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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요양의 종말①]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

  • 김혜진 기자
  • 2026-01-0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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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김혜진 기자] 2026년 새해, 정부는 장기요양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을 대대적으로 공언했다. 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사뭇 다르다. 특히 어르신의 가정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문요양보호사’들에게 고용 안정은 여전히 머나먼 나라 이야기다. 대상자가 사망하거나 병원에 입원하면 그 즉시 일자리를 잃는 구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방문요양보호사가 전문 직업인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근본 원인으로 ‘이용자 상태에 종속된 기형적 고용 구조’를 지적한다.

"내 출근 여부는 어르신 컨디션에 달렸다"

방문요양보호사 A씨(54)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출근 준비를 마친 오전 8시, 센터로부터 "오늘 어르신이 갑자기 입원하셨으니 나오지 말라"는 문자 한 통을 받은 것이다. 어르신이 퇴원할 때까지 A씨의 수입은 '0원'이 된다. 만약 어르신이 사망하기라도 하면 그날로 실직이다. A씨는 "우리는 직업인이라기보다 어르신의 컨디션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생에 가깝다"며 "일반 직장이라면 상상도 못 할 해고가 이곳에선 일상"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한 요양방문센터에서 요양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보호사 A씨 (사진=요양뉴스)
서울 한 요양방문센터에서 요양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보호사 A씨 (사진=요양뉴스)

실업급여조차 받기 힘든 '비자발적 퇴사'의 딜레마

현행법상 방문요양보호사도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실제 실업급여를 받기는 매우 까다롭다. 어르신의 사정으로 일이 끊겼을 때, 센터에서 다른 대상자를 바로 연결해주지 못하면 사실상 실직 상태가 된다. 그러나 센터 측에서 "다른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라"고 하거나, 본인의 거주지와 너무 먼 곳을 제안했을 때 이를 거절하면 '자발적 퇴사'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6년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이 '고용의 사각지대'는 숙련된 인력들이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용자 중심에서 '노동 존중' 중심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방문요양보호사의 고용 불안은 곧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일자리라는 인식은 종사자의 전문성 확보를 방해하고, 어르신 입장에서도 익숙한 보호사가 자주 바뀌는 피해를 입게 된다.

한국요양보호협회의 이경규 상무는 "현재의 시급제 기반 수가 체계 아래서는 센터가 보호사의 고용을 책임지기 어려운 구조"라며 "일본처럼 대기 시간이나 이동 시간에도 최소한의 기본급을 보장하는 '월급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시 정부가 일정 부분 임금을 보전해주는 '고용안정 기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2026년 장기요양 제도의 성공은 결국 이들의 불안한 현관문 앞 발걸음을 어떻게 멈추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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