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김혜진 기자] 불과 2년 뒤, 대한민국 요양 현장에서 어르신 11만 명을 돌볼 사람을 찾지 못하는 ‘돌봄 대란’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23일 이민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현황과 쟁점’ 보고서 (사진=요양뉴스)에 따르면, 2028년 필요한 요양보호사는 80만 명에 달하지만 공급은 69만 명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히 인력이 부족한 수준을 넘어 돌봄 시스템 자체가 멈춰 설 수 있다는 경고다.
60대 이상이 66%... ‘노노(老老) 케어’의 한계 직면
현재 국내 요양보호사 인력 구조는 심각한 고령화 늪에 빠져 있다. 2024년 기준 종사자 65만여 명 중 60대 이상이 무려 66%를 차지한다. 어르신이 어르신을 돌보는 구조 속에서 현장 이탈 가속화는 예견된 수순이다. 반면, 이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요양보호사는 현재 6,600여 명에 불과해 전체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금처럼 취업비자(E-7) 위주의 까다로운 진입 장벽을 유지한다면, 글로벌 인력 수급 공허한 외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체류 자격으로는 외국인 전문 인력을 유인할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전문취업(E-9) 인력이 학위 과정을 통해 자격을 취득하면 전문 비자(E-7)로 전환해주는 유연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해 한국요양보호협회의 이경규 상무는 "현재와 같이 E-7 비자에 대해서 높은 허들이 적용된다면 사실 상 외국인 돌봄인력들 입장에서 한국에 들어와서 돌봄 노동을 해야 할 매력이 너무 낮다."며 "지극히 우리의 시각으로 막연히 선진국인 한국에 그들이 올 것이라는 환상을 빨리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별 없는 권리 보장이 연착륙의 핵심”
더불어 보고서는 외국인 인력을 단순한 ‘저가 노동력’으로 치부하는 시각을 경계했다. 내·외국인 종사자에게 동일한 권리와 적절한 처우를 보장하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인력의 중도 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등록제 도입, 보수교육 의무화, 범죄경력 확인 등 제도적 장치를 촘촘히 설계해 서비스의 질과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내·외국인 2인 1조’ 배치 제안이다. 현장을 떠난 내국인 유휴 인력과 신규 외국인 인력을 한 팀으로 묶는 방식이다. 이는 외국인의 현장 적응을 돕는 동시에, 신체적 부담으로 은퇴했던 시니어 요양보호사들에게도 다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K-컬처’ 강요보다 ‘다문화 수용성’ 교육이 먼저
전문가들은 정책의 방향이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주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비스 제공자인 외국인뿐만 아니라 이용자인 어르신과 가족, 고용주 모두에게 ‘다문화 수용성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결국 깊은 갈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버 산업 정책 전문가 M씨는 “11만 명의 공백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들이 방치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라며 “외국인 인력을 단순히 채워 넣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공공 돌봄 인프라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며 이들을 어떻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포용할지에 대한 정교한 오퍼레이션 시스템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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