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정부가 간병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간병인 시간제 플랫폼’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의료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민간 시장에서 한계를 드러낸 모델인 데다, 간병의 특수성을 간과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제안한 간병인 플랫폼 아이디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이미 있는 서비스인데"…현장 파악 미흡 지적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보고를 통해 간병의 ‘시간제 분절화’를 제안했다. 24시간 전담 방식에서 벗어나, 플랫폼을 통해 필요한 시간에만 간병인을 호출하는 ‘유연한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케어닥’, ‘케어네이션’ 등 민간 플랫폼이 수년 전부터 시행 중인 서비스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정착하지 못한 이유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의 기피 때문이다. 한 간병업계 관계자는 “간병인은 이동 시간 대비 수익이 적은 시간제를 꺼리고, 보호자는 환자 상태 파악의 연속성을 위해 종일제를 선호한다”며 “정부가 시장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 시간제 간병인 플랫폼 서비스는 4년전에 민간에서 출시된 바 있다. [사진=케어네이션]책임 공백'과 '노쇼'…환자 안전 담보되나
가장 큰 우려는 간병의 질 저하와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이다. 실제로 돌봄의 연속성 결여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다. 환자의 투약 관리, 배변 상태, 컨디션 변화 등은 장시간 관찰이 필수적이다. 시간제로 사람이 계속 바뀔 경우, 인수인계 과정에서 공백이 생겨 환자의 질환이 심화될 위험이 크다.
더불어 사고 발생 시 분쟁 요소도 다분하다. 낙상이나 욕창 등의 사고 발생 시, 여러 명의 간병인이 거쳐 간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 이는 곧 환자와 보호자의 피해로 직결된다.
마지막으로 불안정한 공급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 특성상 간병인의 ‘노쇼(No-show)’나 갑작스러운 시간 변경이 발생할 경우,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전문성 무시한 '알바식 접근' 비판
대통령이 언급한 "기본 교육만으로 투입 가능한 인력 구조"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세다. 치매 환자의 돌발 행동 대응이나 욕창 방지를 위한 체위 변경 등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간병을 단순한 노동 시간의 합산으로 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플랫폼 구축이 아니라, 간병인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국가 자격 제도를 도입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용 절감 이전에 '국가 책임' 실질화 선행돼야
정부의 이번 제안은 결국 ‘간병비 부담 완화’라는 경제적 목표에만 매몰되었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이라는 기술적 수단에 의존하기보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획기적 확대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정 ▲공공 간병인력 양성 등 근본적인 ‘간병국가책임제’의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관련해 한국요양보호협회 박한식 회장은 "현재 고갈이 우려되는 장기요양보험 급여의 재정 안정성에 대한 고민, 실제 자격증 보유인원인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급여 현실화에 대한 대안 수립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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