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전용 금융기술, 어디까지 왔나?
[요양뉴스=김민진 기자]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회 전체에서 고령자를 위한 각종 서비스와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노인 맞춤 상품은 물론, 노인들의 편의를 위한 기술이나 서비스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온라인 금융산업의 발달은 고령층을 오히려 더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림=박지성 기자 Supported by SORA]특히, 금융권은 평생 자금을 축적한 노인들을 주요 잠재 고객으로 분류하고 있어 관련 기술과 상품에 대한 니즈와 분석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그렇다면 금융권에서 준비 중인, 혹은 서비스하고 노인 전용 금융기술에는 무엇이 있을까?[출처 = 게티이미지뱅크]낮은 금융이해력과 금융소외를 겪는 고령층금융이해력이라는 개념은 일상적으로 금융 거래를 이해하고, 금융 지식을 활용하며, 금융 선택에 따른 책임을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능력이 높을수록 자신의 재무적 자원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주기적으로 전 국민의 금융이해력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60~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5.1점, 54.8점으로 전체 성인의 금융이해력 평균인 66.5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령자들 대부분은 한 직장에서 오래 소속되어 근무한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금융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기에 금융이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예금과 적금 정도가 다였던 금융상품이 이제는 각종 펀드와 파생상품과 연결되어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여기에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 역시 노인들의 금융이해력을 낮추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디지털 이용에 서툰 노인들이 많지만, 금융권의 다양한 서비스들은 대부분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상품 설명이나 가입, 해지 절차 등도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지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고령층의 낮은 금융이해력, 친숙하지 않은 디지털 환경을 노린 금융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친족이나 간병인 등 일상에서 친숙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 아예 대놓고 노인들의 노후자금을 노리는 경우도 적지 않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의 특성을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금융소외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제도권 금융기관의 금융 서비스 및 금융 상품에 접근할 수 없거나 이용할 수 없게 배제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 사회의 많은 노년층이 금융소외를 겪고 있다. 돈이 있음에도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돈을 지인이나 친족에게 빼앗기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고령층의 금융소외와 이들의 낮은 금융이해력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 될수록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문제다. 이에 금융권과 제도권에서는 고령자만을 위한 다양한 금융기술을 내놓고 있는 추세다.[출처 = 게티이미지뱅크]금융소외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노년층을 비롯한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소외 문제는 세계적인 이슈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사이트나 앱에서 큰 글씨, 간편한 화면 구성을 제공해 노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고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극적이고 단편적인 방법에 불과하다. 금융회사나 금감원에서 노인 대상 금융 교육도 진행 중이지만, 표준화된 프로그램 커리큘럼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일회성 교육에 그쳐 효과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렇다면 노년층의 금융소외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여기에 관해서는 국내보다 해외 사례를 찾아보는 게 더 큰 도움이 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개인의 재정 안정이 한 국가의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금융 웰빙을 위한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영국은 노동연금부 산하 공공기관 자금연금청에서 2020년에 금융교육 장기 로드맵 성격의 ‘금융 웰빙을 위한 영국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 노후 계획을 앞두고 있는 노년층을 위한 금융교육 제공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대형은행이 노인에게 특화된 60여 개의 동영상 형식의 온라인·모바일뱅킹 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으며 지역의 은퇴자 커뮤니티에서 직접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2012년에는 시니어 전용 금융회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시니어만을 대상으로 금융사기를 방지하는 직불카드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니어의 가족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카드 사용금액 한도를 정할 수 있고, 사용처도 식료품 가게나 약국 등으로 한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평소보다 지출이 많이 발생하거나, 다른 곳에서 지출이 발생할 경우, 즉각 가족들에게 이메일이나 문자 등의 경고메시지를 전달하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했었다. 매주 버스로 여러 지역을 순회하는 은행을 운영하는 곳도 있으며 서비스 출시 전, 고령자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접근성 테스트를 실시하는 나라도 있다.일본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일본은행, 은행협회, 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함께 출자해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8월부터 활동을 하고 있다. 산발적인 운영으로 효율이 떨어진다는 피드백을 받아들여 아예 통합 추진체를 조직해 체계적으로 금융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연 1만 회 강사를 파견해 75만 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출처 = 게티이미지뱅크]노인 전용 금융기술과 상품의 필요성노인을 위한 금융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올해 2월, 미쓰비시UFJ 신탁은행은 표정분석 관련 노하우를 보유한 IBM과 함께 준텐도 대학의 치매연구팀과 협력, 사용자의 인지기능을 판별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태블릿 PC를 이용, 70세 이상 고령손님을 대상으로 10분간 질의응답 형식의 인지기능 검사가 진행되고, 이 결과에 따라 적합한 상품을 손님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인지기능이 양호한 고객에게는 주식이나 해외 채권 등으로 구성된 고수익 상품을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예금이나 적금 등의 저위험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 인지기능 판별 앱은 2월 12일부터 전국 6개 지점에서 시범 운영하고, 결과에 따라 향후 전 지점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아예 치매 인구나 고령층을 위한 금융, 보험상품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간단한 치매예방보험은 물론이고 중·고령자의 가입 조건을 낮춘 상품도 있고, 치매 전 단계까지 보장범위를 확대한 상품도 출시했다. 치매 발병 이후에도 대리인을 통해 주식거래를 지속할 수 있는 상품도 출시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본과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고려해 한국에서도 고령층의 금융소외 현상을 막기 위한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단편적이고 복잡한 이론 교육이 아닌, 노인들에게 실효성 있는 접근성 강화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금융소외의 대부분은 디지털 격차에서 비롯되기에 디지털 문해교육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 전담기구가 설치되어야 하고 시니어들이 디지털 금융교육은 물론, 각종 금융 서비스를 보다 간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오늘날, 금융소외는 노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노인들의 행복한 노후와 생존을 위해서, 노인들을 위한 전용 금융기술과 상품이 하루빨리 준비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민진 기자
202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