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김혜진 기자] 치매를 앓던 요양원 입소자가 베란다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당시 근무 중이던 요양보호사와 요양원 대표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사고를 예측하기 어려웠고, 요양원이 입소자를 가두거나 감호하는 시설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요양시설의 안전관리 책임과 치매 어르신의 돌발행동을 둘러싼 현장 부담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례로 주목된다. 요양시설은 입소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하지만, 모든 이례적 행동을 24시간 완전히 차단하는 기관은 아니라는 점에서 돌봄 책임의 경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돌보던 치매 어르신의 추락사와 관련해 해당 요양보호사와 시설장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혼자 16명 돌보던 사이 발생한 사고
사건은 2023년 1월 30일 인천 강화군의 한 요양원에서 발생했다. 당시 70대 요양보호사 A씨는 동료 요양보호사가 점심 식사를 하러 간 사이 혼자서 입소자 16명을 돌보고 있었다.
치매를 앓던 80대 입소자 B씨는 요양원 2층 빈 방 베란다 쪽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생활공간으로 데려와졌다. 그러나 A씨가 다른 입소자의 기저귀를 갈아주러 간 사이, B씨는 약 2분 만에 다시 빈 방으로 이동해 베란다에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숨졌다.
검찰은 B씨가 치매와 섬망 증세로 배회와 망상 행동을 보여왔고, 요양원 측이 이를 알고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봤다. 이에 요양보호사 A씨와 요양원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 “요양원은 감호시설이 아니다”
인천지법은 최근 A씨와 요양원 대표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난 베란다 난간 높이가 131.5cm로 추락 방지에 충분한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난간 아래 턱을 딛고 올라가 난간을 넘어 추락하는 행동까지 요양원 측이 예측하기는 어려웠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요양원이 교도소나 감호시설이 아니라 노인복지시설이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입소자의 적극적이고 이례적인 행동으로 발생한 사고를 예측하거나 피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요양시설의 안전관리 책임을 부정한 판단은 아니다. 다만 시설이 입소자의 모든 이동과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하는 기관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양시설은 복지시설이지, 감호시설이 아니다"라는 법원의 시각이 나왔다. (사진=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치매 배회와 돌봄 현장의 공백
이번 사건에서 숨진 입소자는 치매로 인한 섬망 증세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찰 일지에는 망상과 배회가 심하고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었으며, 사고 전에도 자녀를 만나러 가야 한다는 취지로 요양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소란을 피운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어르신의 배회와 섬망은 요양시설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위험 신호다. 그러나 배회나 돌발행동은 특정 시간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배변 지원, 식사 보조, 투약 확인, 목욕·이동 지원 등 다른 돌봄 업무가 이뤄지는 사이 짧은 관찰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고는 약 2분 사이 발생했다. 법원이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현장의 안전관리 논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매 어르신의 돌발행동을 개인 요양보호사의 책임으로만 보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고 예방과 과도한 책임 사이
요양시설은 입소자의 생활을 지원하는 복지시설로 규정돼 있다. 치매 어르신을 포함한 입소자의 안전을 살피고 사고 위험을 줄여야 하지만, 동시에 입소자를 강제로 가두거나 모든 행동을 통제하는 기관은 아니라는 것이 금번 판단의 주효한 관점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치매 어르신의 배회와 추락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관리와 입소자의 생활권·이동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위험공간 관리, 관찰 일지, 근무자 간 인수인계, 식사·휴게시간대 관찰 공백 보완 등 시설 차원의 대응도 함께 필요하다.
이번 판결은 요양시설이 입소자 안전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치매 어르신의 돌발행동으로 인한 사고에서 시설과 종사자에게 어느 범위까지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원이 하나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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