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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신약은 돌봄을 바꿀까

  • 요양뉴스 기자
  • 2026-05-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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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김혜진 기자]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표적 치료제가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치매 치료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는 2024년 11월 국내 출시됐고, 한국릴리는 2025년 말 도나네맙 성분의 키순라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다만 두 약 모두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한해 적용되는 데다, 진단과 모니터링에 필요한 검사 부담이 커 “치료제 등장”이 곧바로 “돌봄 부담 완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치매 어르신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의료진 (사진=AI 기반 재구성)
치매 어르신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의료진 (사진=AI 기반 재구성)

치료제는 나왔지만, 대상 환자는 제한적

레켐비와 키순라는 모두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도 치매 단계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레켐비는 임상 3상에서 18개월 동안 인지·기능 저하를 위약 대비 27% 늦췄고, 키순라는 초기 증상 알츠하이머병의 임상적 진행을 늦춘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이 약들은 이미 진행된 중등도·중증 치매 환자를 되돌리는 치료제가 아니라, 비교적 이른 단계에서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이라는 점에서 적용 범위가 넓지 않다.

국내 도입은 빨라졌지만, 실제 접근성은 높지 않다

국내에서는 레켐비가 주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약사위원회를 잇따라 통과하며 처방 기반을 넓히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이른바 ‘빅5’를 포함한 전국 주요 병원들이 이미 처방 체계를 갖췄다. 다만 실제 투약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의 확인에 따르면 레켐비는 아직 비급여로, 연간 약가가 미국 기준 약 3,500만원, 일본 기준 약 2,700만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약값 자체도 부담이 크지만, 병원별 전담 인력과 검사 체계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는 점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약보다 더 큰 장벽은 검사와 모니터링

치매 신약의 실제 허들은 약가만이 아니다. 레켐비 처방 정보와 FDA 자료에 따르면 투약 전에는 아밀로이드 병리 확인이 필요하고, 투약 중에는 뇌부종·미세출혈 등 ARIA를 확인하기 위한 MRI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FDA는 2025년 안전성 검토 뒤 레켐비에 대해 기존보다 더 이른 시점의 MRI 모니터링을 권고했고, ApoE ε4 유전자 상태가 위험도 판단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약 한 병의 문제가 아니라 PET·MRI·유전자 검사, 반복 내원, 부작용 설명과 관찰까지 포함된 치료 여정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돌봄시장에선 ‘신약’보다 ‘연결체계’가 더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치매 신약 시장의 핵심 쟁점은 약효 자체보다도, 누가 조기에 진단받고 누가 안전하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가 올해 발표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서 치매관리주치의 전국 확대, 치매장기요양수급자의 주야간보호 이용한도 상향, 보호자 지원 확대를 함께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약이 나오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조기 선별, 전문 진료 연계, 장기 추적, 돌봄서비스 연결이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치매 제약시장의 다음 경쟁은 ‘약값’이 아니라 ‘접근성’이 될 가능성

시장 측면에서 보면 한국 치매 제약시장은 이제 막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들어섰다. 레켐비가 먼저 들어왔고, 키순라도 허가 절차에 들어가면서 치료 선택지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국내 레카네맙 실사용 데이터에서도 2026년 2월 기준 등록 환자 901명 중 652명이 치료를 시작했고, 부작용인 뇌 영상 이상은 9.5%로 보고됐다. 다만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어떤 약이 먼저 들어오느냐보다, 어느 병원이 진단과 모니터링 체계를 더 안정적으로 갖추느냐, 급여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되느냐, 그리고 그 치료가 돌봄비용과 가족 부담을 실제로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치매 신약은 분명 새 시장을 열고 있지만, 돌봄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은 ‘도입’보다 ‘접근’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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