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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돌봄 공백 메우는 이주노동자…‘권리 보호’도 함께 추진

  • 박지성 기자
  • 2026-08-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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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박지성 기자] 유럽에서 장기요양과 돌봄 인력 부족 문제가 주요 사회정책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로 돌봄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강도, 가족돌봄 기반 약화로 인해 공식 돌봄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는 유럽 돌봄체계의 중요한 인력 기반이 되고 있다. 다만 유럽의 최근 논의는 단순히 “부족한 인력을 해외에서 데려오자”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주 돌봄노동자의 체류 안정, 고용주 변경권, 임금·휴식 보장, 착취 방지 장치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럽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대처하기 위해 이주 노동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유럽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대처하기 위해 이주 노동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장기요양 수요 늘지만, 일할 사람은 부족하다

유럽연합은 장기요양이 고령화에 따라 빠르게 커지는 사회정책 분야라고 보고 있다. EU 자료에 따르면 유럽 내 장기요양 필요 인구는 2019년 3,080만 명에서 2050년 3,81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장기요양 관련 공공지출도 국내총생산 대비 1.7%에서 2.5%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수요 증가와 달리 돌봄 현장에 유입되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장기요양 분야는 대체로 임금이 낮고, 신체적·정서적 부담이 크며, 야간·교대·입주 돌봄 등 불규칙한 노동 형태가 많다. 유럽연합도 장기요양 분야에서 공식 돌봄인력을 유지하고 새롭게 확보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의 요양보호사·간병인력 부족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고령 환자와 장기요양 수급자는 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돌봄 노동의 낮은 처우와 높은 이직률, 신규 인력 유입 감소가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주노동자 의존 커지는 유럽 돌봄 현장

유럽의 일부 국가는 이미 이주노동자에게 돌봄 공백을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특히 재가돌봄과 입주돌봄 영역에서는 중·동유럽, 아시아, 비EU 국가 출신 노동자가 노인의 집에 머물며 가사와 돌봄을 제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독일 인권연구소는 독일의 입주 돌봄노동자가 주로 중·동유럽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이며, 이들이 노인의 집에서 생활지원과 돌봄을 제공하면서 공식 간호·돌봄체계의 빈틈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입주돌봄 구조에서는 노동시간, 휴식권, 임금, 사회보장 적용이 불분명해 착취 위험이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영국에서도 사회돌봄 분야의 해외 인력 의존이 커졌다. 최근 영국 언론은 사회돌봄 분야가 국제 채용에 크게 의존해 왔으며, 약 160만 명 규모의 돌봄 인력 가운데 외국 국적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이민 규제 강화와 사회돌봄 인력 부족이 맞물리면서, 기존 외국인 돌봄노동자의 체류와 정착 문제도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

유럽 논의의 핵심은 ‘인력 도입’보다 ‘권리 보호’

최근 유럽연합은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비EU 출신 인재 유입을 지원하는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2026년 6월 발효된 EU Talent Pool 관련 규정은 비EU 구직자와 유럽 내 인력 부족 직종을 연결하기 위한 EU 차원의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주목할 점은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와 함께 권리 보호 장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은 단일허가제 개정과 관련해 비EU 노동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알리고, 일정 조건에서 고용주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며, 실직하더라도 허가 기간 내 일정 기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노동 착취 방지 장치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는 돌봄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돌봄노동자는 이용자의 집이나 시설 안에서 일하기 때문에 노동시간과 업무범위가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체류자격이 특정 고용주에게 과도하게 묶여 있으면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 부당한 대우를 겪어도 쉽게 일터를 옮기기 어렵다. 유럽에서 이주 돌봄노동자 논의가 노동권과 체류 안정 문제를 함께 다루는 이유다.

입주돌봄은 가장 취약한 영역

유럽의 이주 돌봄노동자 문제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영역은 입주돌봄이다. 입주돌봄은 돌봄노동자가 이용자의 집에 거주하면서 생활지원과 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가족 입장에서는 24시간 가까운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근무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가 흐려지기 쉽다.

독일 인권연구소는 EU 내 입주 돌봄노동자의 노동착취를 막기 위해 노동시간 규정 준수, 적정 임금, 휴식 보장, 중개업체 관리, 신고·구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간병인과 입주요양 인력은 환자나 어르신 곁에 장시간 머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국인 인력이 이 영역에 투입될 경우, 언어 문제와 체류자격, 중개수수료, 근무처 변경 가능성, 야간 돌봄 범위 등을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돌봄의 질과 노동권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유럽은 단순한 인력 유입보다는 해당 인력들이 잔존할 수 있도록 인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유럽은 단순한 인력 유입보다는 해당 인력들이 잔존할 수 있도록 인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한국도 외국인 돌봄인력 논의 본격화

한국에서도 외국인 요양보호사와 간병인력 도입 논의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요양보호사 부족, 간병비 부담, 가족돌봄 약화, 요양병원 간병급여화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외국인 돌봄인력은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유럽 사례는 외국인 인력 도입이 단순한 숫자 확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집 단계에서의 허위·과장 안내, 과도한 중개수수료, 체류자격 불안정, 낮은 임금, 장시간 노동, 언어·문화 차이, 돌봄 업무 범위의 불명확성은 모두 제도 초기부터 관리해야 할 요소다.

특히 돌봄은 사람의 신체와 생활을 직접 다루는 일이다. 외국인 돌봄인력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치매 대응, 노인 인권, 감염관리, 응급상황 보고, 가족·보호자와의 의사소통, 업무범위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돌봄 공백 해소와 노동권 보호는 함께 가야

유럽의 최근 흐름은 돌봄 인력 부족을 이주노동자로 보완하더라도, 이들을 낮은 비용의 대체 인력으로만 봐서는 제도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돌봄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이용자도 안정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외국인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력 확보와 권리 보호를 분리하기 어렵다. 누가 모집하고, 어떤 교육을 받으며, 어디에서 일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유럽의 사례는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령사회에서 외국인 돌봄인력은 점점 중요한 축이 될 수 있지만, 그 전제는 돌봄을 받는 사람의 안전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권리가 함께 보호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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