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로봇 슈트를 입으면 허리는 덜 아프지만, 어르신을 침대에서 옮기는 시간은 슈트 착용 시간 등을 생각하면 두 배로 걸려요. 가격도 너무 비싸구요. 결국 바쁜 현장에서는 구석에 밀려나기 일쑤죠.” 일본 도쿄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사치코씨가 일본의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돌봄 로봇 기술을 보유한 일본이지만, 역설적으로 현장에서는 ‘기술이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보조는 가능하지만 ‘대체’는 불가능한 물리 로봇
일본은 이승 보조 로봇, 웨어러블 근력 슈트 등 물리적 업무를 돕는 장비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실제 도입 현황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로봇은 정해진 궤적대로 움직이지만, 실제 어르신의 몸은 경직도나 통증 부위가 매 순간 다르기 때문이다.
외골격 슈트를 입고 어르신을 이동시키고 있는 일본의 개호사 (사진=일본 정부)장비를 설치하고 작동하는 데 드는 시간, 기기 사용 교육의 번거로움, 좁은 시설 내 공간 제약 등은 로봇의 활용성이 낮아 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변수다. 결국 로봇은 보호사의 허리 통증을 줄여줄 순 있어도, 어르신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으며 안심시키는 ‘숙련된 손길’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외골결 슈트 역시 마찬가지다. 비싼 가격은 차치하고, 어르신의 체위 변경을 할 때는 유용하지만 그 외의 순간에는 탈착하는 행위 자체가 번거로운 작업이다. 결국 모든 순간에 유용한 것이 아니라 어르신 체위 변경에만 이용이 국한되다보니 비싼 가격이 현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AI 센서가 감지는 해도, ‘대응’은 결국 사람의 몫
야간 낙상이나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AI 센서 역시 도입이 활발하다. 이는 야간 순회 횟수를 줄여 노동 강도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계는 '사후 대응'에 있다.
센서가 어르신의 낙상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더라도,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어르신을 일으키고 상태를 살펴 응급조치를 하는 것은 100% 사람의 영역이다. 기술이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할 순 있지만, 돌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고 신속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전문 인력의 몫이다. 야간 인력의 숫자를 일부 줄일 순 있어도, 그 자리를 지키는 인력의 ‘전문성’은 오히려 더 높게 요구되는 역설적 상황이다.
정서 로봇의 정체... ‘교감’ 아닌 ‘프로그램 보조’에 그쳐
치매 환자를 위한 반려 로봇이나 정서 케어 로봇은 환자의 불안 증세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인력을 절감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로봇을 활용한 인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어르신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활동 중 발생하는 돌발 행동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활동 보조는 자동화할 수 있어도, 돌봄 서비스 전달 자체를 자동화하기에는 기술적·제도적 장벽이 여전히 높다.
일본의 정서지원 로봇 파로돌봄의 본질: 기술이 아닌 ‘사람’의 역량에 투자해야
일본의 사례는 한국 돌봄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에만 매몰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다. 기술은 돌봄 노동의 피로도를 낮추는 훌륭한 '서포터'가 될 수는 있지만, 서비스의 완결성을 책임지는 것은 결국 훈련된 사람이다.
한국요양보호협회 박한식 회장은 "일본 돌봄 현장의 시행착오는 기술 도입보다 더 시급한 것이 현장 인력의 전문화와 시스템 효율화임을 보여준다"며, "앞으로의 돌봄 산업은 로봇을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라, 기술을 도구로 활용해 요양보호사의 숙련도를 극대화하고 그들이 케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게 만드는 '사람 중심의 오퍼레이션'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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