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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션은 누가 하나…대법원 판결로 확대되는 돌봄 공백

  • 박지성 기자
  • 2026-08-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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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박지성 기자] 병원 현장에서 간병인이 환자에게 기관절개관 석션을 시행한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요양병원과 재택돌봄 현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간병인이 환자에게 석션을 시행한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 = 대법원)
간병인이 환자에게 석션을 시행한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 = 대법원)

이번 판결은 환자의 기도와 생명을 직접 다루는 침습적 처치는 의료인이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다. 다만 기관절개 환자나 와상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 재활병원, 재택의료 현장에서는 석션 수요가 수시로 발생하는 만큼, 의료인력과 돌봄인력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하고 연결할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간병인 석션 중 환자 사망…의사도 의료법 위반 확정

이번 사건은 2021년 4월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던 뇌출혈 환자에게 간병인이 기관절개관 석션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당 환자는 석션 중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고, 약 두 달 뒤 사망했다.

대법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간병인에게는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의사 측은 석션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1심은 석션이 원칙적으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 보건복지부 지침 등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 “의료인 시행·관리 필요한 행위”

석션은 환자의 기관이나 기도에 카테터를 넣어 가래 등 분비물을 제거하는 처치다. 호흡곤란이나 폐렴 등 합병증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신체 내부에 기구를 삽입하는 과정이 포함돼 감염, 점막 손상, 저산소증 등의 위험이 따른다.

법원은 이러한 위험성을 고려해 석션을 의료인이 시행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의료행위로 봤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기관절개관을 통한 석션은 환자의 호흡과 직접 연결되는 처치인 만큼, 단순한 생활 보조 업무와 구분된다는 판단이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병원 안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간병인의 석션 수행도 법적으로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원칙은 중요하지만, 원칙은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원칙은 중요하지만, 원칙은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현장에서는 “원칙은 맞지만 공백이 문제”

의료계와 요양병원 현장에서는 환자 안전 원칙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현장 적용 과정에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협신문은 이번 판결 이후 의료기관에서 간병인의 석션 시술은 불법행위로 처벌될 수 있고, 자격을 갖춘 의료인만 수행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대학병원, 요양병원, 재활병원, 재택의료 현장에서 기관절개 환자와 와상 환자에게 석션이 수시로 필요한 현실을 함께 짚었다.

연합뉴스도 이번 판결을 두고 대법원이 석션을 의료인이 시행·관리해야 할 의료행위로 봤다고 전하면서, 대한의사협회가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냈다고 보도했다.

현장 우려의 핵심은 석션 수요가 특정 시간에 정해져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관절개 환자나 가래 배출이 어려운 환자는 상태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차례 석션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 인력 배치가 적은 시간대에는 간호인력이 즉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요양병원·재택돌봄에서 더 큰 쟁점

이번 판결은 대학병원 사건에서 출발했지만, 파장은 요양병원과 재택돌봄 현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요양병원에는 고령, 와상, 뇌졸중 후유증, 기관절개, 흡인 위험이 있는 환자가 적지 않다. 재택에서도 중증 장애아동이나 기관절개 환자, 장기 와상 환자의 보호자가 석션을 배워 수행하는 사례가 있다.

디멘시아뉴스는 이번 판결이 환자의 기도와 생명을 직접 다루는 침습적 처치를 유상 간병인에게 맡길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라고 보도했다. 다만 기관절개 환자가 퇴원하면 병원이 가족 보호자에게 석션을 교육하고, 보호자가 병실이나 재택에서 직접 석션을 시행하는 현실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 지점에서 현장의 고민은 복잡해진다. 법적으로 의료행위와 돌봄행위의 경계는 분명해야 하지만, 실제 환자 곁에 24시간 머무는 사람은 의료인이 아니라 가족이나 간병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병원은 법적 리스크 관리 불가피

이번 판결 이후 병원과 요양병원은 간병인의 업무범위를 다시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간병인이 석션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안내하고, 간병업체 계약서나 보호자 안내문, 원내 지침 등에 의료행위 금지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협신문은 병원 현장에서는 간병인 석션 금지 안내문 게시, 간병업체 계약서와 보호자 동의서에 의료행위 금지 조항 명시, 원내 지침에 석션 수행 가능자를 의료인 등으로 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법무적 조언을 소개했다.

다만 지침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현장의 석션 공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간병인의 의료행위 금지를 명확히 해야 하지만, 동시에 석션이 필요한 환자에게 의료인력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환자 안전과 돌봄 현실 사이의 조정 필요

이번 판결은 석션을 둘러싼 법적 기준을 분명히 했다. 비의료인에게 침습적 처치를 맡기는 관행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사고 발생 시 간병인뿐 아니라 이를 지시하거나 묵인한 의료진도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한편 현장에서는 중증 고령환자의 호흡기 관리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제기된다. 요양병원과 재택 현장에서는 의료인이 해야 할 처치와 돌봄인력이 할 수 있는 지원 업무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석션이 필요한 환자에 대한 대응 체계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기관절개 환자나 수시 석션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병원 내 간호인력 배치와 야간 대응 체계, 재택 환자에 대한 방문간호 연계, 가족 보호자 교육 범위, 간병인의 금지 업무 안내 등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석션은 누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한 가지 처치의 업무범위를 묻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중증 고령환자 돌봄에서 의료와 간병의 경계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그 경계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어떤 제도로 메울 것인지 다시 확인하게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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