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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인지 머슴인지…“밭일하고 김치 담가라” 업무 외 지시 가득

  • 최연지 기자
  • 2024-11-0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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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양뉴스=최연지 기자] # 방문요양보호사 A 씨는 수급자의 댁에 처음 방문한 날 김장을 도우라는 이용자의 지시를 받았다. 김치 담그기는 요양보호사의 서비스 범위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용자가 그 일을 하고 있는데 요양보호사가 지켜만 볼 수 없는 노릇이다. A 씨는 “거절을 못 해서 (김장을) 해줬다”며 “김장철에는 마늘도 까는데 보호자들이 돌봄대상자인 어머니께도 까라고 한다. 그럼 요양보호사가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방문요양에 종사하는 요양보호사들은 규정상의 서비스 범위를 벗어난 요구가 큰 고충이다. 현실적으로 서비스 범위가 모호한 데다 요양보호사가 사비를 지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용자 및 가족의 부당한 교체 요구도 허다하다. 이러한 현장 상황을 반영해 업무매뉴얼을 명확화하고 고용이 불안정한 서비스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문요양보호사 10명 중 4명은 규정 외 업무 지시 받아

30일 전북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전북지역 요양보호사 노동실태조사’에서 도내 방문요양보호사 196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4.08명이 규정 외 업무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이 중 40.2%가량은 주 1회 이상 부당한 업무 지시를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인이 아닌 요양보호사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데도 최근 1년간 요양업무를 하며 욕창 치료나 배뇨관 삽입, 관장 등 의료행위를 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18.7%에 달했다.

이들은 심층 조사에서 서비스 범위가 모호하다고 털어놨다. 한 요양보호사는 “밭일을 안 할 수가 없다”면서 “어르신이 밭에 가시면 따라가야 한다. 그러면 어르신이 같이 하면 어떠냐고 하는데 거기서 어떻게 보고만 있냐. 같이하게 되는 거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종사자도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그 기준이 명확했으면 좋겠다. 가사도우미 플러스 요양 플러스 막 그러잖아요. 이 선이 좀 어느 정도 그게 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요양보호사들은 부당한 요구로서 ‘서비스 도중 사비 지출’도 강요받았다. 대표적인 예로서 “뭐가 있어야 요리를 해드리는데 장보고 할 때 돈을 안 준다”, “3시간 동안 어르신 병원에 모셔다드릴 때 교통비는 시급에서 해결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부당사례가 언급됐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갑작스럽게 휴직 경험해

방문요양보호사들은 고용불안정 때문에 부당한 요구를 수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50.5%)이 입원이나 사망 등 이용자의 사정으로 갑작스러운 휴직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평균적인 휴직 기간은 2.4개월에 달했는데 대부분(85.1%)는 실업급여조차 수령하지 못했다.

이런 집계와 관련해 전북노동권익센터는 “근무시간 외 서비스 미제공 등 다양한 상황에서 요양보호사 교체가 이뤄진다”며 “이용자나 이용자 가족이 요양보호사 계속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부당한 요구에 대해 요양기관이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용자들도 알고 있어서 요양보호사 입장에서는 웬만하면 모든 것을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 생일, 명절도  챙겨야 해서 부담스럽다”, “돈을 어찌나 아끼시는지 그 어르신 집에서는 (수도세가 걱정돼) 화장실도 못 간다. 눈치 보여서 물 한 모금도 안 마신다”, “어쩔 수 없이 안 해야 하는 빨래도 한다”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어르신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2층 의원총회의실에서 개최된 ’전북지역 요양보호사노동실태 발표 및 토론회’에 참석한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이시정 기획위원장은 “요양서비스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면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면서 “요양보호사의 날 지정, 처우개선비 지급, 교육 및 자조모임 지원 등을 위한 예산 확대”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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