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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고위험군, 약물 경험 2.3배…중독 문제도 ‘사회적 연결’에서 봐야

  • 김혜진 기자
  • 2026-07-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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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김혜진 기자] 서울시민의 중독 문제가 개인의 의지나 습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등 사회적 관계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외로움 고위험군은 일반군보다 약물 경험 비율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나, 중독 대응 정책이 단속이나 경고 중심을 넘어 조기 발견과 지역사회 연결 체계로 확장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14일 ‘2026 서울시 4대 중독 위험도 및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알코올, 도박, 약물, 스마트폰 등 4대 중독 위험 수준과 시민 인식, 서비스 이용 경험, 정책 수요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다.

시민 44.8% 외로움·사회적 고립 위험군

2026년 서울시 4대 중독 위험도 및 인식조사 결과, 서울시민 10명 중 4명(44.8%)이 외로움 또는 사회적 고립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2026년 서울시 4대 중독 위험도 및 인식조사 결과, 서울시민 10명 중 4명(44.8%)이 외로움 또는 사회적 고립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조사 결과 서울시민의 44.8%는 외로움 또는 사회적 고립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고립을 경험하는 시민이 적지 않은 규모로 확인된 셈이다.

특히 외로움 고위험군의 약물 경험 비율은 32.1%로, 일반군 13.9%의 2.3배 수준이었다. 알코올 사용장애 진입 비율도 일반군보다 1.5~2배 높게 나타났다. 서울센터는 이번 결과를 통해 중독 문제가 개인의 선택이나 일탈만으로 설명되기 어렵고, 사회적 관계 단절과 정서적 고립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적으로도 주요 보건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회적 연결이 건강과 사망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고 있으며,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심혈관질환, 당뇨, 인지기능 저하, 조기사망 위험과 관련된다고 밝혔다.

서울시 역시 외로움과 고립 문제를 사회적 대응 과제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2024년 ‘외로움 없는 서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고독·고립 대응 전담조직을 신설한 뒤 외로움안녕120, 서울연결처방 등 고립·은둔 예방과 사회적 연결 회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은 약물을 걱정하지만, 실제 위험은 처방약 오남용도 포함

시민들이 체감하는 중독 우려와 실제 위험도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조사에서 시민들은 서울시가 향후 중점 대응해야 할 중독 문제 1순위로 약물, 특히 마약을 꼽았다. 응답 비율은 42.7%였다.

다만 약물 경험자들이 주로 경험한 약물은 수면제, 신경안정제, 수면마취제, 살빼는 약 등 의료용 처방약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약물 문제를 마약류 범죄 대응만으로 보기보다, 처방약 오남용과 의료기관 연계 관리까지 포함해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알코올 문제도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음주 경험자의 51.1%가 위험음주 및 알코올 사용장애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민 인식상 알코올의 정책 우선순위는 15.9%로 3위에 머물렀다. 일상화된 음주 문화가 알코올 문제의 위험성을 낮게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 주요지표에서도 고위험음주율은 전국 단위 건강지표 중 하나로 관리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주요지표에는 현재흡연율, 고위험음주율, 걷기실천율, 비만율, 우울감 경험률 등이 포함돼 있으며, 고위험음주는 지역사회 건강관리의 주요 관찰 지표로 제시되고 있다.

청년층은 스마트폰·음주 위험 함께 노출

이번 조사에서는 청년층의 중독 위험도도 확인됐다. 첫 음주 시작 나이는 만 19~24세가 76.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청년층의 스마트폰 4시간 이상 사용률도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위험도는 ‘알코올(51.1%)’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시민들은 ‘약물(42.7%)’을 서울시의 우선 대응 분야로 더 높게 인식하고 있다 (뉴스 =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실제 위험도는 ‘알코올(51.1%)’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시민들은 ‘약물(42.7%)’을 서울시의 우선 대응 분야로 더 높게 인식하고 있다 (뉴스 =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스마트폰 사용은 일상생활과 학업, 업무, 사회관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단순 사용시간만으로 중독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시간 사용과 수면, 정서, 대인관계, 학업·직장 생활의 어려움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는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독 문제는 유형별로 분리돼 나타나기보다 외로움, 우울, 불안, 수면 문제, 사회적 고립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도 외로움은 고위험 음주와 독립적으로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노년층에서 외로움과 고위험 음주의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기관은 알아도 이용은 적어…서비스 접근의 5중 장벽

서울시내 중독 도움기관에 대한 시민 인지율은 69.3%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은 8.6%에 그쳤다. 기관을 알고 있어도 실제 상담이나 치료, 지원 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하는 단절이 확인된 것이다.

서비스 미이용 사유를 보면 실제 고위험군일수록 문제 자각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문제도박군과 알코올 사용장애군 등 고위험군에서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 밖에도 알고 있는 기관이 없거나,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거나, 낙인과 비밀 노출을 우려하거나, 시간·거리·비용 부담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는 장벽도 확인됐다.

시민들이 원하는 서비스 조건은 비교적 분명했다. 비용 부담 없음 22.7%, 가까운 이용 장소 22.6%, 익명성 보장 19.6% 등 세 조건이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중독 문제가 있는 시민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료·근접·익명’ 조건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중독관리체계는 지역사회 중심의 조기발견, 상담, 치료·재활, 사회복귀 지원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지역사회 내 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 등 중독 문제가 있는 사람과 가족, 주민을 대상으로 상담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권역별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알코올, 도박, 마약, 인터넷 등 중독 문제에 대한 예방과 상담, 재활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단속보다 연결…중독 대응 정책의 방향 전환

이번 조사 결과는 중독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자기통제 부족이나 범죄 대응 차원에서만 다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로움 고위험군에서 약물 경험과 알코올 사용장애 위험이 높게 나타난 만큼, 중독 대응은 정신건강, 사회적 고립, 지역사회 연결망과 함께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독서비스 도움기관을 알고 있는 시민은 69.3%지만, 실제 이용 경험은 8.6%에 그쳐 약 60.7%p의 큰 격차가 나타났다 (뉴스 =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중독서비스 도움기관을 알고 있는 시민은 69.3%지만, 실제 이용 경험은 8.6%에 그쳐 약 60.7%p의 큰 격차가 나타났다 (뉴스 =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서울센터 이기연 센터장은 “이번 조사는 서울시민 중 약 80만명 규모로 추산되는 외로움 및 사회적 고립 위험군이 중독과 정신건강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실증적 경고”라며 “서울시 중독 정책을 하나의 통합된 사회적 연결성 회복정책으로 재설계하고, 3차 서울시 정신건강 종합계획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실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센터는 이번 조사 결과를 서울시 중독 현황에 대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독 유형별 예방·홍보와 개입 전략을 차별화하고, 지역사회 협력체계와 서비스 연계체계를 마련하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조사 결과는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중독대응 포럼에서 관련 기관 및 전문가들과 공유될 예정이다.

중독 문제에 대한 시민 인식과 실제 위험도 사이의 격차, 높은 기관 인지율과 낮은 서비스 이용률,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위험군의 취약성이 동시에 확인된 만큼, 향후 서울시 중독 정책은 조기 발견과 상담 접근성, 지역 기반 연결 서비스가 주요 과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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