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의 ‘캄풍 애드미럴티(Kampung Admiralty)’는 단순한 실버타운이 아니다. 2017년 완공돼 2018년 공식 개장한 이 시설은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이 추진한 첫 통합형 은퇴 커뮤니티로, 0.9헥타르 부지 안에 시니어 주거, 의료, 식음·상업시설, 공공광장, 커뮤니티 기능을 한데 묶었다. WOHA가 설계한 이 프로젝트는 세계건축페스티벌 2018 ‘월드 빌딩 오브 더 이어’와 싱가포르 대통령디자인어워드 등을 받으며, 고령사회를 위한 새로운 도시형 모델로 평가받았다.
싱가폴의 캄풍 애드미럴티는 요양시설이 아니라 시니어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사진=캄풍 애드미럴티)‘좋은 요양시설’이 아니라 ‘한 동네의 압축판’
캄풍 애드미럴티의 핵심은 시설의 고급화보다 기능의 집적에 있다. 이곳에는 2개 동, 총 104개의 시니어용 스튜디오 아파트가 4층부터 11층까지 들어서 있고, 저층부에는 900석 규모 호커센터와 소매시설, 3·4층에는 전문 외래와 데이서저리를 포함한 의료센터, 상부에는 액티브에이징 허브와 어린이집, 커뮤니티 파크, 옥상 농장이 배치돼 있다. 전통적으로 여러 기관이 따로 지었을 주거·의료·상업·돌봄 기능을 하나의 수직 복합체로 통합한 것이다.
외로움을 막는 것은 침대 수가 아니라 ‘내려갈 이유’다
이 시설이 인상적인 이유는 노인을 건물 안에 보호하는 대신, 건물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구조를 택했다는 점이다. 설계팀은 1층을 폐쇄적인 로비가 아니라 동네 주민이 드나드는 다공성 공공광장으로 만들었고, 상부에는 아이들과 어르신이 마주치는 어린이집과 액티브에이징 허브, 정원과 농장을 함께 배치했다. ULI와 대통령디자인어워드는 이 프로젝트가 사회적 상호작용과 활동적인 노후를 촉진하는 ‘원스톱 허브’라고 평가했고, WOHA 역시 건물을 노인이 계속 활동적이고 독립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의 인프라’로 설명한다.
도심 초역세권에 얹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 실험
캄풍 애드미럴티는 노후 주거를 도시 외곽의 조용한 단지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 한복판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시설은 애드미럴티 MRT역 인접 입지에 자리 잡고 있고, 의료·식사·장보기·운동·교류가 한 건물 안에서 해결되도록 설계됐다. 특히 아파트는 55세 이상 1~2인 가구를 위한 36~45㎡ 규모 스튜디오로 구성됐고, 손잡이·경사로·비상버튼·휠체어 접근성 등 고령친화 설계를 적용했다. 결국 이곳의 강점은 “좋은 방”보다도 “굳이 시설 밖 먼 곳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 구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캄풍 지구 아래에는 노인시설이 아닌 일반 생활 인프라 시설이 배치돼 있다. 노인들을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일상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핵심 철학이다. (사진=캄풍 애드미럴티)시설의 화려함이 아니라, 일상의 견고함이 핵심
한국의 실버타운 논의는 여전히 분양형 주거상품이나 프리미엄 커뮤니티에 무게가 쏠려 있다. 그러나 캄풍 애드미럴티가 던지는 메시지는 다르다. 고령친화 시설의 경쟁력은 건물의 화려함이 아니라, 주거와 의료, 식사, 교류, 공공공간을 얼마나 촘촘하게 엮어 일상을 유지하게 하느냐에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정부와 설계진이 이 프로젝트를 향후 공공주택과 고령사회 대응의 모델로 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캄풍 애드미럴티는 실버타운 한 곳을 넘어 고령친화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국내의 노인복지주택 업계 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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