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단지와 생활시설이 가까운 이곳에 자리한 강남드림 재가센터는 2023년 3월 문을 연 재가방문요양기관이다. 겉으로는 일반적인 동네 재가센터처럼 보이지만, 이곳의 운영 방식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친정어머니를 돌보며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이종달 센터장과, 어머니의 소명의식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로 합류한 아들 봉하철 씨가 함께 센터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2대째 돌봄을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는 이종달 센터장과 봉하철 복지사 (사진 = 요양뉴스)이종달 센터장은 친정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요양보호사 1세대로 돌봄 현장에 들어섰다. 가족요양이 끝난 뒤에도 13년간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며 재가돌봄의 실제를 경험했다. 당시 시급 6000원 수준의 처우 속에서도 돌봄 일을 이어왔고, 2023년 직접 센터를 열었다. 현재는 지역 주민자치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어르신 돌봄과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더불어 봉하철 복지사는 어머니가 가진 소명의식을 가까이에서 보며 센터 운영에 합류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재가돌봄 현장에 들어온 뒤에는 행정과 상담, 현장 지원을 함께 맡고 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업무도 적지 않지만, 그는 어머니가 이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자신이 이 일을 계속하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강남드림 재가센터는 “돌봄은 우리의 가업”이라고 말한다. 가족을 돌보며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됐고, 이제는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지역 어르신의 삶을 지탱하는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 집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다”
이 센터장이 재가센터를 개원한 이유는 명확했다. 어르신들이 마지막까지 머물고 싶어 하는 곳은 시설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집이고 그 어르신들의 마지막 바람을 들어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재가돌봄을 선택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누운 자리, 내 집에서 죽고 싶다는 욕구”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시설에 입소한 뒤 상태가 나빠지거나 적응하지 못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어르신들은 집으로 돌아온 지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조차 어르신에게는 의미가 있다. 낯선 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자신이 익숙한 공간에서, 가족의 기척이 있는 집에서 마지막을 맞는 것이 어르신들에게는 더 편안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르신들의 마지막 바람에 대한 이해는 센터 운영의 방향으로 이어졌다. 강남드림 재가센터는 어르신의 요구가 있는 곳이라면 시간과 공간을 따지지 않고 찾아가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차량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과 요양보호사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것도 센터의 중요한 역할로 보고 있다.
돌봄을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는 봉하철 복지사 (사진 = 요양뉴스)어려운 어르신일수록 더 필요한 전문 돌봄
재가방문요양 현장에서는 어르신의 상태와 가족 상황에 따라 서비스 난이도가 크게 달라진다. 치매 증상이 심하거나, 언어적 공격이 있으면 요양보호사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보호자는 돌봄 부담으로 공황장애를 겪기도 하고, 요양보호사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한다.
이 센터장은 이러한 사례일수록 가족만의 힘으로 감당하기보다, 전문적인 요양보호사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족은 정서적으로 가까운 만큼 더 지치기 쉽고,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객관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돌봄의 기준은 현장의 태도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든 센터장이든 돌봄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성, 배려, 공감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강남드림 재가센터는 어르신의 난이도와 돌봄 강도를 고려해 요양보호사 시급에도 특별히 신경을 써서 개원 당시부터 타 기관보다 높은 시급을 지급하고 있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높은 시급은 ‘전문적인 돌보 보호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어르신에게도 최상의 서비스가 돌아간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좋은 보호사를 찾는 기준도 현장 대응력에서 본다. 치매 어르신이 서비스를 거부하거나 보호자의 요구가 과도할 때,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설명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방문요양은 어르신의 집 안에서 이뤄지는 서비스인 만큼, 같은 말도 어떤 표현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보호자와 어르신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센터장은 명절 선물처럼 일회성으로 생색을 내는 것보다, 실제 급여를 더 주는 것이 요양보호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1세대 요양보호사로 시작해 13년째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 이종달 센터장 (사진 = 요양뉴스)돌봄이 “직업”이 되고 “센터”가 직장이 되게 하겠다
이 센터장과 봉 복지사가 공통적으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이다. 그는 재가돌봄 정책의 가장 근본적인 과제가 요양보호사의 처우라고 말했다. 요양보호사가 스스로의 일을 가사도우미가 아니라 전문적인 돌봄 노동으로 인식하고, 회사에 소속된 직업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설들이 더욱 많아지게 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다.
재가돌봄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르신의 상태 변화에 대응해야 하고, 보호자와 요양보호사 사이의 요구를 조율해야 하며,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강남드림 재가센터에서 봉하철 씨가 맡은 역할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행정 업무뿐 아니라 보호자 상담, 요양보호사와의 소통, 현장 지원이 함께 이뤄진다.
그럼에도 그는 “센터가 없다면 실제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이 갈 곳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의 보람은 어르신과 보호자의 반응에서 온다. 작은 도움에도 고마움을 전하는 어르신, 보호자의 감사 인사, 돌봄 이후 조금씩 안정되는 가정의 모습을 보며 이 일이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봉 씨는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현장에서 자주 떠올린다고 했다.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다른 어르신들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있지만, 먼 훗날 본인과 부모님의 노후를 생각할 때 지금의 경험과 노력이 언젠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결국 돌봄은 누군가에게만 필요한 일이 아니라, 누구나 언젠가 마주하게 될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선행에서 배운 돌봄의 철학
강남드림 재가센터의 운영 철학은 이 센터장의 가족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선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생각을 어머니의 삶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돌봄을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일로 받아들이게 된 배경이다.
이 센터장이 강조한 것은 더 많이 가져서 부자가 되는 방식이 아니었다. 함께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어르신이 익숙한 집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며, 보호자가 돌봄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강남드림 재가센터의 사례는 재가돌봄이 단순한 방문 서비스가 아니라, 한 가족의 경험과 신념이 지역의 돌봄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친정어머니 돌봄에서 시작된 이종달 센터장의 경험, 그 소명의식을 돕기 위해 합류한 봉하철 복지사, 그리고 지역 어르신을 향한 현장의 실천이 함께 쌓여 강남드림 재가센터의 운영 기준이 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재가돌봄은 더 많은 어르신이 선택하게 될 서비스다. 앞으로의 과제는 방문 횟수나 서비스 시간만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르신의 상태에 맞는 보호사를 연결하고, 보호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돌봄 부담을 나누며, 요양보호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재가서비스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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