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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인물iN] “내 나이가 어때서” 연령차별에 분노한 로버트 버틀러

  • seraday06***
  • 202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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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복지인물iN’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복지에 감사하며 복지와 관련된 인물의 업적, 비하인드 등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소식으로 매주 찾아오겠습니다. 복지의 여정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미국인 로버트 버틀러(Robert Neil Butler, 1927-2010). [사진= 콜럼비아 대학교 어빙 메디컬 센터(Columbia University Irving Medical Center)

 

[요양뉴스=최연지 기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경로 효친 사상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지만, 현대에 들어 우리집 앞에는 ‘요양원은 들어설 수 없다’며 요양시설이 혐오시설로 자리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약 한 세기 전 미국인 로버트 버틀러(Robert Neil Butler, 1927-2010)는 노인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갖는 행위를 모두 연령차별(Ageism)이라고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나이 든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나이로 차별을 하는 것, 노화나 늙음을 혐오하는 현상 등이 연령차별에 해당한다. 그의 이런 주장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노인 인식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데 기여했다.

 

‘나이가 들면 병들고 가난하다’는 단지 고정관념

버틀러의 노화에 대한 관심은 그의 조부모님과 함께한 어린 시절에 형성됐다. 그는 뉴저지주 한 닭 농장에서 아픈 닭을 돌보던 할아버지를 존경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로버트가 7살이 되던 해, 평소와 다름없이 외출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할아버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는 소년이 돼서야 ‘할아버지가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노화의 결말을 경험한 버틀러는 스스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또한 그는 자신을 홀로 키워온 할머니를 보면서 연령차별을 깨우쳤다. 당대 대표적인 편견 중 하나는 ‘노인은 가난하고 병들고 차별받아도 되는 존재’였다. 그러나 삶에 대한 할머니의 의지는 달랐다. 할머니는 대공황으로 농장도 잃고 머물던 집도 불타 어떠한 것도 소유하지 못했다. 하지만 60대의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고 직장을 구해 돈을 벌고 버틀러를 어른으로 키워냈다.

 

사회적 역경을 극복한 할머니의 모습을 목격한 그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완전히 깼다. 1955년 국립 정신건강연구소의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노화 연구’를 통해 노인은 모두 아프다는 편견을 반박했다. 그가 만성질환 환자와 요양원 입소자를 대상으로 중추신경계를 연구해 보니, 노화는 질병의 악화와 관계 있었다. 이 연구로 모든 노인이 아프다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며 노년기에 있는 이들도 건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훗날 버틀러는 "그 시절의 고난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할머니의 승리의 정신과 결의였다”며 “나이 든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 겪는 투쟁을 직접 경험하면서, 저 자신도 살아남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또한 “노인들이 ‘짐’, ‘쓸모없음’, 또는 ‘노망’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노인 역시 생산적이고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며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도 고급 주택에 살 수 있다

1968년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버틀러는 연령차별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연령차별도 미국인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성차별과 인종차별과 동일한 수준의 차별이라는 것이다.

인터뷰가 끝난 이후 버틀러는 1969년 11월 ‘연령차별: 또 다른 형태의 편견’이라는 논문을 공개했다. 그 논문은 차별의 구체적 예시로 ‘체이베이스 사건’을 들었다. 이 사건은 워싱턴주의 공공주택기관이 고급 주거지역인 체비체이스에 저소득층 전용의 공공주택 활용 계획을 밝히자, 동네 주민인 중산층 백인들이 격렬하게 반대한 것을 말한다.

 

체비체이스 내 공공주택은 노인 인구가 가장 많고 흑인과 백인의 경계선에 세워진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기존 체비베이스 주민은 재산 손실, 지역 가치 하락 등의 이유로 공공주택 건립을 반대했다. 이를 두고 버틀러는 “이면에 계층, 인종 그리고 나이에 대한 편견이 깔린 셈”이라며 “단순한 재정적 문제나 지역 유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사회는 법적으로 정년을 강조하며 노인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는 등 주류에서 밀어내고 있다. 공립 정신병원 입원의 25%가 노인이지만, 관련 연구 예산 중 노화에 할당된 비율은 3%에 불과하다. 은퇴한 노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부양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사회는 노인을 위한 주택, 교육,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의학자로서 그는 20년간의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1975년 저서 ‘왜 살아야 하는가:미국에서 나이 먹기(Why Survive? Being Old in America)’를 출간했다. 노인이 의료적, 사회적으로 홀대받지 않고 권리를 지킬 것을 옹호하는 내용이 담긴 이 책은 1976년 논픽션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달리 여전히 국내에서 요양시설은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노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인종차별과 같은 심각한 수준의 윤리적 문제라고 지적하던 버틀러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저작권자 © 요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l*** 2025-01-07
    저 때의 미국이나 지금 한국이나 큰 차이 없는 거 같아요.. 지금도 노인 시설은 전부 기피시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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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chwo*** 2025-01-08
    고급 주택에도 못 들어갔다니.. 지금이랑은 좀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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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ghti*** 2025-01-10
    사실 지금도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기는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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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인물iN] “내 나이가 어때서” 연령차별에 분노한 로버트 버틀러

  • seraday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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