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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최연지 기자] 과거 정신병의 발병 원인은 사회적 요인이나 개인의 성향으로 여겨졌다. 반면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는 정신병을 ‘뇌의 병리에 의해 발생한다’고 추론했다. 그 결과, 그는 세계 최초로 그의 이름을 딴 ‘알츠하이머병’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한 유형으로 기억력이나 사고력, 판단력 및 학습 능력 등 정신 기능이 서서히 쇠퇴하는 장애다. 이 병을 앓는 환자는 일반적인 수치보다 훨씬 많이 뇌 조직의 변성이 일어나는데, 그는 이 변화를 유의미하게 생각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과학 기준이 발전하면서 오늘날 치매와 관련 질환 기준을 수립하는 토대가 마련됐다.
과학적 관점에서 정신질환 탐구로 조직학적인 변화 발견
1901년은 알츠하이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정신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던 그에게 특별한 환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 환자와의 인연은 그의 이름을 알릴 시작점이었다.
50대 여성 환자 오귀스트(Auguste D)는 그의 과학적 호기심을 발동하게 했다. 오귀스트는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 수면장애를 앓는 데다가 점차 기억을 잃고, 갑자기 울고 분통을 터뜨리는 공격적 행동까지 보였다. 그는 그녀의 증상, 질병 경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입원 초기부터 약 1년간 관찰 결과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는 더 전문적인 뇌 연구를 희망하면서 정신병의 임상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뮌헨 정신과 대학병원 알츠하이머 현대 조직병리학 실험실로 자리를 옮겼다. 무급이었지만 알츠하이머에게는 과학적 이론과 임상 실무를 경험할 좋은 기회였다. 병원을 옮겼지만 프랑크푸르트 병원 원장의 배려로 그는 이곳에서 오귀스트에 대한 연구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인지기능 저하와 행동장애를 기반으로 한 정신 기능 장애(알츠하이머병)가 뇌 조직의 변성 결과임을 알아냈다. 일반적으로 뇌는 단백질을 생성한 만큼 분해하는데, 오귀스트의 뇌는 유독 아밀로라이드라는 작은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뭉쳐져 뇌 조직에 염증과 손상을 일으켰다. 또한 타우 단백질이 서로 엉겨 붙게 되면서 뇌세포를 공격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준 수립에 지대한 영향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제37회 독일의 한 정신과학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알츠하이머는 ‘대뇌의 표면을 감싸고 있는 신경세포들이 이상증세를 보이면 심각한 정신기능 장애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증상은 당시 노화 현상 중 하나로 간주됐지만, 처음으로 알츠하이머는 이를 ‘병’으로 진단한 것이다.
당시 해당 실험실의 총 책임자는 이 연구에 대해 “획기적인 연구”라고 자신했지만, 세상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당시 세미나의 의장이 정신질환의 병리학적 개념과 분류에 대해 반대해, 그 연구를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장은 그의 발표를 듣고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공식적인 회의록이나 언론에서도 그 연구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는 그가 연구한 내용을 책으로 출판하면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는 등 연구에만 매진했다. 이 덕분에 정신병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낸 데 이어 치매의 진행 단계도 구축했다. 한 남성 환자가 단백질 중에 하나만 이상 증세를 보였는데, 사실상 동일한 질병의 다른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 결과 1911년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초기와 진행과정에 대해 총체적이면서도 세부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다. 이는 안타깝게도 또다시 외면받았지만, 시간이 흘러 1970년 진행성을 띠는 기억상실은 일반적인 노화에 의한 가벼운 기억상실과는 다르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연구를 시작케 했다. 알츠하이머병은 그의 발견을 검증하고 확장하면서, 진단 기준이 수립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질병을 처음으로 발견한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그의 선구자적인 시각과 연구는 우리의 병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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