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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인가, 편법인가”... 가족요양보호사 시대의 그늘

  • 김혜진 기자
  • 2026-02-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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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김혜진 기자] "내 부모 내가 모시며 돈도 받으니 일석이조라고들 하죠. 하지만 9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결국 돌봄은 뒷전이고 생계형 '시간 채우기'로 변질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10년 차 요양보호사 A씨의 씁쓸한 고백이다. 2026년 현재, 가족요양보호사 제도는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 대안과 '돌봄의 질 저하'라는 양날의 검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90분의 한계’... 전문적 돌봄은 어디에

현행 가족요양보호사 제도는 가족이 직접 돌봄을 수행할 경우 하루 60분에서 최대 90분까지 급여를 인정한다. 문제는 이 짧은 시간이 전문적인 케어를 수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며, 대부분 가사와 병행되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가족요양보호사가 일반 요양보호사만큼 엄격한 교육이나 평가를 받지 않는 점을 지적한다. 치매나 욕창 관리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가족이니까 괜찮다'는 식의 안일한 대응이 이어지며, 정작 어르신의 상태는 악화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가 오히려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돌봄을 방해하는 '독'이 되고 있는 셈이다.

돌봄 노동의 가치 폄하와 ‘생계형’ 전락

가족요양보호사 제도가 확대될수록 외부의 전문 요양보호사를 기피하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집안에 사람 들이기 싫다"는 이유나, "그 돈이면 우리가 직접 하는 게 이득"이라는 경제적 논리가 우선시되면서 숙련된 요양보호사들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이는 결국 돌봄 노동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돌봄을 누구나 집에서 잠시 시간 내어 할 수 있는 '부업' 정도로 인식하게 만들며, 국가 공인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현장에서는 가족요양급여가 사실상 '돌봄 보상'이 아닌 '생계 지원금' 성격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가족의 선의를 넘어선 ‘품질 인증제’ 도입 시급

가족요양 제도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돌봄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가족요양보호사에게도 일반 요양보호사에 준하는 정기적인 실무 보수 교육과 현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가족 돌봄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중증 어르신의 경우, 전문 요양보호사의 방문을 반드시 병행하도록 하는 '혼합형 돌봄 모델'을 수가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장 정책 전문가 B씨는 "가족요양보호사 제도가 '가족의 도리'라는 감성적 영역에 머물러 있는 한 전문적 돌봄 시스템과의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가족의 케어 역량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전문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품질 인증 시스템이 도입될 때 비로소 어르신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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