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광복절은 독립운동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날이다. 그러나 고령사회에서 광복절의 의미는 단순한 기념과 추모에만 머물기 어렵다. 독립유공자 본인뿐 아니라 오랜 세월 그 기억을 지켜온 유족 역시 고령층이 되면서, 보훈의 과제는 의료·요양·재가돌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독립유공자 예우는 보상금과 행사, 기념사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고령 유족이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집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장기요양이 필요할 때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보훈정책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서울시 동작구 국립현충원 현충문 (사진 = 서울시)기념에서 생활 예우로
국가보훈부는 독립유공자와 유족에 대해 보상금, 의료지원, 취업지원, 교육지원 등 다양한 예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지원 대상에는 애국지사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자녀, 손자녀 등 유족도 포함된다. 특히 독립유공자의 유족 중 장손인 손자녀가 질병이나 장애, 고령 등으로 취업이 어려운 경우에는 그 자녀 1명에게도 일부 지원이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독립운동의 공헌이 한 세대의 기억으로 끝나지 않고 가족과 후손의 삶 속에 이어져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유족 역시 고령화되고 있다. 광복 이후 80년이 넘은 지금, 독립유공자 예우는 역사적 공훈을 기리는 차원을 넘어 고령 유족의 노후와 생활 안정 문제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재가보훈, 집에서의 노후를 지원한다
국가보훈부는 거동이 불편한 보훈대상자의 가정을 재가보훈실무관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가사활동과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재가복지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요양시설 이용에 따른 본인부담금 일부 지원, 건강·문화 프로그램 등 노후복지 시책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재가복지서비스 지원 대상에는 독립유공자 본인과 독립유공자의 자녀·손자녀 등 유족도 포함된다. 선정 기준은 65세 이상으로 노인성 질환이나 상이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경우이며, 독거 또는 노인부부세대, 일정 생활수준 요건 등이 함께 고려된다. 생존 애국지사와 애국지사의 수권 배우자는 생활수준과 관계없이 지원이 가능하다.
이 같은 재가보훈서비스는 고령 유족이 익숙한 집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보훈대상자와 유족 가운데는 고령, 만성질환, 거동 불편, 독거 등의 이유로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에게 가사활동과 건강관리, 지역 복지 연계는 단순 편의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병원 접근성과 요양지원도 핵심
고령 유족에게는 의료 접근성도 중요한 문제다. 보훈병원이 가까이 있지 않거나 이동이 어려운 경우, 위탁병원 이용 지원은 실제 진료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현재 75세 이상 보상금을 받는 선순위 유족 1명은 위탁병원 진료 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본인부담금의 60%를 감면받을 수 있다. 대상에는 독립유공자 유족도 포함되며, 비급여 진료비와 원외 처방 약제비는 제외된다.
장기요양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훈요양원 이용에 따른 본인부담금 일부 지원도 이뤄진다. 복지로는 해당 제도를 통해 장기요양이 필요한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5·18민주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본인과 배우자, 유족 중 선순위 부모 등이 보훈요양원 이용 시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부양의무자가 없는 독립유공자와 선순위 유족에게는 보훈원 입소 지원도 마련돼 있다. 보훈원은 의식주와 의료지원 등을 제공하는 양로시설로, 독립유공자와 보상금 지급대상 선순위 유족 중 부양의무자가 없는 일정 연령 이상의 대상자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훈 인프라 확충, 지역 격차도 과제
정부도 보훈 의료·복지 인프라 확충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2026년 국가보훈부 예산에는 생존 애국지사 특별예우금 인상, 80세 이상 저소득 참전유공자 등 생계지원금 인상, 보훈병원이 없는 강원·제주 지역의 준보훈병원 도입,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위탁병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위탁병원을 2025년 1,005개에서 2030년 2,0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은 고령 보훈대상자와 유족이 거주 지역에 따라 의료 접근성에서 격차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에게 병원까지의 거리와 이동 수단은 진료 여부를 결정하는 현실적인 요인이다. 보훈 의료지원이 실제 생활 속에서 체감되려면 병원 수 확대뿐 아니라 이동, 동행, 재가돌봄, 지역사회 복지서비스와의 연결도 함께 중요해진다.
광복절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는 날이지만, 그 기억을 지켜온 유족의 노후를 살피는 계기여야 한다.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광복절 이후의 보훈
광복절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는 날이지만, 그 기억을 지켜온 유족의 노후를 살피는 계기이기도 하다. 독립유공자 유족은 국가의 역사적 예우 대상이면서 동시에 고령사회 속 돌봄이 필요한 노년층이기도 하다.
보훈정책은 기념과 보상, 의료와 요양, 재가복지를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 고령 유족이 병원에 갈 수 있고,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으며, 장기요양이 필요할 때 적절한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예우는 일상 속에서 체감된다.
광복절의 의미는 태극기를 게양하고 독립운동을 기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독립의 기억을 이어온 이들의 남은 삶이 존엄하게 돌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고령사회가 마주한 보훈의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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