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전형수 기자] 김영순 여의도노인복지센터장이 요양 분야에 들어선 계기는 친정어머니를 직접 돌본 경험이었다. 김 센터장은 어머니를 돌보며 돌봄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돌보는 사람도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이러한 경험은 여의도노인복지센터가 어르신은 물론 요양보호사와 보호자의 행복까지 함께 살피는 돌봄을 추구하는 바탕이 됐다.
김 센터장은 가족을 직접 돌보는 일이 사랑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에게도 충분한 휴식과 주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돌보는 사람이 지치지 않고 자신의 생활과 건강을 지켜야 부모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안정적으로 돌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의도노인복지센터 김영순센터장(사진=요양뉴스)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사려 깊은 매칭
김 센터장은 어르신과 요양보호사를 연결하기에 앞서 요양보호사가 어떤 업무를 잘할 수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를 충분히 듣는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요양보호사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근무를 맡기면 결국 돌봄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요양보호사가 업무의 어려움이나 근무 조건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남성 어르신을 돌보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해서 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요양보호사마다 경험과 신체적 여건, 감당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요양보호사가 1번입니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요양보호사가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어르신에게도 지속적이고 편안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센터장은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맡고 자신의 상황을 존중받아야 요양보호사도 즐겁게 오래 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의도노인복지센터는 요양보호사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요양보호사 팀장제’도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을 오랫동안 성실하게 돌보며 보호자와 동료들로부터 신뢰를 쌓아온 요양보호사를 팀장으로 선정하는 제도다.
센터는 모범적인 돌봄을 실천해 온 요양보호사의 노력과 전문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다른 요양보호사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팀장에게 일반 요양보호사보다 높은 시급과 책임 있는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편하게 웃고 갈 수 있는 센터여야”
여의도는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가 많지 않아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요양보호사가 많아 이동시간과 교통비에 대한 부담도 큰 편이다.
여의도노인복지센터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수당을 지원하고,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돌봄 서비스의 지속성과 품질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무엇보다 요양보호사들에게 잘해주고 싶다고 강조한다. 센터 사무실에는 근무를 마친 요양보호사들이 지치거나 배가 고플 때 부담 없이 들러 식사하고 쉴 수 있도록 간식과 먹거리가 늘 준비돼 있다.
김 센터장은 “요양보호사들이 센터에 와서 편하게 웃고, 힘들었던 일을 털어놓으며 함께 먹고 즐기다 갈 수 있어야 한다”며 “센터가 부담스러운 곳이 아니라 언제든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누가 옳은지 판단하기보다 관계를 조정하는 역할
김 센터장은 센터의 역할이 단순히 요양보호사를 배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어르신과 보호자, 요양보호사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중재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돌봄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가정에서는 서비스 첫날부터 어르신이 요양보호사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업무를 요청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김 센터장은 어느 한쪽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먼저 보호자와 충분히 상담했다. 어르신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첫날부터 요양보호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업무를 요구하면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후 보호자가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서비스 범위가 원만하게 조정됐고,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돌봄이 이어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센터가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보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요양보호사의 잦은 교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르신과 보호자가 원하는 돌봄 방식은 물론, 요양보호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무 조건과 업무 범위를 처음부터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생각이다.
실제로 센터가 연결한 한 가정에서는 동일한 요양보호사가 7년 이상 입주요양을 이어오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오랜 시간 어르신과 생활하면서 보호자와 요양보호사 사이에도 가족과 같은 신뢰가 형성됐다. 김 센터장은 입주요양의 안정성 역시 처음부터 서로 잘 맞는 사람을 세심하게 연결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과 의견을 나누며 센터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김영순센터장(사진=요양뉴스)작은 물티슈 한 장에도 담긴 요양보호사 배려
김 센터장의 사무실 한쪽에는 물티슈가 넉넉하게 쌓여 있다. 현장에서 요양보호사가 반복해서 걸레를 빨아 사용하는 일이 신체적 부담이 될 수 있어 필요할 때 편하게 가져가 활용하도록 마련해 놓은 것이다.
물티슈는 사소한 물품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김 센터장의 마음이 담겨 있다. 김 센터장은 돌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창한 제도뿐 아니라 현장의 불편을 세심하게 살피는 작은 배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요양보호사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여의도노인복지센터는 올해 상반기에 자체 교육을 두 차례 진행했으며, 하반기에도 추가 교육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이 있는 날에는 요양보호사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식사와 간식도 함께 준비한다.
김 센터장은 요양보호사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한다. 교육 역시 부담스러운 업무가 아니라 서로를 격려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나누며 다시 힘을 얻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더운 여름은 어르신뿐 아니라 요양보호사에게도 힘든 시기다. 일부 가정은 냉방이 충분하지 않아 요양보호사들이 근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에 센터는 여름철 보양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에서 애쓰는 요양보호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요양보호사를 존중하는 일이 결국 어르신을 위한 돌봄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고 지치지 않아야 돌봄 관계도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여의도노인복지센터가 지켜온 운영 원칙이다.
요양보호사들이 언제든 편안하게 머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 같은 사무실(사진=요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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