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가순필 기자] “예전에는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시면 집안일만 도와주고 가셨는데, 요즘은 같이 색칠 공부도 하고 퀴즈도 풀어요. 선생님 오시는 시간이 기다려지죠.”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 모 어르신(78)은 최근 방문요양 서비스 시간이 가장 즐겁다. 2026년, 단순히 식사를 챙기고 청소를 돕는 '수발 중심'의 돌봄에서 벗어나, 어르신의 뇌 건강과 정서적 활력을 돕는 ‘인지 자극 활동’이 방문요양의 새로운 핵심 서비스로 떠오르고 있다.
‘치매 예방’ 넘어 ‘일상의 자존감’ 찾는 시간
과거 인지 활동 서비스는 치매 수급자에게만 국한된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일반 수급자들 사이에서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종이접기, 퍼즐 맞추기, 과거 사진을 보며 대화하는 회상 요법 등 요양보호사와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어르신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요양보호사의 전문성 강화와도 맞닿아 있다. 현장 인력들은 단순히 육체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어르신의 인지 상태에 맞는 교재를 선택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문 케어러’로서의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실제로 인지 활동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어르신들의 무기력증이 완화되고 낙상 사고 위험이 줄어드는 등 실질적인 건강 개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보호자들도 환영...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가정 내 보호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직장인 보호자 B씨는 “어머니가 하루 종일 TV만 보고 계시는 게 늘 마음에 걸렸는데,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자랑하시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며 “단순한 돌봄을 넘어 어머니의 삶에 활력이 생긴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활동 중심 돌봄'이 방문요양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사 도우미와 요양보호사의 경계가 모호했던 과거와 달리, 전문적인 인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습은 요양보호사가 '전문 돌봄 인력'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서비스 표준화와 인력 교육 지원이 숙제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모든 현장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관마다 인지 활동 프로그램의 수준 차이가 크고, 요양보호사들이 개별적으로 교구나 교재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실버 케어 정책 전문가 D씨는 "인지 활동은 어르신의 고립감을 방지하고 잔존 기능을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돌봄 모델"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우수한 인지 활동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하고, 요양보호사들이 이러한 전문 프로그램을 숙달할 수 있도록 실무 중심의 보수 교육 시스템을 강화한다면 돌봄 서비스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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