국 저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만큼 독자적인 연구서는 아니었지만, 그의 공직 경험을 살려 초창기 복지 분야의 입문서 역할을 했다.
그는 1957년 귀국 이후 서울대학교 사회사업학과 신설에 힘을 보태면서 교육계에서도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복지 강의를 전담하는 교수로서 미네소타 대학원의 교육방식, 커리큘럼 및 교재, 방법 등을 한국의 교육 현장으로 옮겨온 것이다. 사회사업개론서 역시 이때부터 ‘대학생 필독서’로 불리면서 판매량이 증대해 재판을 찍었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회장 역임, 민간 분야서 복지 실현
1970년대 한국뇌성마비회 주요 연혁. [사진=한국뇌성마비복지회]
그는 1978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약 20년간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민간 분야에서 복지를 실현하는데도 주목했다. 한국뇌성마비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재활학교 어머니 모임에서 비롯된 조직이다. 어머니들은 재활학교 프로그램만으로 부족했던 치료와 재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판매 활동 등을 통한 수익금 마련에 힘썼다. 수익금 규모 확대 과정에서 사단법인화를 추진했는데, 이들은 이때 교육과 공직 분야에서 업적을 쌓은 그를 1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보건사회부 차관 출신으로 신뢰를 담보하는 사회적 명망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는 장애아동을 둔 부모 마음에도 공감을 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셋째 아들이 시각장애인으로서 장애인 복지에도 조예가 깊었다. 이에 ‘뇌성마비’라는 단어조차 없을 정도로 장애에 대해 무지하고, 인식이 처참했던 시기에도 그는 장애인 복지에 기꺼이 힘을 보탰다. 특히 장애인에게 맞춤형 복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대표적인 예가 장애인 재활기기 보급사업이다. 그는 기성 제품을 일괄적으로 배부하지 않고, 신청자의 개별적인 신체 조건과 요구를 수렴해 맞춤형 특수의자와 특수휠체어를 제공했다. 당시 뇌성마비복지회 김학묵 회장은 "앞으로의 뇌성마비인을 비롯한 중증 장애우 복지 문제는 광범위한 케이스워크(사례별 지원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故 김학묵 선생은 선진국에서 배운 복지사회를 실현하고자 교육자로서 뜻을 펼치고, 미흡한 복지 정책을 느끼고 직접 민간에 나서서 복지를 실현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 복지에 아낌없이 기여했던 것이다. 이런 그의 업적은 사회복지사가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계자 역할임을 잘 보여준다.
최연지 기자
2024.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