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전형수 기자] 늘사랑재가복지센터가 지향하는 돌봄은 많은 수급자를 확보하는 데 있지 않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을 세심하게 살피고, 현재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드리는 것이 센터가 추구하는 돌봄의 방향이다. 요양보호사를 존중하고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 역시 어르신에게 더 나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과정이다.
마포 늘사랑재가복지센터 이선희 센터장은 어르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함께하는 요양보호사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요양보호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세심한 손길이 어르신의 외로움과 우울감을 덜어주고, 신체 상태와 인지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곁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외롭고 우울했던 어르신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신체적·정서적 지원과 꾸준한 인지활동은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르신이 하실 수 있는 일은 끝까지 스스로 해보실 수 있도록 기다려드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돌봄입니다.”
이 센터장은 신체활동과 식사를 돕는 것뿐 아니라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노래를 함께 부르며, 남아 있는 능력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모든 과정이 돌봄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어르신에게 요양보호사의 방문과 대화는 단순한 생활 지원을 넘어 삶의 활력과 정서적 안정을 되찾게 하는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늘사랑재가복지센터 이선희센터장(사진=요양뉴스)
어르신의 ’잔존기능’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돌봄
이 센터장이 요양보호사들에게 가장 자주 강조하는 것은 어르신의 ’잔존기능’을 최대한 지켜드려야 한다는 점이다. 옷을 입거나 음식을 준비할 때 모든 일을 대신해 드리기보다 어르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참여하도록 기다리고 옆에서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어르신이 직접 단추를 채우고, 요리 재료를 다듬거나 식탁을 준비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남아 있는 기능을 계속 사용하실 수 있게 돕는 것이 진정한 돌봄이라고 생각합니다.”
늘사랑재가복지센터가 요양보호사 교육에 미술활동과 인지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센터는 복주머니 만들기와 같은 미술활동을 요양보호사들에게 먼저 교육한 뒤 각 가정에서 어르신과 함께 진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필요한 재료비도 부담한다.
교육의 핵심은 요양보호사가 완성품을 대신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르신이 직접 손을 움직이고 색과 재료를 선택하도록 도와 손의 기능과 인지능력을 자극하고, 활동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치매 시어머니를 모신 시간, 제게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선희 센터장의 돌봄 철학에는 치매를 앓던 시어머니를 직접 모신 경험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이 “우리 어머니를 사랑하느냐”고 묻자, 이 센터장은 사랑이란 특별한 감정보다 어머니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며 끝까지 곁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아들이 군에 입대한 뒤 조용해진 집 안은 시어머니의 노랫소리로 다시 웃음이 넘쳤다. 시어머니가 ‘나의 살던 고향은’이나 ‘아리랑’을 부르며 어깨를 들썩이면 부부도 함께 웃었다. 이 센터장은 “어머니를 모시는 시간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참 귀한 시간이었다”며 다시는 들을 수 없는 노랫소리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이 경험을 통해 이 센터장은 치매 어르신에게도 감정과 추억, 다른 사람과 교감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요양보호사와 어르신을 처음 매칭할 때 센터 담당자가 가정을 함께 방문해 어르신의 가족관계와 성격, 생활 습관, 건강 상태, 살아온 이야기를 충분히 듣도록 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요양보호사를 채용할 때도 자격증이나 근무 기간만을 보지 않는다. 부모님을 직접 모셨거나 요양원 등에서 어르신을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작은 표정과 행동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현장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를 직접 모신 이 센터장은 사람을 돌봐 본 경력자의 경험이 보다 따뜻하고 세심한 돌봄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선생님들은 천사입니다”…요양보호사를 향한 존중
이선희 센터장은 요양원에서 근무할 때부터 지금까지 요양보호사들에게 늘 같은 말을 건넨다.
“선생님들은 천사입니다.”
이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다. 어르신의 식사를 챙기고 몸을 씻겨드리며, 반복되는 말과 행동을 묵묵히 받아주는 요양보호사의 노동이 얼마나 귀하고 어려운 일인지 직접 경험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센터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요양보호사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직접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어르신의 식사를 준비하고 신체활동과 산책을 도우며 현장의 어려움과 보람을 직접 경험했다.
당시 한 어르신이 자신을 향해 “새댁, 새댁”이라고 부르던 일을 떠올리며 이 센터장은 환하게 웃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어르신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느끼는 기쁨이 더 컸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은 요양보호사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적절한 근무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어르신에게 더 나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교육에 참여한 요양보호사들(사진=요양뉴스)
수급자 확보보다 어르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먼저
늘사랑재가복지센터는 수급자 수를 늘리는 데만 연연하지 않는다. 이 센터장은 방문요양이 모든 어르신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센터는 어르신의 건강 상태와 인지기능, 생활환경, 보호자의 돌봄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방문요양보다 주야간보호센터 이용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보호자에게 데이케어 이용을 권한다.
이로 인해 센터의 서비스 이용 인원이 줄어든 경우도 있었지만, 이 센터장은 수급자 숫자보다 어르신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돌봄의 방향과 서비스의 질을 우선했다.
하루 종일 혼자 지내던 한 어르신에게도 데이케어 이용을 안내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보호자가 재가서비스 이용을 고집했지만, 이후 어르신이 혼자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보호자는 그제야 센터장의 조언이 서비스 변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음을 이해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선희 센터장은 돌봄기관의 역할은 센터에 유리한 서비스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에게 가장 필요한 돌봄을 찾아드리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요양보호사를 존중하고 교육하는 일, 어르신의 남아 있는 기능을 지켜드리는 일, 더 적합한 서비스를 안내하는 일 모두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존중하기 위한 돌봄의 과정이다.
10년의 동행, 함께해 온 요양보호사들(사진=요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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