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서울시의 노인주거와 요양시설 확대를 중점으로 한 도시공간 재구조화가 계획과 달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폐교 부지 활용에 대한 신설 조례는 기존의 법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데다가 폐교 부지 6곳 모두 주거·요양시설로 전환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며, 마케팅 성격의 정책 발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설 조례, 기존에도 가능한 ‘활용 방안’
지난 6월 서울시는 급격한 인구구조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정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일환으로 향후 폐교 부지가 돌봄 등 인구변화 대응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인주거와 요양시설을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장기요양 인정자 수 대비 시설정원의 비율이 전국 22.4%에 약 2분의 1 수준인 10.8%에 불과하다. 수용되지 못하는 시니어들은 기존 생활지역에서 벗어나서 경기도 등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서울시는 9월 26일 ‘폐교재산 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를 개정해서 폐교를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매각은 물론 무료 혹은 유상으로 부지를 빌려주는 것도 가능하며 영구시설물 축조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조례가 노인복지주택에 초점을 둔 것은 요양원과 비교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설을 늘리면서 와상 생활을 최대한 늦추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해당 조례가 시니어 주거·요양 시설 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폐교 부지는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이미 2002년 12월 말부터 사회복지시설로 활용하도록 장려해 왔다. 사회복지시설의 종류에는 노인주거시설의 노인복지주택, 노인의료시설의 노인요양시설(요양원) 등이 포함돼 있다.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에도 사회복지시설로써 사용 가능했다. 노인복지주택으로 의미를 좁히면서 더욱 강조된 부분이지 본질적으로 달라진 점은 없다”고 밝혔다.
폐교 부지 교육·문화 시설로 전환
폐교되어 미활용 중인 서울 시내 학교는 도봉구 도봉고등학교, 강서구 염강초등학교,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등 총 6개교다. 이 폐교들은 교육·문화시설로 전환·운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 성수공업고등학교는 장애학생 교육권 보장 및 특수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 설립 중장기 기본계획'에 따라 지체장애 특수학교(가칭 성진학교)로 전환된다. 일부 부지는 2027년 9월 1일 개원을 목표로 'AI융합진로직업교육원'이 설립된다.
성동구 덕수고등학교 분교가 이전하고 남은 부지에는 교육복합시설인 '(가칭)서울미래교육파크' 건립이 검토된다. 강서구 가양동 공진중학교 부지도 가양도서관 분관과 에코스쿨로 사용될 예정이다.
화양초등학교 부지는 건대와 세종대 등 대학가 인근인 점을 고려해 대학생 기숙사가 들어선다. 올해 4월부터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서울시와 교육청 등이 실무협의체를 구성한 바 있으며, 현재 국무총리실 승인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올 2월 폐교된 도봉고등학교는 내년부터 도봉초등학교와 특수학교 도솔학교 초등부가 임시교사로 사용한다. 이후 오는 2030년 생태문화도서관이 세워질 계획이다. 염강초등학교 부지는 유아교육진흥원 본원이 이전한다.
서울시는 폐교 부지를 가까운 시일 내에 시니어 주거·요양시설로 전환하지 않을 예정이다. 요양뉴스 질의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현재 폐교부지에 대해 임대나 매각에 대한 계획이 없다”면서 “부지를 특정하지 않은 상태로 시니어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은 논의한 바 있다"고 진행상황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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