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가순필 기자] 고령층 이동지원 정책이 지자체별로 다양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앱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한 전화 콜택시, 병원 이용 과정을 돕는 동행서비스, 휠체어·와상 상태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 버스가 닿지 않는 농촌마을의 공공형 택시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고령사회에서 이동은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다. 병원 진료, 약 수령, 장보기, 복지관 이용, 가족 방문 같은 일상은 이동이 가능해야 유지된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이동지원은 건강관리와 사회참여, 돌봄 공백 예방과 직접 연결된다.
서울시는 고령층의 이동권리 보장을 위해 '동행 온다 콜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다. (사진 = 서울시)서울, 앱 못 쓰는 어르신 위해 ‘전화 한 통’ 택시 호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서울시의 ‘동행 온다 콜택시’다. 서울시는 스마트폰 택시 호출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이 콜센터로 택시를 호출하면 원하는 장소에 택시가 배차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 대상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고령자 등 디지털 약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며, 호출료는 무료다.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다.
서울시는 기존 전용 콜센터 1855-0120에 더해 다산콜센터 02-120으로도 ‘동행 온다 콜택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전화번호 저장이나 기억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르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서울시는 2025년 7월 서비스 개시 이후 약 1년 만에 누적 이용건수 약 4만40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정책의 장점은 명확하다. 기존 택시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앱 사용이라는 진입장벽을 낮췄다. 어르신이 별도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전화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말하면 배차정보를 문자나 알림톡으로 받을 수 있다. 서울처럼 택시 공급이 많은 대도시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방식이다.
다만 한계도 있다. ‘동행 온다 콜택시’는 택시 호출을 쉽게 해주는 서비스이지, 병원 접수·수납이나 진료실 이동, 검사 대기, 약 수령까지 돕는 동행서비스는 아니다. 혼자 병원 안 절차를 처리하기 어려운 어르신에게는 차량 호출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경기도는 병원동행 서비스가 필요한 도내 1인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 경기도)경기도, 병원 안 절차까지 돕는 동행형 서비스
경기도의 ‘병원 안심동행’은 차량 호출보다 병원 이용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경기도는 병원동행 서비스가 필요한 도내 1인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령과 소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사실상 1인가구도 포함한다. 가족이 직장이나 거주지 문제로 떨어져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노인가구, 조손가구, 한부모가정 등이 예시로 제시돼 있다.
이용요금은 관내 거주자의 경우 3시간에 5000원, 30분 초과 시 2500원이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서비스는 병원동행을 중심으로 제공된다. 다만 차량 운행은 제공하지 않고, 택시비나 버스비 등 교통비는 신청자가 부담해야 한다.
경기도 모델은 ‘차량’보다 ‘사람의 동행’에 방점이 있다. 병원 예약, 접수, 수납, 진료 대기, 보호자 전달 등 복잡한 병원 이용 과정을 돕는 데 적합하다. 특히 고령 1인가구나 가족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병원까지 가는 것보다 병원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반면 장기요양보험 등급자,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이용자, 장애인활동지원 이용자 등 유사 서비스를 이미 이용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이는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한 장치지만, 실제로는 돌봄 필요도가 높은 어르신이 오히려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각지대 논의가 남는다.
부산, 중증 교통약자 중심 특별교통수단 강화
부산은 장애인 콜택시 ‘두리발’을 중심으로 교통약자 이동지원을 운영하고 있다. 두리발 콜센터 대표번호는 1555-1114이며, 말로거는 1636 서비스를 통해 ‘부산장애인콜택시’를 말하면 센터로 자동 연결된다. 두리발은 회원 등록과 승인 후 이용할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이다.
부산은 2026년 2월부터 와상장애인 이동지원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부산시 거주 와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며, 이용일 7일 전부터 1일 전까지 예약을 받는다. 이용횟수는 1인 월 4회, 편도 기준이며, 토·일·공휴일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이용차량은 사설구급차량이나 와상형 두리발 차량이다.
이 유형의 강점은 거동이 매우 어려운 대상자에게 특화돼 있다는 점이다. 일반 택시나 병원동행만으로 이동이 어려운 휠체어·와상 상태의 교통약자에게는 차량 구조와 탑승 보조 인력이 함께 필요하다.
다만 서비스 대상이 장애인 등록과 교통약자 요건에 맞춰져 있어, 고령이지만 장애 등록이 없거나 일시적으로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은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예약제와 월 이용횟수 제한, 주말·공휴일 미운행은 병원 일정이나 긴급 이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약이 될 수 있다.
농촌은 ‘버스 없는 마을’부터 해결
농촌 지역에서는 이동지원의 출발점이 다르다. 서울과 수도권은 앱 호출, 병원동행, 택시 배차가 주요 문제라면, 농촌은 버스가 다니지 않거나 정류장이 멀어 읍내·보건소·시장까지 이동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형 교통모델 사업’을 통해 대중교통 미운행 지역 등 교통 취약 농촌마을에 소형버스와 택시를 활용한 교통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2024년에는 81개 군에서 운영됐고, 택시형은 78곳, 버스형은 69곳이었다. 사업 혜택을 받은 마을 수는 2023년 8374개소에서 2024년 9206개소로 늘었고, 이용자 수는 같은 기간 678만 명에서 698만 명으로 증가했다.
일부 지자체는 공공형 택시를 운영한다. 예를 들어 양주시는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이 마을에서 대중교통 환승 지점까지 택시를 1000원에 이용하고, 시가 차액을 지원하는 공공형 택시를 운영한다. 대상은 공공형 택시 운행 마을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주민이며, 버스가 운행되지 않거나 하루 5회 이하 운행되는 마을, 마을회관에서 인접 버스정류장까지 500m 이상 떨어진 마을 등이 대상이다.
농촌형 모델은 도시형 병원동행과 달리 ‘기본 이동권’ 보장에 가깝다. 정기 진료뿐 아니라 장보기, 행정업무, 복지관 이용 등 생활 전반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목적지가 정해져 있거나, 운행 횟수와 시간대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개인별 의료 일정에 세밀하게 대응하기는 어렵다.
정책은 늘었지만, 서비스는 여전히 분절적
지자체별 어르신 이동지원 정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서비스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서울의 동행 온다 콜택시는 택시 호출 장벽을 낮추는 정책이다. 경기도 병원 안심동행은 병원 안 절차를 돕는 동행서비스다. 부산 두리발은 중증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에 가깝다. 농촌형 공공택시는 대중교통 사각지대의 기본 이동권을 보완한다.
문제는 어르신의 실제 이동 과정이 이처럼 나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어르신에게 필요한 것은 집에서 병원까지의 이동, 차량 탑승 보조, 병원 접수·수납, 진료실 이동, 검사 대기, 약 수령, 귀가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지자체 정책은 ‘차량 이동’과 ‘병원 안 동행’, ‘중증 교통약자 지원’, ‘농촌 교통 공백 보완’이 각기 다른 제도로 나뉘어 있다.
이 때문에 도시 고령층은 앱 호출 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고, 1인가구 어르신은 병원 안 동행이 필요하며, 와상·휠체어 이용자는 특수차량이 필요하고, 농촌 어르신은 읍내까지 갈 기본 교통편이 필요하다. 정책 대상과 필요가 맞지 않으면 서비스가 있어도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앞으로의 기준은 ‘문 앞에서 진료실까지’
어르신 이동지원 정책을 평가할 때 단순히 차량 대수나 이용요금만 볼 수는 없다. 실제로는 신청이 쉬운지, 전화로도 가능한지, 이동 보조가 포함되는지, 병원 안 절차까지 돕는지, 교통비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장기요양·노인맞춤돌봄 등 기존 서비스 이용자가 배제되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서울의 동행 온다 콜택시는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강점이 있고, 경기도 병원 안심동행은 가족이 맡던 병원 내 절차 부담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 부산 두리발과 와상장애인 이동지원은 중증 이동약자에게 필요한 전문 이동수단을 제공한다. 농촌형 교통모델은 버스가 닿지 않는 마을의 생활권을 보완한다.
다만 고령사회에서 이동지원은 더 이상 교통정책만으로 보기 어렵다. 병원 진료, 장기요양, 재가돌봄, 가족돌봄 부담, 지역사회 계속거주와 모두 연결돼 있다. 각 지자체의 이동지원 정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이동 수단 제공을 넘어, 어르신이 실제 목적지에서 필요한 도움까지 받을 수 있는 통합형 지원체계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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