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가순필 기자]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운전면허 반납 이후의 이동권 문제가 함께 부상하고 있다. 면허 반납은 교통안전 측면에서 필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병원 진료, 장보기, 복지관 이용, 가족 방문 등 일상 이동을 대신할 수단이 충분하지 않으면 고령자의 생활 반경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과 외곽지역에서는 자가용이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생활 유지 수단에 가깝다. 고령운전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사고 예방과 함께 이동권 보장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고령자 교통사고 사망 비중 여전히 높아
고령자의 교통안전 문제는 실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은 1,29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51.5%를 차지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줄어드는 흐름이지만, 고령층 사망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고령운전자는 모두 위험하다”는 식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사고 위험은 연령뿐 아니라 운전 빈도, 건강 상태, 지역의 도로환경, 대중교통 접근성, 야간운전 여부 등 여러 요인과 함께 봐야 한다.
고령운전 대책이 단순한 연령 기준의 제한으로 흐르기보다, 운전 능력 평가와 교통환경 개선, 대체 이동수단 제공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면허 반납 지원은 확대, 반납률은 제한적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교통카드나 지역화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70세 이상 어르신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할 경우 20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1회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확대했다.
하지만 면허 반납률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건수는 2018년 5280건에서 2024년 11만4436건으로 늘었지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대비 반납률은 2024년 기준 2.2%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납을 망설이는 이유도 분명하다. 도로교통공단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운전면허를 소지한 응답자 중 31.7%가 면허 반납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납을 고려하는 배경으로는 교통사고 위험과 불안감, 노화와 건강 문제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실제 반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으로 생활 이동을 대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조건이 된다.
여전히 어르신들은 운전면허반납에 주저하고 있다. (인포그래픽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농어촌·외곽지역일수록 자가용 의존도 높아
도시 지역에서는 지하철과 버스, 택시 등 대체수단이 비교적 많다. 반면 농어촌이나 외곽지역에서는 병원, 약국, 전통시장, 은행, 행정복지센터까지 이동하는 데 자가용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지역에서 면허 반납은 단순히 운전을 멈추는 문제가 아니다. 병원 진료 횟수가 줄거나, 장보기가 어려워지고, 복지관이나 경로당 방문이 줄어드는 등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자의 이동 제한은 건강관리와 돌봄 공백으로도 연결된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 면허 반납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라기보다 생활 인프라의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
대체교통 없이는 안전대책도 한계
전문가들은 면허 반납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일회성 인센티브보다 지속적인 이동지원 체계가 중요하다고 본다. 대중교통 접근성, 병원·시장·복지시설까지의 이동시간, 생계형 운전 여부 등이 면허 반납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응답형 교통수단, 마을버스, 바우처택시, 병원 동행 서비스,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 등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서비스 제공 지역과 이용 조건, 운행 시간, 예약 편의성은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고령자 입장에서는 “면허를 반납하면 무엇을 이용할 수 있는가”가 명확해야 한다. 반납 이후 병원 진료, 장보기, 약국 방문, 복지관 이용 등 기본 생활 이동이 가능한지 확인되지 않으면 자발적 반납을 기대하기 어렵다.
고령운전 대책, 돌봄정책과 함께 봐야
고령운전 문제는 교통안전 정책이지만 동시에 돌봄정책의 문제이기도 하다. 운전을 중단한 뒤 이동이 어려워지면 방문진료, 재가돌봄, 약 배달, 식사 지원, 병원 동행 같은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노부부 가구는 가족이 매번 이동을 도와주기 어렵다. 고령자에게 운전은 생활 독립성을 유지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서비스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돌봄 정책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고령운전 대책은 면허 반납 여부를 묻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별 이동환경을 함께 점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운전을 줄이거나 중단해도 병원에 가고, 장을 보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때 교통안전과 고령자의 일상생활을 함께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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