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무비Talk’은 요양 및 시니어 관련 무비를 소개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는 코너입니다.]
세 주인공의 소풍. 왼쪽부터 금순, 은심, 태호. [사진=소풍 스틸컷]
노인이 되어 병들면 우리는 존엄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소풍>은 죽음에 가까워진 노인의 삶을 보여준다.
아픔을 알리지 않는 노인들
80대 할머니인 은심은 가장 큰 고민이 있다. 바로 자신이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에 대해 장남에게 알리지 않는다. 은심은 ‘아들이 병을 알아채면 요양원에 보내질까’ 그저 두려운 마음에 혼자 끙끙 앓는다. 장남은 노모의 집을 팔아 사업 자금을 마련하고도 남을 만큼 사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순도 허리가 성치 않아 자다가 배변 실수를 할 정도로 건강이 나쁘다. 금순 역시 자신의 아픔을 먼저 밝힐 생각이 없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모습이 싫어서다. 그저 더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친구들을 만나러 다닌다. 마치 죽음을 예감이라도 한 듯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셈이다.
은심과 금순은 둘 다 주변 사람들에게 아픈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둘의 고향 친구인 태호도 뇌종양을 앓으면서 고통을 경험했지만, 그가 죽고 나서야 모두가 그의 지병을 알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질환보다도 현재의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제일 무서워했다.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지 못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사실이라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잠깐 살다 가는 인생은 소풍
금순과 은심이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 소풍 스틸컷]
그렇게 태호가 떠난 후 상심이 큰 은심과 금순은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둘만의 소풍을 간다. 김밥을 싸서 간 그 장소는 절벽 앞이다. 이곳은 한 걸음만 다가가면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장소다. 위험천만한 절벽 앞에 선 두 노인의 모습은 인생이라는 소풍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인생의 마무리를 주도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내몰리는 우리 시대 노인들의 자화상이다.
다행히 그들은 절벽의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지만, 만약 우리 자신이 저런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원하지 않는데 몸이 떨려서 거동이 어려워지고 배변 실수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일은 수치스럽다. 노인이 되면 겪을 수 있는 일이며 죽음은 더욱 당연하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에 모두 두렵다. 인생의 말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영화 <소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