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김혜진 기자] 대한민국 고령층의 자산 구조는 기형적일 만큼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 통계청과 금융권의 자료에 따르면 시니어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정작 고액의 간병비나 요양비가 필요한 시점에는 현금 흐름이 막히는 ‘자산의 역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던 집을 담보로 노후 생활비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요양 서비스 비용까지 해결하는 ‘요양 연계형 주택연금’이 초고령 사회의 새로운 경제적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집착 버리고 ‘돌봄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는 시니어들
과거에는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 6070세대 사이에서는 ‘집을 팔지 않고도 전문 돌봄을 받겠다’는 실용주의적 사고가 확산되고 있다. 요양 연계형 주택연금은 어르신이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하면서 매달 연금을 수령하되, 그 자금을 방문요양이나 주거지 개보수 등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위한 재원으로 우선 활용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해진 어르신이 집안에 안전바를 설치하거나 문턱을 제거하는 등 환경 개선이 필요할 때, 연금의 일부를 일시금으로 인출해 요양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수 있는 옵션은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설 입소 시에도 끊기지 않는 ‘현금 흐름의 마법’
어르신의 상태가 악화되어 요양시설이나 실버타운으로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도 주택연금의 효용은 극대화된다. 기존에는 집을 비워두거나 급매로 처분해야 요양비를 충당할 수 있었지만, 연계형 모델은 기존 주택을 공공기관에 위탁해 임대 수익을 추가로 창출하고 이를 요양원 입소 비용으로 직접 입금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보호자 없이 홀로 남은 고령자가 자산 관리 능력을 상실하더라도, 금융 시스템이 자동으로 시설 비용을 정산해줌으로써 ‘경제적 유기’를 방지하는 강력한 안전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금융과 돌봄 인프라를 잇는 ‘통합 오퍼레이션 시스템’의 중요성
요양 연계형 주택연금이 단순한 금융 상품을 넘어 실질적인 돌봄 솔루션이 되기 위해서는 주택금융공사와 민간 금융사, 그리고 요양기관 간의 정교한 데이터 연동이 필수적이다. 금융사가 지급하는 연금이 실제 요양 현장에서 투명하게 쓰이는지, 어르신의 상태 변화에 따라 연금 수령 방식이 최적으로 조정되는지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자산의 흐름과 장기요양 보험의 수급 데이터가 하나로 결합될 때, 비로소 가족의 부양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금융 돌봄’의 완성형이 도래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존엄한 노후를 위한 경제적 토대, ‘케어X파이낸스’ 시대의 도래
케어런츠의 박지성 대표는 "이제 요양 산업의 경쟁력이 단순히 ‘얼마나 잘 돌보느냐’를 넘어 ‘어떻게 돌봄 비용을 조달하게 하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녀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자신의 자산으로 최고 수준의 의료와 요양을 누리는 것은 고령자의 자존감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결국 요양 연계형 주택연금은 묶여 있던 부동산 자산을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키는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며, 대한민국 시니어 비즈니스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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