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김혜진 기자] “몸이 조금 불편하다고 정든 집을 떠나 요양원으로 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죽을 때까지 내 집에서 이웃들과 얼굴 보며 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죠.”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박 모 어르신(79)의 소망은 이제 대한민국 돌봄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2026년,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 체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며,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재가 서비스 강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수용에서 공존으로
과거의 노인 복지가 주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같은 시설 수용에 의존했다면, 현재의 정책 기조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살던 곳에서 늙어가기)'의 실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재가 급여 한도를 인상하고, 방문요양뿐만 아니라 방문간호, 단기보호, 주야간보호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통합재가급여’ 모델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어르신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줄이고, 가정 내 돌봄을 체계화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최적화하겠다는 취지다.
돌봄 사각지대 없애는 ‘디지털 돌봄’과 ‘주거 혁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환경적 뒷받침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자체마다 독거노인 가구에 AI 스피커와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해 응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24시간 촘촘한 안전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주거 정책의 변화도 눈에 띈다. 고령자 복지주택처럼 문턱을 없애고 안전바를 설치한 ‘무장애(Barrier-free) 주택’ 공급이 늘고 있으며, 기존 주택에 대한 고령 친화 개보수 지원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어르신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 자체를 정책의 범주에 포함시킨 결과다.
서비스 질 상향 평준화를 위한 ‘인력 전문성’ 과제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가 돌봄의 비중이 커질수록 현장에 투입되는 요양보호사의 역량이 곧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시설과 달리 관리자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재가 돌봄의 특성상, 서비스의 질을 어떻게 상향 평준화할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다.
실버 정책 전문가 G씨는 "정부의 재가 중심 정책이 단순한 예산 절감책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현장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과 더불어 고도의 전문 교육 시스템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며, "민간의 창의적인 돌봄 모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서비스 제공 기관에 대한 엄격한 품질 평가와 인센티브 구조를 확립할 때 비로소 어르신들이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도 안심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돌봄 안심 국가'가 완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요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