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가순필 기자]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이후 지자체 돌봄정책의 경쟁축이 뚜렷해지고 있다. 3월 27일 지역사회 통합돌봄 본사업이 시작된 뒤 2주 만에 전국에서 8,905명이 신청했고, 229개 지역 가운데 경북 울릉군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신청이 접수됐다. 제도는 전국 단위로 동시에 출발했지만, 각 지자체가 무엇을 가장 시급한 돌봄 과제로 보느냐에 따라 정책의 결은 달라지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보면 서울은 ‘외로움과 고립’, 경기도는 ‘간병비 부담’, 광주는 ‘의료결합형 통합돌봄’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지자체별로 돌봄의 주안점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이미지=생성형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서울, 고독사 대응 넘어 ‘외로움 예방’으로
서울의 변화는 돌봄정책의 범위를 넓히는 데서 시작된다. 서울시는 2023년 기준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에 이르고, 서울의 1인 가구 중 62.1%가 외로움을 호소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2024년 7월 전국 최초로 고독·고립 대응 컨트롤타워를 신설했고, 정책 방향도 기존의 고독사 예방 중심에서 외로움 예방과 재고립 방지까지 확장했다. 올해는 ‘아름다운 동행가게’를 230개소까지 확대하고, ‘스마트 안부확인’ 야간·휴일 관제 대상을 8,500가구로 늘리는 한편, 민관 협력형 고립예방협의체를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했다. 돌봄을 신체 지원만이 아니라 관계망 유지와 고립 예방까지 포함하는 과제로 재정의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간병비’를 돌봄정책 전면으로 끌어올리다
경기도는 돌봄의 핵심 문제를 비용 부담에서 찾고 있다. ‘간병 SOS 프로젝트’는 올해 16개 시군으로 확대됐고, 저소득층 65세 이상 노인에게 연간 최대 120만 원의 간병비를 지원한다. 사업 성과 분석을 보면 지원 대상자의 74.4%가 생계급여 수급자였고, 65.1%는 100만 원을 초과해 지원받았다. 경기복지재단 연구에서는 신청자의 89.2%가 간병비 부담 완화에 효과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돌봄을 서비스 공급 문제로만 보지 않고, 가족이 감당하던 간병비를 얼마나 공적으로 분담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끌어올린 점이 경기도 정책의 특징이다.
광주, 통합돌봄에 의료를 더하는 방향으로
광주는 통합돌봄의 다음 단계를 ‘의료결합’에서 찾고 있다. 광주광역시의회는 지난해 말 ‘2026년 의료돌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토론회를 열고, 약사·한의사·간호사 등 지역 의료자원을 통합돌봄 체계 안으로 어떻게 넣을지 논의했다. 광주시는 2026년 통합돌봄 예산 90억 원을 편성했고, 시 온라인뉴스에서도 ‘광주다움 통합돌봄 모델’이 돌봄통합지원법으로 전국 확산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즉 광주는 생활지원 중심 돌봄을 넘어, 지역 내 의료자원과 연결되는 구조를 선점하려는 흐름이 강하다.
지자체 돌봄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이 세 지역의 움직임을 함께 놓고 보면 최근 지자체 돌봄정책의 기준은 분명해진다. 더 이상 ‘서비스를 몇 개 더 만들었는가’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대신 서울처럼 외로움과 고립을 먼저 포착하느냐, 경기처럼 간병비 부담을 공공의제로 끌어올리느냐, 광주처럼 의료와 돌봄의 접점을 제도화하느냐가 새로운 경쟁축이 되고 있다. 통합돌봄이 전국적으로 시작된 지금, 지자체 돌봄정책의 성패는 결국 지역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돌봄 리스크를 얼마나 정확히 짚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 더 선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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