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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정’ 장례…일본서 확산되는 간소 장례

  • 가순필 기자
  • 2026-06-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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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가순필 기자] 일본에서 장례 절차를 줄인 간소 장례가 확산되고 있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참여하는 가족장에 이어, 하루 일정으로 장례를 치르는 ‘일일장’, 별도 의례 없이 화장 중심으로 고인을 보내는 ‘직장·화장식’이 장례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에서 말하는 ‘직장(直葬, ちょくそう)’은 직장생활의 ‘직장’이 아니라, 고인을 장례식장 의례 없이 화장장으로 모셔 마지막 인사를 하는 방식이다. 한국식 표현으로는 ‘화장 중심 간소 장례’에 가깝다. 일부에서는 ‘당일 장례’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일본 법상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화장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제 의미는 ‘사망 당일 바로 끝내는 장례’라기보다, 통야(고인을 기리며 밤을 새는 의식)와 고별식 등 절차를 최소화한 장례 방식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일본의 장례식장 (사진=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일본의 장례식장 (사진=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일본 장례, 가족장에서 더 작은 장례로

일본 장례문화의 변화는 가족장의 확산에서 먼저 나타났다. 과거에는 친척, 직장 동료, 지역 지인들이 함께 참석하는 일반장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족과 가까운 사람 중심의 소규모 장례가 늘었다.

가마쿠라신쇼가 발표한 2026년 일본 장례 전국조사에 따르면 실제 치른 장례 유형 중 가장 많은 것은 가족장으로 47.0%를 차지했다. 일반장은 30.2%, 일일장은 11.9%, 직장·화장식은 10.8%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일일장과 직장·화장식은 이전 조사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장은 통야를 생략하고 장례·고별식을 하루에 치르는 방식이다. 직장·화장식은 이보다 더 간소한 형태로, 별도의 장례식 없이 화장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은 절차와 의미가 다르지만, 장례 규모와 비용을 줄이려는 흐름 속에서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장례식 비중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일본의 장례식 비중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사망자 160만명 시대, 장례 수요는 늘고 방식은 달라져

일본에서 간소 장례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초고령사회와 다사사회가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4년 인구동태통계 확정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사망자 수는 160만5,378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늘고 있지만, 장례를 치르는 가족의 형태는 과거와 달라졌다. 고령 1인가구, 부부가구,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인가구가 늘면서 장례를 준비하고 치를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지역사회와 직장 공동체의 참여도 과거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변화는 장례의 형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여 고인을 배웅하는 장례보다, 소수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절차와 비용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용 부담 낮춘 직장 전문 서비스도 등장

장례 방식이 간소화되면서 관련 서비스도 세분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직장·화장식만을 전문적으로 안내하는 업체와 플랫폼형 장례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들 업체는 고인의 이송, 안치, 관, 화장 관련 절차 등을 묶은 정액형 상품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직장 전문 서비스를 표방하는 일부 업체는 10만엔 안팎의 기본 플랜을 제시하고 있다. 대형 온라인 장례 플랫폼에서도 화장식·직장 플랜을 별도로 운영하며, 통야와 고별식을 생략한 간소 장례를 선택지로 제공한다.

다만 표시가격만 보고 실제 비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화장장 사용료, 안치 기간, 운구 거리, 꽃 장식, 승려 의식, 식사와 답례품 등이 별도 항목으로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례 절차가 간소하더라도 유족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선택 항목과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간소화가 곧 무의미한 장례를 뜻하지는 않아

직장과 일일장의 확산은 장례문화의 약화를 뜻한다기보다, 가족 구조와 생활 방식 변화에 맞춘 장례 선택지가 늘어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고인의 뜻에 따라 조용한 장례를 원하거나, 유족의 경제적·신체적 부담을 줄이려는 경우 간소 장례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장례 절차를 지나치게 줄였을 때 유족이 충분히 이별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 장례업계에서도 비용뿐 아니라 고인의 의사, 가족 간 합의, 종교적 관계, 친척과의 소통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간소 장례가 확산될수록 중요한 것은 장례의 길이가 아니라, 남은 가족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인지 여부다. 하루 일정의 장례나 화장 중심 장례도 충분한 설명과 사전 합의가 있을 때 유족의 부담을 줄이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직소(直葬) 업체 타모노야의 홍보 사진 (사진=타모노야)
일본의 직소(直葬) 업체 타모노야의 홍보 사진 (사진=타모노야)

한국도 ‘작은 장례’ 논의 커질 가능성

한국 역시 고령 1인가구 증가, 가족 규모 축소, 장례비 부담, 무연고 사망 증가 등 일본과 유사한 변화를 겪고 있다. 아직 일본식 직장 개념이 일반화된 것은 아니지만, 가족장과 소규모 장례에 대한 관심은 이미 커지고 있다.

일본 사례는 장례문화가 고령사회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사망자 수가 늘고 장례를 맡을 가족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장례는 더 이상 의례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돌봄, 비용 부담, 사후 행정, 지역사회 안전망과도 연결되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직장·일일장 확산은 장례를 짧게 치르는 유행이라기보다, 초고령사회가 마지막 이별의 방식을 다시 조정하고 있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고령자 본인의 사전 의사 확인, 가족 간 장례 방식 논의, 투명한 비용 정보 제공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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