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영환 박영환행정사사무소 대표행정사] 정부가 올해 3월부터 운영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에 현재 21개 대학, 505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정부가 전망한 2027년 요양보호사 부족 인원은 약 7만9000명이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외국인 유학생 505명으로 7만9000명의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는가.
답은 분명하다. 505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제도를 무용하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505명은 부족 인원을 채우는 완성된 해법이 아니라, 대학을 기반으로 외국인 돌봄인력을 양성하고 지역에 정착시키는 모델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첫 표본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 수를 얼마나 빨리 늘리느냐가 아니라, 이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자격을 취득해 현장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박영환 행정사는 서울시 120다산콜재단 운영자문위원, 호서대 외국인지역상생위원회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학고 있다. (사진 = 요양뉴스)최근 일부 유학생이 요양보호사 과정을 간호사 양성과정으로 잘못 알고 입학했거나, 과도한 유학원 수수료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무부가 7월부터 9월까지 재학생 전원을 조사하고, 모집 단계에서 표준 가이드북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안내책자 한 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학생 모집은 교육의 바깥 업무가 아니라 교육과정의 출발점이다. 대학이 해외 모집을 유학원이나 소개업체에 맡겼다는 이유로 허위·과장 안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대학의 책임은 표준입학허가서를 발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입학 전부터 요양보호사의 실제 업무, 등록금과 기숙사비, 자격시험, 예상 임금, 교대근무, 취업 가능 시설, 체류자격 유지 조건을 학생의 모국어로 설명해야 한다. 대학이 직접 화상면접을 실시하고 직무 이해 여부와 학업·취업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해외 모집업체의 명단과 학생이 부담하는 수수료 역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요양보호 업무는 단순한 인력 투입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치매 노인과의 의사소통, 식사·이동·목욕·배설 지원, 건강상태 변화 관찰, 기록 작성, 응급상황 대응, 노인 인권과 학대 예방까지 요구되는 전문적인 돌봄 노동이다.
일반적인 한국어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학은 생활 한국어를 넘어 돌봄 현장 한국어, 치매 대응, 윤리와 인권, 감염관리, 응급대처를 결합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자격시험 합격률뿐만 아니라 실제 직무수행 능력까지 검증해야 한다.
또한 학생을 모집하기 전에 취업 기반부터 확보해야 한다. 대학별 모집 정원은 해당 지역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실제 채용 수요와 연계돼야 한다. 대학·지방자치단체·요양시설이 공동으로 채용 수요를 조사하고, 입학 단계에서 실습기관과 예상 취업처를 공개해야 한다. 현장실습은 값싼 노동력 활용이 아니라 교육과정으로 관리돼야 하며, 실습지도자 배치와 안전관리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RISE 체계 역시 이 사업을 단순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사업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지역의 돌봄 수요 조사, 대학의 교육, 요양시설의 채용, 지방자치단체의 주거·생활 지원, 출입국 당국의 체류 관리가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야 한다.
사업 성과도 입학생 수가 아니라 자격시험 합격률, 취업률, 1년·3년 근속률, 임금 수준, 중도이탈률, 노동권 침해 여부로 평가해야 한다. 성과가 낮거나 모집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확인된 대학에는 정원 감축이나 지정 취소 등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유학생을 내국인이 기피하는 저임금 일자리의 대체 인력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낮은 임금, 높은 노동강도, 야간·교대근무, 감정노동과 불안정한 근로시간을 그대로 둔다면 외국인 역시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
외국인력 도입은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 경력·승급체계 마련, 안정적인 근로시간 보장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부당한 대우나 임금체불이 발생했을 때 근무처를 변경할 수 있는 권리와 상담·구제체계도 갖춰야 한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은 돌봄 인력 부족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 아니다. 국내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 구직 체류자, 결혼이민자, 재외동포 등 이미 국내 생활 기반을 갖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직무전환 과정도 함께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내국인 요양보호사가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임금과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인력 공급 경로를 다변화하지 않고 해외 유학생 모집에만 의존하면 제도는 지속되기 어렵다.
결국 물어야 할 것은 ‘외국인 유학생이 요양보호사가 될 수 있는가’가 아니다. 대학과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권과 노동권을 보호하면서 이들을 지역사회에 필요한 돌봄 전문인력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가이다.
505명은 7만9000명의 공백을 메우는 숫자가 아니라 제도의 방향을 검증하는 숫자다. 양적 확대를 서두르면 또 하나의 유학생 모집사업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모집·교육·자격·취업·체류·정착을 하나의 책임체계로 설계한다면, 대학은 초고령사회의 돌봄 위기와 지역소멸 문제를 동시에 풀어가는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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