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국내 장기요양기관의 서비스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나, 여전히 최하위 등급에 머물러 있는 기관이 적지 않아 서비스 질의 ‘양극화’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6년도 시설급여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관 중 최우수(A등급)를 받은 곳은 약 2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되는 지표, 그러나 여전한 ‘E등급’ 사각지대
이번 평가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서비스의 전반적인 상향 수치다. 이전 평가 대비 평균 점수가 상승하며 요양 서비스의 표준화가 일정 부분 진척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은 기관 368곳이 존재한다. 이들은 인력 배치 기준 미달, 수급자 안전 관리 미흡 등 기본적인 운영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은 대형화·체계화된 기관들이 높은 등급을 독식하는 사이, 영세하고 관리가 부실한 일부 기관들은 만성적인 경영난과 인력난으로 인해 서비스 개선의 의지마저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등급을 매기는 것을 넘어, 하위 기관들을 어떻게 끌어올릴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등급 공개의 양날의 검... 소비자의 알 권리와 기관의 생존
공단은 이번 평가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낮은 등급을 받은 기관이 낙인 효과로 인해 폐업 위기에 처할 경우, 해당 시설에 머물던 어르신들이 갑작스럽게 전원을 해야 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등급 공개가 시장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는 있으나, 하위 등급 기관에 대한 컨설팅과 기술 지원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지역 간 돌봄 인프라의 불균형만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속 가능한 돌봄을 위한 사후 관리 시스템 구축
이번 평가 결과를 통해 드러난 서비스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하위 기관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과 '재평가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 번의 평가로 등급을 확정 짓는 것이 아니라, 개선 의지가 있는 기관에는 전문가를 파견해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일정 기간 후 재검증을 거치게 하는 방식이다.
장기요양 정책 전문가 I씨는 "요양기관의 등급은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생존과 직결된 안전 지표"라며, "최우수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여 서비스 경쟁을 유도함과 동시에, 최하위 E등급 기관에 대해서는 퇴출 기전과 회생 지원이라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대한민국 돌봄 서비스의 상향 평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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