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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시설탐방기] ⑥ 마을 전체가 치매 돌봄…프랑스의 ‘빌라주 랑데 알츠하이머’

  • 박지성 기자
  • 2026-06-1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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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박지성 기자] 프랑스 남서부 닥스(Dax)에 자리한 ‘빌라주 랑데 알츠하이머 앙리 에마뉘엘리(Village Landais Alzheimer Henri Emmanuelli)’는 치매 어르신을 위한 기존 요양시설의 구조를 ‘마을’ 형태로 바꾼 사례다. 2020년 6월 문을 연 이 시설은 알츠하이머병 및 관련 질환을 가진 입주자들이 의료기관과 유사한 환경이 아닌, 일상생활에 가까운 공간에서 생활하도록 설계됐다.

 

치매 돌봄을 ‘마을’로 재구성한 프랑스 실험

빌라주 랑데 알츠하이머는 프랑스 랑

빌라주 랑데 알츠하이머 전경 (사진=프랑스 랑드 주 지자체 누리집)
빌라주 랑데 알츠하이머 전경 (사진=프랑스 랑드 주 지자체 누리집)

주의회가 추진하고 누벨아키텐 지역보건청이 지원한 실험적 의료·사회복지 시설이다. 시설은 ‘요양원’이라는 단일 건물보다, 작은 주거단위와 공용시설이 모인 마을에 가깝게 구성됐다.

시설 중앙에는 광장 역할을 하는 공간이 있고, 이곳을 중심으로 미디어도서관, 강당, 미용실, 식료품점, 브라스리, 보건의료센터 등이 배치돼 있다. 입주자는 생활공간과 공용공간을 오가며 식사, 산책, 미용, 문화활동 등 일상에 가까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이 시설의 핵심은 치매 어르신의 생활을 의료 행위 중심으로만 보지 않는 데 있다. 운영 방향은 약물적 개입보다 개인 중심 돌봄과 비약물적 개입을 중시한다. 입주자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맞추는 방식이다.

15개 생활가정과 1개 주간보호 공간

시설은 약 5ha 규모의 녹지 안에 조성됐다. 입주 생활공간은 15개 소규모 가정 형태로 운영되며, 각 가정에는 7~8명의 입주자가 함께 생활한다. 나머지 1개 가정은 주간보호 공간으로 활용된다.

각 생활가정에는 낮 시간대 2명의 전문인력이 배치돼 돌봄, 일상생활 지원, 건강관리와 관련된 활동을 함께 수행한다. 이는 대규모 병동형 구조보다 입주자의 생활 리듬을 세밀하게 살피기 위한 방식이다.

공간 설계도 일반 병원이나 요양시설과 차이를 둔다. 시설 측은 어르신들이 자신의 생활능력을 최대한 유지하고, 자존감과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했다고 설명한다. 산책로, 정원, 텃밭, 동물 돌봄 공간 등도 이러한 일상 중심 설계의 일부다.

지역사회에 열린 도서관과 식당

빌라주 랑데 알츠하이머의 또 다른 특징은 시설을 외부와 완전히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디어도서관은 지역 공공독서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고,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전시도 운영한다. 브라스리 역시 일반 시민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방돼 있다.

치매 어르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지역사회와 일정하게 연결하는 구조는 시설 운영의 중요한 차별점이다. 치매 돌봄을 보호와 격리 중심으로만 구성하지 않고, 가족·자원봉사자·지역주민·전문인력이 함께 드나드는 생활권으로 만드는 데 초점이 있다.

시설에는 약 130명의 전문인력과 8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한다. 입주자 수 120명 규모를 고려하면, 단순 수용시설이 아니라 일상활동과 관계망을 함께 운영하는 구조에 가깝다.

빌라주 랑데 알츠하이머는 폐쇄형이 아닌 지역사회와의 열린 공간으로 시설을 구성했다. (사진=랑드 주의회)
빌라주 랑데 알츠하이머는 폐쇄형이 아닌 지역사회와의 열린 공간으로 시설을 구성했다. (사진=랑드 주의회)

연구와 운영평가를 결합한 모델

이 시설은 단순한 우수시설 소개를 넘어, 치매 돌봄 모델을 검증하는 연구 거점 역할도 맡고 있다. 시설 내부에는 자원·연구센터가 설치돼 있으며, 외부 연구자가 치매 돌봄과 생활환경, 가족, 종사자, 비용효과성 등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의 핵심 질문은 이 모델이 기존 프랑스 요양시설인 EHPAD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여부다. 연구진은 입주자의 삶의 질, 사회적 참여, 건강상태, 종사자의 근무환경, 운영모델의 재현 가능성 등을 살피고 있다.

이는 한국의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과 치매안심마을 논의에도 참고할 만한 지점이다. 시설의 외형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 어르신의 생활반경, 이동 자유, 일상활동, 지역사회 접점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한국 돌봄현장에 주는 시사점

한국에서도 치매 어르신의 장기요양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현재의 요양시설은 안전관리와 돌봄 효율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치매 돌봄에서는 생활환경 자체가 증상 관리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빌라주 랑데 알츠하이머의 사례는 치매 돌봄 공간이 반드시 병원식 구조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작은 생활단위, 자유로운 이동을 고려한 동선, 일상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공용공간, 지역사회와의 접점, 연구 기반의 운영평가가 결합될 때 치매 돌봄은 시설 보호를 넘어 생활 지원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프랑스 닥스의 이 치매 마을은 아직 하나의 실험적 모델이다. 다만 치매 어르신을 ‘관리 대상’이 아니라 마을 안에서 생활하는 주민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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