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가순필 기자] 폭염이 이어지면서 고령층 건강관리에 대한 주의가 커지고 있다. 무더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어르신에게는 온열질환, 탈수, 기저질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건강 위험 요인이다.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는 더위에 노출되더라도 스스로 위험을 알아차리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울 수 있어, 지역사회 돌봄망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5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을 통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온열질환은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 폭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을 말한다. 질병관리청은 감시체계를 통해 온열질환자와 추정 사망자 발생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온열질환 시 주의사항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도 80대 남성
올해는 감시체계 운영 첫날부터 온열질환 관련 사망자가 신고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15일 서울에서 80대 남성이 올해 첫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로 신고됐다. 당시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28.2℃였고, 서울 최고기온은 31.3℃까지 올랐다. 이른 무더위에도 고령층에서는 중대한 건강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폭염 상황에서도 온열질환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026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기준 7월 10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 535명, 추정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2025년에는 총 4,460명의 온열질환자와 추정 사망자 29명이 발생했으며, 특히 7월 20일부터 31일까지 전체 환자의 약 30%, 사망자의 약 35%가 집중됐다.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건강피해가 짧은 기간에 급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어르신은 왜 폭염에 더 취약한가
고령층은 폭염에 더 취약하다. 질병관리청은 어르신의 경우 노화로 인해 더위에 따른 체온 상승과 탈수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할 수 있고, 심뇌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이나 복용 약물의 영향으로 체온 유지와 땀 배출 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2023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온열질환자 수는 80세 이상에서 11.5명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폭염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대사질환,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여름철 33℃ 이상 고온에 노출될 경우 65세 이상에서 허혈성심질환,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증가하고, 대사질환과 인지기능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온열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질환 발생 이전 안부를 통한 선제적 예방이다.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혼자 사는 어르신은 ‘온도’보다 ‘안부’가 문제
폭염기 고령층 돌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실내 온도만이 아니다. 어르신이 실제로 냉방을 사용하고 있는지, 물을 충분히 마시고 있는지, 식사를 거르지 않는지, 어지럼이나 무기력감을 호소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도 여름철 폭염 대응 과정에서 혼자 사는 어르신의 안부 확인을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는 2026년 폭염대책기간 동안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을 통해 취약 어르신의 안전 확인을 강화하고, 폭염특보 시 전화·방문 등을 통한 안부 확인과 필요 지원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특히 독거노인, 치매 어르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만성질환자, 냉방기기 사용이 어려운 가구가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사용을 꺼리거나, 인지 저하로 더위 위험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가족, 이웃, 생활지원사, 요양보호사의 반복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방문돌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신호
방문요양이나 재가돌봄 현장에서는 폭염기 어르신의 작은 변화가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평소보다 말수가 줄거나, 기운이 없고, 어지럼을 호소하거나, 식사량과 수분 섭취가 줄어든 경우에는 온열질환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린 뒤 갑자기 땀이 나지 않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체온이 높아지는 경우에는 즉시 의료기관이나 119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고, 시원하게 지내며, 더운 시간대에는 야외작업이나 운동 등 외부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수분 섭취량을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요양보호사와 생활지원사는 냉방기 작동 여부, 실내 환기 상태, 복용 약물, 최근 식사량, 수분 섭취량, 화장실 이용 빈도, 어지럼 호소 여부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방문 시간이 오전이나 저녁에 집중돼 있다면, 한낮 시간대 어르신이 어떤 환경에 놓이는지도 가족이나 이웃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폭염 대응은 지역 돌봄 체계의 과제
폭염은 매년 반복되지만, 피해는 취약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고령층 온열질환 예방은 개인이 물을 마시고 외출을 줄이는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가 취약 어르신을 얼마나 촘촘히 확인하고 연결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올해처럼 이른 시기부터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하고, 폭염중대경보까지 발령되는 상황에서는 돌봄 현장의 대응도 더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 재가돌봄기관,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지자체, 보건소, 가족과 이웃이 함께 어르신의 생활환경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체계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질병관리청은 폭염 시 가족과 주변 이웃, 어르신의 안전과 안부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온열질환은 특정 직업군이나 야외활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 안에 머무는 고령자에게도 직접적인 건강 위험이 될 수 있다.
고령사회에서 폭염 대응은 계절성 캠페인에 머물기 어렵다. 어르신의 건강 상태, 주거환경, 냉방 접근성, 사회적 고립 여부를 함께 살피는 지역 돌봄 체계가 폭염 피해를 줄이는 핵심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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