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가순필 기자] “오전 어르신 댁에서 나와 오후 어르신 댁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온전히 제 개인 시간이에요. 하지만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고, 다음 서비스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인데 급여로는 인정받지 못합니다.” 방문요양보호사 C씨(62)의 하소연이다. 2026년 현재에도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이동 시간’이라는 회색지대에서 근로시간을 보상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만 좀 더 해주고 가’라는 식의 무임금 연장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방문요양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요양보호사를 노동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처럼 취급하는 관행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요양보호사의 이동시간은 근로를 위한 이동이어도 급여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도 소용없다. [사진=요양뉴스]대법원 판례도 무시되는 ‘이동 시간’의 딜레마
현행 근로기준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다음 업무를 위해 대기하거나 이동하는 시간은 명백한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방문요양 현장에서는 이러한 법적 기준이 사실상 무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방문요양센터는 요양보호사에게 ‘포괄임금제’ 혹은 ‘순수 서비스 제공 시간’만을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한다. 오전 어르신 댁에서 근무를 마치고 다음 어르신 댁으로 이동하는 30분에서 1시간가량의 시간은 오롯이 요양보호사의 손실로 돌아온다. 이 시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가용을 운전하며 에너지를 소모하는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급여명세서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 ‘그림자 노동’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5분만요... 이것만 좀 더” 거절하기 힘든 ‘무임금 연장근로’
이동 시간 문제만큼이나 방문요양보호사들을 지치게 하는 것은 약속된 서비스 시간을 초과하는 ‘무임금 연장근로’다. 어르신이나 보호자가 서비스 종료 직전 “이것만 좀 더 해주시면 안 될까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라며 추가적인 업무를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요양보호사 D씨(55)는 “정해진 시간을 딱 맞춰 나오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어르신과의 관계, 다음 서비스 시간 지연 등 여러 요인 때문에 거절하기 힘들다. 5분, 10분이 늘어나면 한 달이면 몇 시간씩 무급으로 더 일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서비스 확대 요구'는 요양보호사의 선의에 기대는 형태로 이루어져, 사실상의 강제 노동임에도 기록조차 남지 않아 보상받기 더욱 어렵다.
이동 수당 도입과 ‘서비스 시간 명확화’가 시급
전문가들은 방문요양보호사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어르신 간 이동 시간에 대한 ‘이동 수당’ 또는 ‘기본 이동 시간 급여’를 수가에 반영하고, 추가 서비스 요구에 대한 표준화된 거부 매뉴얼을 마련하여 요양보호사가 당당히 거절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문요양 서비스의 질은 결국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환경에서 시작된다. 2026년, 방문요양보호사들이 더 이상 길 위에서 버려지고, 닫힌 문 뒤에서 무임금 노동에 시달리지 않도록 정책적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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